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제한에 투자 포기·기업 이탈 사례 발생
소규모 산단 9곳 우선 개방…28개 산단 확대
권역별 항공·모빌리티·바이오 특화 전략 가동
‘생산 공장’서 ‘기술·지식 생태계’로 체질 전환
박형준 부산시장이 31일 시청 기자회견장에서 ‘산업단지 유치 업종 체계 개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시
부산시가 산업단지 규제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나선다. 제조업 중심의 경직된 입주 업종 체계를 풀어 연구개발(R&D)·데이터·서비스 등 융복합 산업을 수용하고, 기업 투자 활성화와 신산업 성장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형준 시장은 31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산업단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내 산업단지 유치 업종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가산업단지를 제외한 모든 산업단지에 적용되며, 향후 신규 산업단지는 일부 환경 유해 업종을 제외하고 대부분 업종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설계된다. 1980년 서부산스마트밸리(옛 신평·장림산단) 조성 이후 46년 만의 제도 전환이다.
그동안 산업단지는 사전에 허용 업종을 제한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운영됐다. 초기에는 제조업 육성과 효율적 관리에 기여했지만, 최근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술·서비스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기업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뚜렷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업종 제한으로 투자 기회를 놓치거나 이전을 검토하는 사례가 발생했고, 업종 변경 시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도 투자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시는 단계별 개편을 통해 체감 효과를 빠르게 끌어올릴 방침이다. 우선 면적 15만㎡ 미만 소규모 산업단지 9곳에 대해 지식산업·정보통신산업 등 비제조업 37개 업종을 올해 상반기까지 전면 개방한다. 이후 명지·녹산 국가산단을 제외한 28개 준공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기반시설과 환경 여건을 반영해 2027년까지 업종 개편을 확대한다. 조성 20년 이상 노후 산단은 재생·고도화 사업과 연계해 산업 환경 개선도 병행한다.
업종 전략은 첨단 산업 중심으로 짜였다. 정부가 지정한 반도체·이차전지·인공지능(AI) 등 12대 전략산업과 부산의 전력반도체·미래항공·디지털헬스케어 등 5대 미래 신산업 관련 업종을 우선 확대해 산업 구조를 고도화한다. 동시에 연구개발(R&D), 데이터, 서비스까지 포괄해 산업단지를 생산 중심에서 ‘기술·지식 기반 생태계’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권역별 특화 전략도 추진한다. 가덕도신공항 배후권은 항공부품 및 항공정비(MRO), 서부산권은 미래 모빌리티, 동부산권은 바이오·헬스케어·전력반도체 산업 중심으로 재편해 지역 간 산업 연계성과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 산업단지 기능과 유치 업종은 5년 주기로 재검토해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시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기업이 부담해 온 시간·비용을 크게 줄이고,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 유치 확대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실제 부산의 투자 유치 규모는 최근 5년간 28배 증가해 누적 19조 원을 넘어섰고, 고용률과 청년 고용률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산업 체질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박 시장은 “이번 구조 개편은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기업 활동의 제약을 풀고 투자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며 “기업과 인재가 모이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과 연계해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