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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요즈음] 한반도 역대급 기회, '성과급' 집안 싸움으로 날릴 판

현재 전 세계에서 메모리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는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다. 미국의 마이크론과 중국 기업들이 그 뒤를 쫓고 있지만, 사실상 한국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꽉 잡고 있다. 애플, 퀄컴, 테슬라...

[요즈음] 한반도 역대급 기회, '성과급' 집안 싸움으로 날릴 판

AI 산업 성장으로 메모리 호황…K반도체 천재일우 기회

"성과급 요구 안 들어주면 파업"…20~30조원 손실 전망

국가 핵심 경쟁력 된 반도체…노사, 현명한 합의점 찾길

[아시아타임즈=박요돈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성장했다. 업무는 물론 일상생활에까지 AI의 영향력이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AI 시대의 도래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국가 중 하나는 단연 한국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덕분이다.

K-반도체 관련 이미지. (사진=생성형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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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이 이토록 커지기 전까지 메모리 반도체는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에 비해 그리 높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이 전체 산업을 이끌던 시절에는 애플이나 퀄컴 같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하는 '팹리스'와 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가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AI 산업이 팽창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AI 칩의 성능 극대화가 지상 과제가 되면서, 칩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메모리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메모리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는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다. 미국의 마이크론과 중국 기업들이 그 뒤를 쫓고 있지만, 사실상 한국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꽉 잡고 있다.

애플, 퀄컴, 테슬라,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를 얻기 위해 한국에 찾아와 읍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들 빅테크 관계자들이 메모리 물량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 인근 숙소를 장기 예약해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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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양사의 실적도 수직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만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이익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곳간이 채워지자 직원들의 보상 요구가 이어졌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성과급 상한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요구했고, 회사는 이를 전격 수용했다.

SK하이닉스가 쏘아 올린 이 '작은 공'은 산업계 전반에 직원들의 확실한 보상을 요구하는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노조 역시 성과급 상한 폐지와 재원 마련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노조의 요구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갈등은 파업 예고로 번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3일 경기 평택사업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다음 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파업 진행 시 사측에 최소 20~30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글로벌 고객사들과 약속한 반도체 공급 기일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면, 브랜드 신뢰도도 떨어진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실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쟁은 단순히 사측과 노조 간의 갈등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 사이의 '노노(勞勞) 갈등'마저 유발하고 있다. 전사 실적을 견인하며 압도적 성과를 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높은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지만, 다른 사업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짙은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성과급 도미노' 현상은 반도체 분야를 넘어 자동차 업계로도 번졌다. 현대자동차에서도 성과급 확대 요구가 커진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사측에 '순이익의 30%'를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다만 현대차는 노사 협상을 통해 충분히 조정해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쏟아지는 성과급 이슈 속에 온라인상에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흥미로운 주장도 나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SK하이닉스가 과거 업황 악화로 경영난을 겪을 당시 산업은행을 통해 막대한 국세가 투입돼 기사회생했으니, 이제 그 성과를 모든 국민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다수는 '이미 막대한 법인세를 내고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직원들이 성과급으로 부동산 투자를 할 경우, 집값을 올릴 수 있으니, 성과급을 온누리상품권, 지역화폐 등으로 줘야 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돌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을 바라보는 여론은 크게 두 갈래다. 기존 성과급 산정 기준인 경제적 부가가치(EVA)가 불투명했다는 점에서 '터질 게 터졌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반면, '노조의 요구가 과하다'는 비판도 팽팽하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국가의 핵심 산업이 된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당장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K-반도체'는 AI 시대의 개막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그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누리고 있다. 천재일우의 전례 없는 기회를 맞아 역대급 수익을 거두고 있는 시점이다. 이 기회를 성과 분배를 둘러싼 '집안싸움'으로 날려버리지 않도록, 노사가 현명한 합의점을 조속히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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