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이코리아]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제도화를 둘러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에서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21일로 예고된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불발 원인을 두고 양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20일 사후조정이 종료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적자 사업부까지 대규모 보상 체계에 포함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노조가 사후조정 3일 동안 성실히 임했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에도 동의했지만, 사측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조정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예정대로 내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면서도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갈등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 규모와 상한 폐지, 사업부문별 배분 기준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하고, 연봉의 50%까지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는 등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해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성과급 확대에는 일부 여지를 보이면서도, 사업부별 실적 차이와 지속 가능한 보상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번 갈등은 국내 노사 문제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생산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해외에서도 이번 파업의 전개 방향과 시장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로이터는 19일 삼성전자가 “역대 최악의 파업”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약 4만8000명의 직원이 18일간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삼성전자 국내 직원의 약 38%에 해당하는 규모다. 로이터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평택과 화성 등에서 24시간 3교대로 운영되는 만큼,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로이터는 이번 갈등의 배경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성과급 격차를 지목했다.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메모리 업황이 호황을 맞은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보상체계 개편 요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의 보상 확대가 삼성전자 직원 이탈과 노조 가입 증가의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공급망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로이터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기준 세계 D램 시장의 36%를 차지한 최대 D램 제조사라고 설명했다. 또 KB증권 분석을 인용해 18일간 파업이 진행될 경우 글로벌 D램 공급의 3~4%, 낸드 공급의 2~3%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메모리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가디언도 19일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와 파업 가능성을 정리하며, 이번 사안이 AI 메모리 공급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짚었다. 가디언은 삼성전자 노동자 약 4만8000명이 18일간 파업을 예고하고 있으며,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재원 반영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D램과 낸드 공급 감소로 이어져 주요 기술 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17일 이번 파업 가능성을 AI 붐의 핵심 병목과 연결해 해석했다. 포춘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 D램의 약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와 함께 글로벌 D램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인프라 논의에서 엔비디아 GPU가 주로 주목받지만, GPU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HBM 등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포춘은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AI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병목 지점에서 발생하는 대형 노동분쟁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18일자 보도에서 이번 사태의 전개 가능성을 네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먼저 노사가 막판에 부분 타협에 이를 경우, 삼성전자가 성과급 규모를 일부 확대하고 처우 개선안을 제시하는 대신 노조 요구를 전면 수용하지 않는 절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노조는 보상 확대를 성과로 내세울 수 있고, 사측은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있다.
반면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파업이 단기·제한적 형태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공장은 자동화 수준이 높아 단기 파업만으로 생산이 즉각 중단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회사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인 만큼 작은 차질 신호만으로도 투자 심리와 고객사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HBM 공급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공급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경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파업 장기화 시 정부의 긴급 개입 가능성도 거론했다. 한국 노동법상 파업이 국가 경제나 국민 생활에 중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과거 발동 사례가 많지 않은 예외적 수단인 만큼 실제 적용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핵심 반도체 엔지니어와 유지보수 인력까지 장기 파업에 참여하면서 HBM 등 첨단 메모리 생산 안정성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대만 언론들도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대만 자유시보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공급이 줄어들 경우 대만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민시뉴스도 주요 고객사들이 공급망 조정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의 시장 지위가 약화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대만 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변수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공급 차질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에 영향을 줄 경우,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고객사와 이를 위탁 생산하는 TSMC에도 연쇄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전문매체들은 소비자용 메모리 가격에 미칠 영향도 주목하고 있다. IT 매체 안드로이드 헤드라인은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이미 진행 중인 글로벌 RAM 부족 현상이 가격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가 고성능 메모리와 SSD 공급을 흡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 PC, 노트북, 스마트폰, 게임 콘솔 등에 들어가는 소비자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에도 추가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IT 월간지 PC월드 역시 삼성전자 파업이 단기적으로 즉각적인 가격 급등을 부르지는 않더라도, 생산 주문 지연과 공급 부족이 누적될 경우 수주 뒤 몇 주 또는 몇 달 뒤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서버용 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 여력이 줄어든 점도 부담으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파업 리스크는 기업 고객과 빅테크 공급망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PC 부품과 완제품 가격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번 삼성전자 파업 논란은 AI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이익 배분 문제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맞물린 사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는 메모리 업황 회복과 경쟁사 보상 수준을 근거로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비용 구조와 장기 제도화 부담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 가능성이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스마트폰, PC 등 전방 산업에 미칠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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