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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그리고 커피… 예술이 숨쉬는 핸드메이드 복합공간 [로컬큐레이터가 간다]

낯선 여행지에 가면 ‘현지 맛집’ ‘현지인이 즐겨 찾는 곳’ 등을 찾아나서게 된다. 지역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듯 말이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는 ‘로컬큐레이터’ 사업은 바로 이런 발품을 대신해준다.

광주 가볼만한 곳

회덕동 목현천변 복합문화공간 ‘멜리에스’

베이커리 카페와 독립·예술영화관 공존

영화 스태프 출신 대표, 공들인 상영시설

100% 쌀가루 당일 판매 원칙 빵 입소문

베이커리 카페와 영화상영공간을 갖춘 경기 광주 회덕동에 소재한 멜리에스. /강효선 큐레이터 제공

낯선 여행지에 가면 ‘현지 맛집’ ‘현지인이 즐겨 찾는 곳’ 등을 찾아나서게 된다. 지역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듯 말이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는 ‘로컬큐레이터’ 사업은 바로 이런 발품을 대신해준다. 로컬큐레이터들은 경기 동부권 곳곳을 직접 누비며 지역의 숨은 맛집과 명소를 발굴해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트렌디하면서도 눈썰미 있는 강효선 로컬큐레이터가 광주의 숨겨진 명소로 우리를 초대한다.

“어, 여기 언제 이런 곳이 생겼지? 예전엔 회색빛 공장이 있던 자리 같은데…”

경기 광주시 회덕동의 목현천변을 걷다 보면 단정하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랜 기간 잊혀졌던 공장 부지가 5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예술적 온기를 품은 복합문화공간 ‘멜리에스(Méliès)’로 재탄생했다.

2층에 자리한 멜리에스 빈티지 시네마 내부. /강효선 큐레이터 제공

세계 최초의 SF영화 ‘달세계 여행’을 만든 프랑스의 전설적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은 이곳은, 1층 베이커리 카페와 2층 영화관이 공존하는 알송달송하고 매력적인 공간이다.

단 1곳의 대형 상업영화관 외에는 독립·예술영화를 접할 기회가 부족했던 경기 광주에서, 멜리에스는 영화 애호가들에게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다. 단순히 영화를 소비하는 장소를 넘어, 1950~60년대 유럽의 문화 살롱처럼 영화가 끝난 뒤 자연스럽게 차 한잔을 나누며 예술적 감상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을 제공하기도 한다.

1층 멜리에스 카페는 쌀가루로 빵을 만드는 글루텐 프리의 빵들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효선 로컬큐레이터 제공

멜리에스의 가장 큰 매력은 공간 구석구석에 허재형 대표의 손길이 스며든 ‘핸드메이드’ 공간이라는 점이다. 2021년부터 약 5년 동안 직접 목공과 용접, 인테리어 시공에 뛰어들어 완성했다. 특히 2층에 자리한 30여 석 규모의 독립영화관 ‘멜리에스 빈티지 시네마’는 허 대표가 직접 칠하고 배치한 자작나무 타일과 클래식한 가죽 좌석이 고풍스러운 빈티지 극장의 분위기를 풍긴다.

소규모 극장이지만 일반 멀티플렉스를 뛰어넘는 고사양 프로젝터와 공간 맞춤형 앰프, 그리고 신호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알루미늄 배선 하나하나까지 허대표가 직접 다듬은 오디오 세팅을 갖췄다. 배급사들의 엄격한 기술 검증을 단번에 통과한 이유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를 첫 상영작으로 최근엔 ‘오디세이’ 같은 대작까지도 호평 속에서 상영을 마쳤다. 관객들은 “대형 멀티플렉스보다 우수한 몰입감과 미세한 음향 디테일에 감탄했다”며 입을 모은다.

1층 멜리에스 카페는 쌀가루로 빵을 만드는 글루텐 프리의 빵들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효선 로컬큐레이터 제공

1층 카페 공간 역시 매력적이다. 100% 쌀가루와 최고급 재료만 사용해 매일 아침 당일 제작·당일 판매하는 ‘글루텐프리(Gluten-Free)’ 베이커리를 선보여, 평소 빵을 먹으면 소화가 더디던 관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귀여운 마스코트 고양이 ‘어비’가 고요히 반겨주는 따스한 분위기 덕에 광주는 물론 성남, 용인, 양평, 서울에서도 찾아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향후 목현천 산책로와 연계한 문화 프로젝트와 옥상 야외 상영회까지 준비 중인 멜리에스는 광주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미니 인터뷰] “자본 대신 시간을 쏟았다”… 허재형 대표의 ‘시네마 로드’

영화를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영화관까지 문을 연 멜리에스의 허재형 대표. /멜리에스 제공

“영화를 구상하는 프리 프로덕션부터 시나리오 작성, 제작, 그리고 상영까지의 5단계를 오롯이 한 공간에서 실현해보고 싶었다”

‘멜리에스’를 이끄는 허재형 대표는 영화를 향한 순수한 열정 하나로 긴 세월을 버텨온 인물이다. 연극학을 전공하고 디자인, 영상 제작, 연극 창작, 영화 스태프 교육까지 두루 거친 그는 단순한 사업가를 넘어 ‘예술가이자 기술자’의 삶을 살아왔다.

사실 그의 도전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0대 후반 서울 역삼동에서 자본 없이 실험적인 문화 공간을 시도했다가 3개월 만에 쓸쓸히 문을 닫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는 그에게 좌절 대신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이후 그는 직접 도면을 그리고 목공과 용접을 익혔으며, 영사 기술과 음향 공학까지 독학으로 파고들었다.

낮에는 생업을 위해 교육과 현장 일을 병행하고, 밤에는 홀로 공장 부지에 남아 망치질과 용접을 하기를 수년. 자본의 힘 대신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정직하게 쏟아부은 끝에 지금의 멜리에스가 완성됐다. 적정한 채광을 얻기 위해 직접 벽을 허물어 창을 내고, 소리의 울림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전선 간섭을 일일이 차단하는 등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독립예술영화관 운영이 냉혹한 적자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은 허 대표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안다. 인건비와 전기요금 등 운영비는 1층 베이커리 카페 수익으로 겨우 충당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그는 영화관만큼은 단체 관람을 주말이 아닌 평일로 조율하며, 일반 관객들이 주말에 소중한 문화적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철학을 고수한다.

최근 목현천 산책로와 연계한 거리극 공연을 기획하고, 내년 옥상 야외상영회 개방을 준비 중인 허 대표. 과거 삭막했던 성수동 공장 지대가 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쳐 문화의 거리가 되었듯, 경기 광주의 소박한 공장 지대에 문화의 씨앗을 심고 있는 그가 만들어갈 다음 상영작이 더욱 기대된다.

광주/이윤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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