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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지주사 주식을 쓸어담는 숨겨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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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제
외국인이 지주사 주식을 쓸어담는 숨겨진 이유?
김시래 (에디터)
업데이트 2026.05.2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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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연초 이후 거세게 전개된 한국 시장 이탈 국면 속에서도 지주회사 주식만큼은 은밀하고 묵직하게 쓸어 담고 있는 광경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난치병의 근본적 치유법을 자본시장이 먼저 감지했다는 실증적 지표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가가 악의적으로 낮게 유지돼야 했던 구시대의 역설이 마침내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자회사의 탁월한 펀더멘털 혁신에서 시작된 풍부한 배당 재원과, 이사의 책임 범위를 총주주로 못 박은 강력한 입법 규제들의 시너지는 한국 지주사들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정당한 가치 평가 영역으로 견인하고 있다.
외국인들 연초 이후 지주사 순매수 규모 및 지분율 변동 추이
올해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85조 원 가까이 순매도하는 폭풍 속에서도 국내 주요 재벌 지주사 주식은 2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이례적인 행보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고성장 자회사 포트폴리오의 실질적 가치 상승과 함께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비롯한 전방위적 지배구조 개선 입법 모멘텀이 시너지를 낸 결과다.
특히 올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자금의 흐름은 통상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단순한 기술적 반등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괴리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유가증권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84조 9,270억 원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순매도 폭탄을 쏟아냈다.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가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리자 위험 자산 비중을 기계적으로 축소하는 과정에서 한국 대형주들을 냉혹하게 처분된 것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퇴조 속에서도 대기업 지주회사들의 주식은 오히려 2조 1,901억 원어치나 순매수하며 강력한 사자 기조를 견지했다. 전체 시장의 매도세 속에서 특정 업종에만 이토록 자금을 집중시키는 것은 자본시장의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선택적 편입 행보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극단적인 차별화 현상의 이면에는 한국 대기업 집단 지주사들을 옥죄던 할인율의 원천을 정밀 타격하는 두 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개별 지주사들이 보유한 사업 포트폴리오의 극적인 가치 상승과,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간의 만성적인 이해 상충을 구조적으로 영구 차단하려는 정책적 개혁의 물결이다. 과거 한국 지주사는 오너 일가의 불투명한 자본 거래와 지배력 유지라는 명목하에 순자산가치 대비 상시적인 저평가를 겪어 왔고 투자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아 왔다. 하지만 지금 자본시장 안팎에서 시작된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 미운 오리 새끼들을 '가장 확실한 밸류업의 수혜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자회사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성장과 지주사 가치의 재평가
외국인 자금을 지주사로 무섭게 끌어들이는 첫 번째 핵심 자석은 각 지주사 산하에 포진한 핵심 자회사들의 이익 창출 능력과 미래 성장성이다. 지주사의 가치는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보유한 계열사의 지분가치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배당 흐름, 브랜드 사용료 수입 등의 현금 흐름에 종속되는 특성을 지닌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단순한 업종 로테이션의 차원이 아니라 각 지주사가 보유한 고유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해당 산업의 구조적 성장 사이클 진입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자극하는 가장 실질적인 유인책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종합 산업 패키지라는 찬사를 받으며 목표 주가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HD현대다. HD현대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조 6,000억 원, 영업이익 2조 8,00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강력한 성적표를 제시했다. 지주사 산하의 거의 모든 자회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고수익 성장 궤도에 진입한 성과다. 정유 계열사인 HD현대오일뱅크는 국제 유가 상승세와 정제마진 개선의 혜택을 온전히 보았고, 조선 부문의 컨트롤 타워인 HD한국조선해양은 수년간 누적된 고가 선박의 본격적인 건조와 엘엔지 운반선 호황에 힘입어 1조 4,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렸다. 여기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 붐의 직접적 수혜를 누리는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사상 초유의 송배전망 인프라 교체 수요를 흡수하며 이익을 극대화했고, 선박 유지보수 전문 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 또한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기세를 보탰다. 이 고성장 자회사들이 지주사에 지불하는 로열티 수입은 현재 매출의 0.05% 수준으로 그룹 평균인 0.3%에 비해 매우 낮지만, 올해 말 브랜드 사용권 재계약 과정에서 요율이 대폭 현실화될 공산이 커 지주사 자체의 현금 흐름 매력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SK 또한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의 결실을 맛보고 있다. 그동안 복잡한 손자회사 구도와 과도한 차입금으로 인해 심각한 디스카운트를 겪었으나 최근 체질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SK는 반도체 웨이퍼 가공 분야의 강자인 SK실트론 지분 51%를 매각해 최대 5조 원대의 자산 가치를 인정받음과 동시에 대규모 현금을 유입해 재무 구조를 대폭 개선할 기회를 잡았다. 또한 비상장 자회사였던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 지연에 따른 투자금 회수 부담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들과 기나긴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나갔다. 결국 투자자들의 지분을 1조 500억 원 안팎의 합리적 균형점에서 되사오는 결단을 내리며 시장의 잠재적 매물 부담을 말끔히 정리했다.
이를 통해 SK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청정 에너지 공급망으로 이어지는 인공지능 인프라 생태계 전반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수직 계열화의 단일 컨트롤 타워로서의 지위를 굳혔고 지주사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특히 자회사인 SK스퀘어의 주가가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르며 지주사의 전체 보유 지분가치를 밀어 올린 점도 크게 기여했다. 대신증권은 SK의 목표 할인율을 역사적 최저 수준인 41%로 제시하며 이제는 할인이 아니라 프리미엄을 논할 때라고 강력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자본 거래 과정에서 거센 풍파를 겪었던 두산 역시 포트폴리오 재편의 가시적 혜택을 보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2024년 7월 막대한 현금 창출 기계인 자회사 두산밥캣을 상장 직후 영업적자가 지속되던 두산로보틱스와 다이렉트로 결합하려는 자본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연 매출 9조 원이 넘는 알짜 기업 주주들이 연 매출 500억 원 선의 적자 기업 주식과 불공정한 비율로 교환해야 한다는 소액 주주들의 성토와 금융 당국의 끈질긴 정정 요청에 가로막혀 결국 49일 만에 개편안을 전격 철회했다. 두산은 곧바로 에너빌리티를 인적 분할해 밥캣 지분 46%를 로보틱스 밑에 두는 정교한 우회로로 선회했고 지주사의 실질적 통제력을 한층 높였다.
실제로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공개 당시 약속됐던 2024년 흑자 전환은 완전히 무색해졌고 매출액마저 전년 대비 29.6% 줄어든 330억 원에 그치며 처참한 성장 지표를 보였다. 이렇듯 실적 지표가 정반대의 파국을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자산 가치를 인위적으로 교환해 대주주의 밥캣 지배력을 14%에서 42.3%로 크게 높이려던 시도는 소액주주 약탈의 대표적 사례로 낙인찍혔다. 이러한 일탈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사 합병 비율을 오직 주가로만 정하게 강제하던 현행 제도를 고쳐 자산과 이익 등 공정가치를 다각도로 반영하고 외부 평가를 의무 공시하도록 강제하여 두 번 다시 지배주주 중심의 합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못을 박을 전망이다.
LG와 한화 역시 지주사 재평가의 모범적인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다. LG는 지분 49.95%를 보유한 최대 알짜 비상장 자회사인 LG CNS의 기업공개를 착실히 준비 중이며, 상장 이후 지분 가치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안팎의 확신을 얻고 있다. 과거 2022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 분할 사태 당시 이중 상장 우려로 모회사 주가가 63% 넘게 주저앉았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존재하지만, LG CNS는 1987년 설립 당시부터 유지된 독자적 지위를 조목조목 피력하며 투자자들의 불신을 잠재웠다. 여기에 LG는 2026년까지 보통주 605만 주, 도합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통째로 소각하고 배당 하한선을 60%로 상향하는 주주 이익 보호 대책을 집행했다. 한화 또한 인프라 사업 부문의 존속 지주사와 하이테크·서비스 위주의 신설 지주사로 인적 분할을 마침으로써 복합 기업 특유의 사업 혼재 할인을 해소하고 복잡했던 3세 승계 구도의 재무적 불확실성을 크게 털어냈다.
효성의 흐름 역시 주목할 만하다. 효성은 존속 지주사 효성과 신설 지주사인 HS효성으로 인적 분할하여 독자 영역을 구축했다. 존속 기업 산하의 효성중공업은 유럽 전역과 미국 등지에서 단일 분기 최대 신규 수주 잔고를 달성하며 연간 7,470억 원에 달하는 전례 없는 영업이익 폭발을 이뤄냈고 , 신설 지주사 계열인 HS효성첨단소재는 독자적 고강도 탄소섬유인 탄섬과 아라미드 섬유 알켁스의 글로벌 방산 및 항공우주 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 친환경 스타트업인 트릴리움社의 시리즈 B 단계에 1,300만 달러(약 175억 원) 규모를 투자해 바이오매스 원료 기반의 탄소섬유 상용화 실증 공장을 올해 가동할 예정으로 조현상(55) HS효성 부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해외 주요 고객사 대표들을 대거 초청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두지휘했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를 보이면서도 주요 지주회사 주식은 순매수하고 있다. 인포그래픽=AI Gemini 생성
규제 개혁이 주도하는 거버넌스의 혁명과 주가 누르기 방지의 경제학
포트폴리오의 이익 실현이 외국인들을 매수 버튼으로 이끄는 표면적 유인이었다면, 기업 지배구조 전반의 게임의 법칙을 재정비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전방위적 입법 공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간을 해체하는 결정적인 구조적 장치다. 전문가들은 과거 국내 지주회사들이 대주주 일가와 일반 주주 사이의 불투명한 거버넌스, 지배주주 중심의 자본 배분 탓에 자산 가치 대비 극심한 이중 할인을 겪으며 소외받아 왔으나 지배구조 선진화 입법의 통과 속도에 따라 추가적인 디스카운트 축소 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과거의 과세 체계는 대기업 승계자들에게 주가를 최대한 낮게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 되도록 설계돼 있었다. 상속 주식의 평가액은 상속이나 증여 시점의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주 친화 정책을 철저히 기피하고 악재 공시를 지연하거나 무익한 부동산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 평가를 왜곡했다. 기업이 내부 유보금을 생산적인 주주 배당이나 혁신 투자에 활용하지 않고 골프장을 사들이거나 계열사 쪼개기 상장을 남발해 주가순자산비율을 0.3배 수준에 묶어놓는 고의적 태만이 한국 자본시장의 가장 치명적인 질병이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소외와 저평가 꼼수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과 청와대의 강력한 지원 속에 재추진되고 있는 법안이 바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은 이재명(62)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신속 통과의 필요성을 연일 강경한 톤으로 촉구하며 추진력에 불이 붙었다. 이 법안의 구체적인 가동 메커니즘은 매우 정교하다. 주당 장부가치 대비 시가 비율인 주가순자산비율이 0.8배 미만인 저평가 상장회사의 최대주주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경우, 시장에서 무리하게 억눌린 시가가 아닌 비상장사에 쓰는 보충적 평가방식(자산과 손익가치의 가중평균)을 적용하여 세금을 매기도록 강제하는 원리다.
이 법안이 실물 경제에 투입되면 기업 오너들에게 일어날 게임 이론상의 지배적 전략 변화는 극적이다. 아무리 시장 주가를 의도적으로 폭락시키고 방치하더라도 과세 당국은 해당 기업의 알짜 자산 가치의 최소 80% 수준을 과세의 최저 하한선으로 삼아 세금을 강제 징수한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내리는 행위 자체가 세금을 한 푼도 깎아주지 못하는 무의미한 자학 행위로 전락하게 만드는 셈이다. 반대로 주주 친화 정책을 가동해 주가를 주가순자산비율 0.8배 이상으로 건강하게 정상화한다면 대주주 보유 지분에 붙던 20%의 일률 할증 세액 가산 조항을 완전히 삭제해 상속세율을 크게 낮춰주며, 세금 현금 납부가 곤란한 기업주에게는 보유 상장 지분으로 직접 물납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 승계 재원 마련에 숨통을 틔워준다. 즉 지배주주가 상속을 위해 주가를 무작정 누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주 환원을 대대적으로 단행해 주가를 올려 승계 비용을 낮추도록 강제하는 전략적 유인 구조의 완전한 역전이다.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자본시장 내 우려와 부작용 논란 역시 팽팽하다.
일률적인 수치 규제가 가져올 부작용과 실질적 왜곡 가능성 탓이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억누른 적이 전혀 없는데도 대규모 기계 설비나 대규모 공장 등 무거운 유형 자산 투자가 불가피해 자연적으로 저평가를 겪고 있는 굴뚝 산업 분야의 중견·대기업이나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든 제조업 분야의 선의의 기업들까지 일제히 고율의 상속세 폭탄을 뒤집어쓸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가치를 바탕으로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실질과세의 원칙 및 조세법상의 시가주의 원칙과 정면 대치될 여지가 다분해 향후 납세자들의 엄청난 조세 불복 운동과 행정 소송이라는 거대한 사법 리스크를 자초할 우려가 농후하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세제 당국은 당초 시가가 뚜렷이 존재하는 상장주식에 대해 시가 이외의 방식으로 세금을 평가하는 것은 조세의 기본 대원칙과 충돌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는 시장 가치가 실제 기업가치와 완전히 괴리되어 지배구조 왜곡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면 실질 가치를 엄정하게 따져 물어야 마땅하다며 정책 당국을 상대로 치열한 논리 공방을 진행했다. 기재부 역시 대주주들의 의도적 주가 저평가 방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원적 암초라는 점에는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며 제도화 연구에 전격 합류했다. 민간 자산운용사인 브이아이피(VIP)자산운용의 내부 모의평가에 따르면 이 주가순자산비율 0.8배 하한선 과세 제도가 본격 도입될 경우 대주주 할증 세율의 폐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수십조 원(약 34조 원) 규모의 대대적인 증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정밀 추산돼 대주주들의 소극적 자본 배분을 흔드는 막강한 채찍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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