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제헌절과 김병로
칼럼
새전북
2026년 07월 12일 11:44
승인
2026년 07월 12일 19:38
다가오는 17일 제헌절이 18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됐다. 국무회의에서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정·의결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1948년 7월 17일을 기념하기 위한 제헌절은 1949년에 국경일·공휴일로 지정됐으나, '주5일제' 도입에 따른 공휴일 조정으로 지난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었다.
정부는 매년 헌법 가치를 상기하고 국민주권주의 등 헌법 정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제77주년 제헌절부터 공휴일 재지정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인사처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 이로써 올해부터 제헌절을 포함해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5대 국경일이 모두 공휴일이 된다.
올해부터 제헌절이 공휴일로 부활, 17일부터 3일간 황금연휴가 생겼다. 우리나라의 국경일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고(국경일에 관한 법률), 제헌절은 원래 공휴일이었는데 주5일제 근무 확대로 휴일수가 너무 많다는 우려에 따라 공휴일에서 제외됐다가 올해부터 다시 공휴일이 됐다. 비슷하게 한글날도 공휴일 → 공휴일 제외 → 공휴일 부활의 부침을 겪었다. 관련하여 공휴일에 관한 법률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각각 국경일은 공휴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법률적, 제도적으로 정비됐다.
이렇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공휴일 제도가 변하기도 하는데, 당장 올해부터 제헌절에 근로를 하게 되면 휴일근로가 되어 가산수당이 지급되어야 하는 것처럼, 공휴일 제도는 회사의 근로시간 및 인사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올해 제헌절은 대한민국 헌법 제정 78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나라가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고나서 그해 12월 초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선생을 비롯, 독립운동에 헌신해온 법률가들이 중심이 되어 헌법기초위원회를 결성하고 헌법에 대한 연구와 그 기초작업에 착수했다.
순창출신 가인(街人) 김병로(1887~1964) 선생은 대한민국의 초대 대법원장이자 1948년 제헌 헌법을 기초하고 제헌절 행사에서 경축사를 발표하며 사법부의 독립과 법치주의의 기틀을 다진 역사적 인물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변론을 맡았던 항일 변호사였으며, 해방 후에는 초대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은 최후까지 오직 정의의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는 명언을 남기며 정치 권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켜냈다.
1945년 12월 말부터 1946년 1월 초에 걸쳐 신탁통치에 찬성하는 좌파와 반대하는 우파 사이에 극심한 대립과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이 초래된 후 1947년 11월 14일 UN 총회에서 한국총선거안이 가결됐다. 1948년 2월 26일 UN 소총회에서 선거가 가능한 지역에 한하여 총선을 실시할 것을 결의함에 따라 같은 해 5월 10일 초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됐다. 이에 따라 5월 31일 제헌국회가 개원했으며, 같은 해 7월 1일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결정하고, 같은 달 17일 헌법을 공포했다.
매년 제헌절이 다가오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헌법의 의의를 말한다. 그러나 달력 위의 붉은색 날짜 만큼이나 헌법은 우리 일상에서 쉬는 공휴일 또는 무채색의 텍스트로 잊혀가고 있다. 헌법을 권력 지형을 바꾸는 정치적 도구나 법전에 갇힌 박제된 문장으로 여길 때, 민주주의의 근간은 소리 없이 흔들린다. 지나쳐가는 제헌절의 길목에서 우리가 반드시 소환해야 할 한 인물이 있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이자 '사법부의 수호자'로 불리는 김병로선생이다. 그가 평생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행적을 추적하는 것은, 헌법의 진짜 가치를 잃어버린 오늘날의 우리 사회와 미래 세대에게 가장 정직한 나침반이 되어준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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