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학의 경제이슈 분석]
韓증시 강세 예측한 강관우 전 모건스탠리 이사의 올해 지수 전망
“반도체株 영업이익률 조금씩 내려갈 것…올해 코스피는 ‘상고하저’”
“美中 대결구도 속 방산∙조선주 주목해야…자동차∙2차 전지도 유망”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어 온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 업황이 정점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반기에는 강한 유동성과 실적 모멘텀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이익 사이클 둔화와 함께 주가도 힘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현재 ‘슈퍼 갑’ 위치에 있는 반도체 기업들의 가격 협상력 역시 공급 확대와 수요 조정 국면에서 점차 약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작년 상반기에 한국 증시의 강세장 도래를 예측했던 강관우 전 모건스탠리 이사는 “올해 증시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반기에는 이익 증가율이 꺾일 수 있으므로 상반기에 승부를 보는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Q.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격적인 증설에 나섰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폭발적인 반도체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으로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상반된 전망이 나온다.
“공급 과잉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증설 투자로 물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률이 60%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연간 기준으로 7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가격이 너무 올라가면 최종 수요가 버티지 못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가격이 30~40%씩 오르면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결국 저가 제조업체들은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게 되고, 이는 수요 위축으로 이어진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비용이다. 중동 리스크로 고유가가 지속되면 전기요금이 오르는데,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이 데이터센터다. 아직 인공지능(AI) 투자가 본격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 기업들이 설비 투자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압도적인 ‘슈퍼 갑’이지만, 증설이 완료돼 물량이 쏟아지는 시점이 오면 가격 협상력이 꺾이는 순간이 온다. 그때는 지금처럼 높은 영업이익률이 조금씩 내려갈 수밖에 없다.”
Q. 반도체 실적을 놓고 개인과 외국인의 시각 차이도 있는 것 같다.
“개인 투자자들은 절대적인 이익 규모가 크고 글로벌 경쟁사 대비 주가가 싸다며 ‘저가 매수’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을 더 보수적으로 보면서 이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베타(주가 민감도)’로 보면 삼성전자는 1.1, SK하이닉스는 2.0이 넘는다. 지수가 오르면 더 크게 오르지만, 반대로 떨어질 때도 더 크게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이런 높은 민감도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개인과 외국인 사이에 반도체주 밸류에이션에 대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Q. 올해 하반기에는 실적과 주가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인가.
“기본적으로 이익 사이클이 그렇다. 올해 지수는 전형적인 ‘상고하저’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분기 주가가 굉장히 강할 수 있으니 이 때를 놓치지 말고 이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상반기에는 정책 기대감과 유동성이 증시를 떠받칠 수 있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이런 기대는 약해지고, 이익 사이클도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건 주가는 항상 선행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6월에 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그때까지 시장이 버티는 게 아니다. 4~5월이 되면 먼저 빠지기 시작한다. 미리 도망가는 사람들이 생긴다. 다만 변수는 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이슈다. 올해 6월 관찰 대상국(워치리스트)에 포함되면 하반기부터 외국인 자금이 선제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
지난 18일 삼성전자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지인 평택 팹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왼쪽)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Q.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올해 초부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서서히 약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는 한때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지만, 지금은 많이 낮아진 상태다. 주가가 내려오면 보통 ‘싸 보인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매수세가 붙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AI 투자에 대한 수익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만약 빅테크들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게 되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Q.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닥 3,000 시대’를 언급했고, 금융당국도 동전주 퇴출 등 코스닥 시장 개선책을 준비하면서 투자자들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상대적인 기대감은 분명히 있다. 코스피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코스닥은 덜 올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 외국인들도 코스피에서 이익을 실현하면서 코스닥을 일부 매수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관점에서는 문제가 많다. 코스닥 종목 상당수가 이익은 크지 않은데 밸류에이션은 코스피의 2~3배에 달한다. 종목 수도 1,500개 이상으로 너무 많고, 말도 안 되는 기업들도 상당하다. 코스닥 3,000을 외치기 전에 이런 부분들을 정리하는 게 먼저다.”
Q. 코스닥 3,000 시대는 언제쯤 가능한가?
“지금 단계에서는 쉽지 않다고 본다. 코스닥이 그 수준에 가려면 시장 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좋은 기업들이 코스닥에 남아 있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금만 성장하면 코스피로 이전하려고 한다. 대표 기업들이 시장을 떠나는 구조에서는 장기적인 신뢰를 쌓기 어렵다. 코스닥도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
Q. 중동 리스크가 정리된 이후 주목할 업종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갈등 구도는 계속될 것이다. 이 흐름 속에서 방산은 꾸준히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K-방산은 납기와 가격 경쟁력에서 강점이 있다. 조선업도 중요하다. 미국이 군함 건조나 수리를 맡길 수 있는 나라는 현실적으로 한국밖에 없다. LNG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더해 군함 수요까지 붙으면 조선업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자동차도 나쁘지 않다.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경쟁력이 부각된 데다 로봇산업으로 영역을 키우고 있다. 2차전지도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기회가 있다.”
Q. 60대 여성 투자자의 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 있다.
“오래전부터 통계로 입증된 이야기다. 나이 지긋한 여성 투자자들은 굉장히 침착하다. 한 번 산 주식을 오래 들고 가는 힘이 있다. 시장이 흔들려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면서 버틴다.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힘이 강하다. 반면 남성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에 더 민감하다. 주변 이야기나 뉴스에 흔들리면서 매매를 자주 하게 되고, 그게 수익률 차이로 이어진다.”
고재학
은 한국일보에서 33년간 기자로 일하며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2024년 6월 뉴스버스에 공동대표로 합류했다가 2025년 5월부터 고문으로 물러나 경제평론가로 활동하며 칼럼 등을 기고하고, 뉴스버스TV에서 주요 경제 이슈를 정리해주는 ‘고재학의 경제버스’를 진행한다. 스테디셀러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을 비롯해 <절벽사회> <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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