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스위스 사회학자 장 지글러 92세 일기로 별세
중앙일보
AFP=연합뉴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이자 스위스 사회학자, 정치가였던 장 지글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글러의 아들 도미니크는 그가 요양원에서 파킨슨병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일평생 30권에 가까운 저서를 펴낸 그는 특히 세계 자본주의, 그중에서도 스위스식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유럽 좌파 진영의 대표적 사상가로 자리매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를 두고 "스위스에서 가장 논쟁적인 공공 지식인"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지글러는 1967~1983년, 1981~1999년 스위스 연방의회에서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을 지냈으며,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와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에서는 사회학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1960년대 유엔에서 활동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의 빈곤을 목격한 뒤 사회주의 이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의 경험을 프랑스 사회철학 잡지 '레탕 모데른'에 기고했고, 시몬 드 보부아르, 장 폴 사르트르와 가깝게 지냈다.
2000~2008년 유엔 식량특별보고관을 역임할 당시에는 다국적 기업과 다자간 기구, 이스라엘을 맹렬히 비판했고, 특히 가자 지구를 두고 ‘거대한 강제수용소’라고 불렀다.
그는『스위스의 맨얼굴』, 『왜 검은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등 저서를 통해 스위스 은행이 전 세계 독재자와 범죄자들의 ‘검은돈’을 은닉·세탁해 온 어두운 이면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는 자국민들의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켰고, 이로 인해 지글러는 의원 면책 특권을 잃고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는 몇 년에 걸쳐 수차례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면서 벌금과 법률 비용으로 파산하는 처지에 놓였고, 제네바대에서 받는 급여도 차압당했지만, 그는 평생 스위스를 떠나지 않았다.
지글러는 2022년 한 인터뷰에서 “소송에서 모두 졌지만 그것이 법정을 통해 싸울 기회이기도 했다고 생각했다”며 “은행가들은 소송에서 제기된 질문에 답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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