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울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연구위원
양자기술은 원자·전자 등 미시세계의 특성을 활용해 기존 기술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를 측정하거나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최근 울산은 부산·경남과 함께 국가 양자클러스터 공모에 최종 선정되며 새로운 기회를 확보했다. 동남권 양자센싱 클러스터는 양자기술을 조선·해양, 모빌리티·에너지 등 지역 주력산업에 적용하는 초광역 협력사업이다. 이제 울산은 이를 지속 가능한 양자산업 생태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 핵심 전략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원 유치를 제안한다.
울산은 양자기술을 적용하고 검증할 풍부한 산업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조선 생산공정에서는 미세결함과 설비 이상을 정밀하게 찾아내야 하고, 석유화학·수소·에너지 시설에서는 누출과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해야 한다. 양자센싱 기술이 이러한 산업 수요와 결합한다면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새로운 장비·서비스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실의 기술이 산업현장에서 활용되려면 소재·소자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 시스템 통합, 성능 검증과 기술 개선까지 반복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화 초기 단계인 양자기술은 단기 연구과제나 일회성 실증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산업현장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기술 검증을 사업화로 연결할 상설 연구기관이 필요한 이유다.
UNIST를 비롯한 대학은 원천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의 핵심 주체다. 다만 개별 연구자와 과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학이 장기간 실증시설을 유지하고 여러 기업에 지속적인 기술지원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학의 연구성과를 산업용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고 공동 연구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국책연구기관이 함께해야 한다.
KIST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유력한 기관이다. 양자 광원과 신호검출 소자, 양자센싱 시스템 등을 연구하며 개방형 연구협력을 추진하고 있어 동남권 양자센싱 클러스터의 방향과도 부합한다. KIST에도 울산 진출은 연구성과를 대규모 산업현장에서 검증하고 고도화할 기회다. UNIST의 연구역량, KIST의 시스템 개발역량, 지역기업의 산업현장이 결합하면 원천연구부터 실증·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협력 분야도 다양하다. 자동차·조선 부품의 미세결함 탐지, 석유화학·수소 설비의 안전 진단, 배터리·에너지 분야의 정밀계측 등을 실증과제로 검토할 수 있다. 공동활용 연구시설과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고가 장비와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도 양자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지역기업의 신사업 진출과 외부 양자기업 유치의 기반이 될 것이다.
KIST 유치는 동남권 클러스터 내 울산의 역할을 강화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울산이 공장과 설비를 실증장소로 제공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산업용 시스템 개발과 사업화를 주도하려면 지역에 연구인력과 기술이 축적되어야 한다. 상설 연구거점은 후속 국가사업과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울산시는 KIST 분원 또는 가칭 'KIST 울산 양자산업실증연구센터' 유치를 클러스터 후속 전략의 핵심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전문 연구인력과 독립적인 연구사업 수행 기능을 갖춘 실질적인 연구조직을 목표로, 울산시·UNIST·지역기업이 공동 추진체계를 구성하고 KIST 및 정부와 설립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국가 양자클러스터 선정은 시작이다. UNIST가 원천기술과 인재를 공급하고, KIST가 시스템 개발과 산업 실증을 담당하며, 지역기업이 사업화하는 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 KIST 유치를 통해 울산을 대한민국 양자센싱 실증·사업화의 핵심 거점으로 키워 나가자. 이상일 울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연구위원
이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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