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전, 중국서 후퇴…중국은 한국 시장 공략 강화
실패 용인 문화·촘촘한 공급망이 중국 기업 성장 토대
이구환신 정책까지 더해 중국 가전의 글로벌 질주 가속
[아시아타임즈=김빛나 기자] "중국 시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실패를 거치며 경험치를 쌓고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업체의 약진 이미지. (사진=생성형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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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행사장에서 만난 증강현실(AR) 글라스 1위 기업 엑스리얼의 인즈치앙(尹志强) 아시아 총괄 매니저는 중국 기업들의 빠른 성장 배경으로 '시도와 실패'에 대한 관용도가 높은 환경을 첫손에 꼽았다. 이 자신감 있는 태도의 무게가 최근 한층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가전 시장의 판도가 심상치 않다. 국내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는 반면 중국 업체는 국내 시장 공략 수위를 높이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TV·생활가전 분야의 현지 판매를 접기로 했다. 생산 시설 일부는 유지하지만 수익이 낮은 영역은 줄이고 모바일·반도체 등 고부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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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일찌감치 계산을 끝냈다. 2020년부터 중국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서 발을 빼고 상업용 에어컨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기업간거래(B2B) 중심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양사의 결정에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최근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타운홀 미팅에서 "내가 아무리 잘해도 상대적으로 못하면 지고, 잘 못해도 상대적으로 잘하면 이긴다"며 "결과물을 먼저 생각하고 실행하는 프로세스를 통해 꼭 이기는 실행을 하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한국 기업의 위축된 행보와 대조적으로 중국 기업들은 약점으로 지적돼 온 사후서비스(AS) 확대 등으로 빈틈 메우기에 나섰다.
드리미는 공식 운영사와 협력해 로봇청소기 고객에게 하부장 설치·원상복구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에코백스는 원하는 날에 배송·설치를 받을 수 있는 '희망일배송'을 도입한 데 이어 AS와 보안 관리를 하나로 묶은 통합 케어 서비스 '케어봇'까지 선보였다.
이 같은 공세를 발판 삼아 중국 브랜드 로보락은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넓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로보락은 지난해 청소 로봇 전체 카테고리에서 연간 580만 대를 출하하며 시장 점유율 17.7%로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해외 매출은 104억4200만 위안(약 2조 282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6% 가량을 차지했다.
중국 기업들의 과감한 도전 뒤에는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뒷받침된다.
인 매니저는 선전 지역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지원 체계가 촘촘하게 구축돼 있다고 평가했다. 제품 기획부터 설계, 생산까지 대부분 과정을 인근 제조 생태계 안에서 소화할 수 있는 제조 생태계가 형성돼 높은 공급망 경쟁력과 낮은 비용 구조도 강점으로 꼽힌다.
중소기업 사이의 치열한 경쟁 문화도 혁신 제품 탄생을 이끄는 요인이다. 거대한 시장 규모만큼 새로운 성장 기회를 노리는 기업들도 넘쳐난다. 초기 제품 완성도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수익 확보나 생존 등 각자의 목표를 안고 새로운 시장에 먼저 뛰어드는 기업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정부 지원도 중국 기업의 든든한 배경이다. 이구환신(以旧换新) 정책이 그 핵심이다. '낡은 것을 새것으로 교체한다'는 뜻 그대로 노후 제품을 반납하면 신제품 구매 시 보조금·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다.
정책 대상도 점차 넓어졌다. 자동차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가전·스마트폰·정보기술(IT) 기기까지 품목이 불어났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와 소비 위축을 내수로 상쇄하는 동시에 노후 제품 퇴출을 통한 친환경 산업 전환까지 노리는 이중 포석이다.
보조금 지원에 따른 제품 판매 효과는 뚜렷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올해 4월 16일 누적 기준 이구환신 보조금 정책에 따른 디지털·스마트 제품 판매량은 4243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7% 증가했다. 매출액은 1261억5300만위안(약 27조 6085억원)으로 같은 기간 36.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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