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운용성을 둘러싼 학계와 정부의 논의가 무르익는 가운데 정작 이 제도의 직접 당사자인 업계가 제약과 혁신이라는 양면을 동시에 안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경남 메타넷디지털 상무는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디지털 기술 상생 발전과 소비자 편익 확대를 위한 상호운용성 개선 방안' 토론회 토론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상호운용성은 제약이 될 수도 혁신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업계 내부에도 다양한 시각이 있다. 그는 "업계 입장이 상당히 다양할 것"이라며 "그 의견들이 입법화 과정에서 더 수집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학계가 짚은 쟁점에 공감도 표했다. 최 상무는 "원활한 연결과 상호운용성 보장 및 확대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경계라는 부분이 많이 와닿았고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에 대한 부분도 와닿았다"고 말했다.
국내 제도의 움직임도 거론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상호운용성에 대한 법 제도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과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경쟁에서 우월하고 시장의 경계를 넘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디지털 사업자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 필요성을 입법으로 구현한 독일 사례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제품을 맨 위에 올려 경쟁을 제한하거나 입점 사업자가 다른 곳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거나 끼워파는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주목한 영역은 공공 클라우드였다. 최 상무는 "국가가 운영하는 정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부분에서도 상호운용성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기존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모든 정보 시스템을 관리하던 것이 KT나 네이버, 삼성 같은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CSP)로 이관하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도 짚었다. 그는 "추진된 지 3~4년이 지난 현재 한 지방자치단체가 네이버 클라우드를 쓰다가 계약 기간이 끝나 다른 사업자로 넘어가려 해도 기술적 한계와 장벽 탓에 넘어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가 마련한 대응책도 소개했다. 그는 "국가가 클라우드 네이티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어느 사업자 간에도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과 재해 복구(DR)가 꼭 같은 사업자로만 가야 하는 제한을 타파하고 가용성 수준을 설계하는 부분까지 상호운용성의 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도 그 배경으로 들었다.
상호운용성을 둘러싼 상충된 시각도 정리했다. 최 상무는 글로벌 빅테크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내세우는 우려로 두 가지를 들었다. 그는 "상호운용성을 위해 자신의 기술 영역을 오픈했을 때 공격이 확대돼 공급망 보안이 완전히 파괴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또 "자기만의 독특한 서비스가 상호운용으로 모든 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최소공배수 수준으로 전체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빅테크 플랫폼 사업자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반대편 스타트업과 중소 IT 업체의 입장도 있다. 최 상무는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앱이나 AI를 만들어도 시장에 내놓을 공정한 경쟁의 운동장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이미 빅테크가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부분을 함께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중소 IT 업체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빅테크 사업자가 검색 노출을 상단에 놓거나 룰과 로직을 잠깐 바꾸면 중소 IT 업체가 만든 새로운 서비스가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벌어진다"며 "이 때문에 상호운용성을 통한 공정한 운동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영역의 양면성도 짚었다. 그는 "벤더 종속 없이 오픈소스 기반의 마이크로서비스 환경으로 가도록 법적 지침을 강화하는 것은 사업자 선정의 선택권을 높이고 재해 복구 사업에도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다만 부작용도 분명히 했다. 그는 "서로 다른 사업자가 쓰는 운영체제가 다를 때 이기종 간 호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더 전문적인 작업이 필요하고 재해 복구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와 유지보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상무는 제도의 가장 큰 가치를 소비자 편익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존을 위한 상호운용성 제도화라는 제목을 붙이면서도 가장 큰 가치를 잃어버린 것 같아 부끄러운 부분이 있었다"며 "가장 큰 가치는 소비자 편익에 있는데 이를 확대하려다 보니 제공하는 사업자 간에 상충이 발생하고 그 상충을 공존으로 풀어 상호운용성이 잘 돌아가는 환경을 만들자는 얘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모델의 전환도 제시했다. 최 상무는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을 만들고 서비스를 가둬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모델이었지만 상호운용성이 갖춰지면 그 기반이 되는 최저단 플랫폼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새로운 서비스나 아이디어는 혁신가들이 만들어낼 때 상호운용성이 최대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이를 위한 전제로는 보안과 역할 분담을 들었다. 그는 "서로 연동될 때는 연동되는 부분의 보안은 이미 무너졌고 신뢰할 수 없다는 기본 전제 아래 모든 보안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백엔드 단의 기반이 되는 부분과 프론트엔드의 UI·UX 혁신 서비스를 나눠 맡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지배력 규제에 대해서는 "게이트키퍼 위주로 정책을 펼쳐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부분이 필요하다"면서도 "법과 정책을 하는 분들이 고민할 영역이고 업계 전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적정한 보상 체계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최 상무는 마지막으로 모든 서비스의 뿌리가 국가에 있다는 점을 짚으며 토론을 맺었다. 그는 "메신저든 지도든 우리가 만드는 모든 서비스의 기반은 국가가 제공하는 최초의 서비스에 있다"며 "주민등록이라는 개인 식별 정보와 GIS라는 기본 정보가 있기 때문에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모든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사업자도 국가라는 플랫폼 안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로 만들어진 만큼 그 기반 안에서 또 다른 혁신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전제를 갖는다면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상호운용성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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