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3월 3일~4월 2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5조915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사진/신한은행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최근 한 달 30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어졌던 순매도 기록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고조된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에 따른 국제 유가 불안으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쉬이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3월 3일~4월 2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5조915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월간 최대 순매도액인 12조5000억원을 세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외국인 매도세에 밀리면서 코스피는 같은 기간 16.17% 하락했다. 전날 기준 코스피 종가는 5234.05를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18조5055억원), SK하이닉스(8조6422억원), 현대차(2조8676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을 주로 팔아치웠다. 특히 이번 매도세는 11거래일 연속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셀코리아' 장기화 조짐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일 발발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종전 기대감과 장기화 불안을 안고 위태롭게 이어지는 가운데 위험회피심리가 고조되면서 외국인들의 매도세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증시가 더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2일(현지시간)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9.03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7.8% 상승했다. 특히 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선물 종가는 배럴당 111.54달러로 전장보다 11.4%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강경 발언을 쏟아낸 점이 유가를 재차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하단에 접근한 만큼 이달부터는 추세적 반등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5000선을 하방 지지선으로 설정하고 오는 7일 발표할 삼성전자 잠정 실적과 미국이 종전 기준일로 설정한 9일 있을 파키스탄 협상을 주목하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 하락은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이벤트 및 수급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며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2006년 이후 20년간 하위 1% 수준의 역사적 하단 구간에 근접해 있다"고 평가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코스피 전망치를 5000~5700포인트로 예상하고 "전날 트럼프의 연설은 파키스탄 협상(4월 9일로 추정)을 앞두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강경한 발언이라고 판단한다"며 "7일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가 예상보다 좋을 시 주가의 실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외국인들의 '팔자' 기조는 리밸런싱 성격으로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업종은 오히려 매수 우위라는 분석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집중 매도한 업종은 반도체·자동차로 이 둘을 빼면 나머지 업종은 오히려 9조원을 순매수했다"며 "외국인들이 반도체·자동차를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쏠림 방지를 위해 리밸런싱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또 "외국인 매도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며 "2000년 이후 세 번의 강세장(BRICs·팬데믹·현재)에서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끌어올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두 외국인이 매도했으나 코스피는 급등했다"며 "설사 영향력이 있다고 해도 외국인이 살지, 팔지를 전망할 방법은 없고 투자 수익률에 큰 영향이 없는데 전망까지 불가능하다면 외국인 매매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전쟁 이후 국가 간 무기 재고 축적, 대응 방공시스템 구축 수요 관련 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산주를 중심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최근 한 달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347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서재호 DB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방산업체들의 기대 수출 규모는 약 377억달러(57조원)로 최대 규모가 기대되는 해"라며 "중동 전쟁을 통해 염가형 드론이 실전성을 입증했기에 가성비 중심의 K-방산의 중동발 방공 수요는 향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와 탄소 중립을 위한 신재생 에너지 수요, 빅테크들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 등에 힘입어 수주 증가가 기대되는 전력기기 산업 업종들도 외국인들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달 3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산일전기로 28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산일전기는 기존 신재생 고객들의 패키지 공급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초고압 특수변압기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올해 중 2공장 유휴 부지에 생산 설비 건설을 시작해 오는 2028년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으로 높은 ASP(평균판매가격)를 바탕으로 중장기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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