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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의 시설투자가 올들어 달랑 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중동전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들이 이달 15일까지 무보증 회사채 발행에 나선 곳은 30곳에 이른다. 이중 시설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SK브로드밴드 한 곳 뿐이었다. SK브로드밴드는 울산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공사비 및 설비장비 취득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무기명 채권을 발행한다고 사용 목적을 밝혔다. 그나마도 이 회사가 채권 발행에 나선 것은 지난 2월11일이었다. 이란에서 폭음이 들리기 시작한 이후에는 시설 투자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의미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시설 투자에 나선 곳은 파르나스호텔, 한화오션, 코리아에너지터미너, LG솔루션, 포스코 등 총 5곳에 달했다. 투자 금액도 1조9802억에 달했다. 올해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물론 시설투자를 할 때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이 내부 유보금이 풍부한 대기업은 자체 자금으로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회사채를 통해 시설자금을 마련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하지만 시설 투자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하는 이유다.
시설 투자를 외면한 회사채는 대부분 이전에 진 빚을 갚는데 쓰였디. 올들어 무보증 회사채 발행액(6조3160억원) 중 91.5%인 5조7840억원이 채무 상환용으로 발행됐다. 상환과 시설투자를 뺀 나머지 5조320억원은 운영 자금으로 사용됐다.
시장에서는 중동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시설 투자 목적의 회사채 발행을 줄이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부진에 시달리는 기업들에게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등이 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채권 담당자는 "반도체 등 극히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추가 투자에 나서려는 기업을 보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하고는 있지만 폭발음이 멈춘다 해도 불확실성은 여전해 당분간 기업들이 시설투자를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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