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Let美Inside'는 미국에 상주하는 기자가 발 빠르게 수집한 정보들을 싹싹 긁어모아 말해주는 경제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연 매출 320억 원에 순이익 120억 원. 그런데 정규 직원 수는 0명이다. 미국 1인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검로드(Gumroad)' 이야기다. 창업자 사힐 라빙기아(Sahil Lavingia)가 한때 70명이 넘던 팀을 해산하고 인공지능(AI) 자동화 중심 1인 운영 체제로 전환한 결과다. 2024년 매출은 2380만 달러, 영업이익률은 40%대다. 생성형 AI의 확산이 '직원 없는 고수익 기업'이라는 개념을 현실로 바꾸면서, 미국에서 솔로프리너(Solopreneur·1인 기업가) 계층이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황종덕 머니투데이 북미지역 총괄 담당 기자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 채널M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미국 솔로프리너 계층의 폭발적 성장 배경과 사업 모델, AI 활용 방식 등을 분석했다. 한국 시장과의 비교분석 결과도 설명했다. 해당 내용은 지난달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6 키플랫폼'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다.
━
솔로프리너란?…AI 시대 새로운 기업 유형
━
솔로프리너란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창업자 본인이 사장이자 실무자이며 행정 담당까지 모두 맡는 1인 기업가를 말한다. 이 용어는 1990년대 초반 미국 실업가 테리 로니어(Terri Lonier)가 처음 고안했으며, 최근 생성형 AI가 엔진을 교체하면서 글로벌 노동 흐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솔로프리너는 자주 혼동되는 기업가(Entrepreneur·앙트레프레너), 프리랜서(Freelancer)와 구별된다. 기업가는 팀을 꾸려 규모를 키운 뒤 기업 매각을 목표로 하는 위임 중심 운영자다. 프리랜서는 여러 고객사에게 시간을 파는 계약자 성격으로 시간과 돈을 교환하는 구조다. 솔로프리너는 이 둘과 달리 자기 브랜드 사업을 1인이 직접 운영하면서 자율성과 통제 가능한 수익, 디지털 자산 기반 모델을 지향한다.
그 규모가 압도적이다.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센서스 뷰로) 공식 집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미국에서 활동 중인 솔로프리너는 약 2980만 명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연간 부가가치는 약 1조 7000억 달러, 한화로 2300조 원이 넘으며 미국 GDP(국내총생산)의 약 6.8%다. 미국 전체 소상공인 중 직원 없는 1인 사업체의 비중은 81.9%로, 소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직원 한 명 없는 1인 기업이라는 뜻이다. 2028년에는 솔로프리너 수가 3000만~4100만 명으로 늘고, 2027년에는 독립 노동자 비중이 미국 인력의 50.9%에 달할 것으로 MBO 파트너스(MBO Partners)는 전망한다.
이 같은 폭발적 성장은 세 가지 충격이 겹친 결과다. 첫째는 팬데믹이다. 팬데믹 직후부터 신규 사업 신청 건수가 폭증해 현재 매달 약 44만 건이 접수되고 있다. 팬데믹 이전보다 90% 빠른 속도다. 둘째는 AI다. 솔로프리너의 74%가 AI를 핵심 운영 도구로 채택했고, 도입자의 91%가 관리 업무가 줄었다고 응답했다. AI 자동화로 주당 20시간 이상이 절약되고, 연 3000~1만 2000달러의 도구 비용으로 산출물은 약 3배 늘어난다. 셋째는 노동 시장의 구조 변화다. 빅테크(Big Tech) 구조조정과 AI 자동화가 겹치면서 숙련된 전문가들이 회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매킨지(McKinsey)는 2025년 보고서에서 이 흐름이 미국 노동 시장의 구조적 빈틈을 메우는 생명선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누가 솔로프리너가 되는지를 보면 시사점이 선명해진다. 미국 솔로프리너의 54.4%는 여성이다. 육아나 가족 돌봄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신규 솔로프리너의 14%는 이민자로, 저비용 온라인 도구와 AI의 확산이 진입 장벽을 무너뜨렸다. 가장 중요한 수치는 45세 이상의 숙련 전문가가 61%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미국 솔로프리너 시장은 회사에서 15~20년을 쌓은 베테랑들이 자기 이름으로 사업을 차린 것이 주류라는 의미다. 그 위에 졸업 후 곧바로 솔로프리너로 진입하는 Z세대의 흐름까지 얹히고 있다.
성공한 솔로프리너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개발자형의 상징은 네덜란드 출신 피터 레벨스(Pieter Levels)다. 직원 없이 '노매드리스트(Nomad List)'와 '리모트OK(Remote OK)' 등 다수의 웹 서비스를 혼자 운영하며 연 수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인플루언서(influencer)형은 다멜리오 자매(Charli & Dixie D'Amelio·찰리 앤드 딕시 다멜리오)와 애디슨 래(Addison Rae)로 대표된다. 틱톡(TikTok) 스타에서 출발해 의류·뷰티 브랜드와 넷플릭스 콘텐츠 계약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세 번째는 AI 기반 1인 운영체제 빌더 유형으로, 장부 정리·세무·청구서·결제·은행 업무·재무 계획을 하나의 AI 시스템으로 통합한 '레터스 파이낸셜(Lettuce Financial)'의 창업자 란 하파즈(Ran Harpaz)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크리에이터(creator) 경제에는 약 5000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