극장사회
정유선·김지선 외 지음
안그라픽스 | 328쪽 | 2만2000원
정동극장의 전통예술 상설공연 <미소-춘향연가> 문화체육관광부 대표 정책 블로그
오늘날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K컬처’의 힘은 어디서 왔을까. <극장사회>는 그 비밀의 열쇠가 극장이라는 공간에 있다고 말한다. 인문·문학·역사학을 연구하는 5명의 저자가 근대 경성의 원각사부터 현대 예술의전당까지, 한국 공연예술계를 대표해온 13개 극장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복원해냈다.
책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극장 구석구석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1908년 문을 연 원각사에서는 전통 연희가 펼쳐지는 마당과 함께 판소리 <춘향전>을 무대화한 새로운 형식이 시도됐다. 당시 극장은 최신 도시 문명을 체험하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경성 최고의 극장이었던 우미관은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이 서울 여행의 필수 코스로 들르던 곳이었다. 당시 최고의 스타 박춘재의 놀음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리던 종로 권상장의 풍경도 생생하다.
공연예술은 당대 사람들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가 상영될 때면 경성 권번의 기생들이 동양극장 2층 좌석을 가득 메우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단성사 무대에서 꽃피운 여성 창극이 훗날 여성 국극을 거쳐 인기 드라마 <정년이>로 이어지는 흐름은 전통 공연예술이 시대에 맞게 변주되며 살아남아온 과정을 보여준다.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새로운 문화 실험이 지속된 명동예술극장, 지하 소극장에서 한국 창작극의 토대를 닦은 연우무대, 전통 국악의 맥을 이어온 서울돈화문국악당까지, 극장은 시대의 명암 속에서도 끈질기게 이야기의 힘을 길러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단관 극장들이 사라져가는 요즘,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문화의 저력이 긴 시간 쌓여온 공연예술의 토대 위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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