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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역대급 강세장 속 정치테마주 '실종'…선거전 본격화에도 무덤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견인하는 반도체 대호황과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 종목들이 시장의 유동성을 남김없이 흡수하면서 실체가 불분명한 인맥 관련 테마주에 도박을 걸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서슬...

역대급 강세장 속 정치테마주 '실종'…선거전 본격화에도 무덤덤

지방선거 후보 등록 개시에도 후보 관련 종목 주가 잠잠

단기 테마주 대신 반도체·AI 등 주도주로 시장 자금 쏠려

당국 투기성 거래 단속 강화·성숙해진 투자자 심리 한몫

“실적 중심 투자 문화 정착…정치 테마주 등장 어려울 것”

그래픽=Google Gemini

[데일리한국 정백현 기자]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지방의회 의원을 일제히 선출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14일부터 공식 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선거 때만 되면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정치인 테마주가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선 국면에는 조용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선거라는 이슈보다 반도체와 AI 등 최근 증시 주도 업종의 영향력이 훨씬 강한데다 당국의 고강도 감시 체계 가동으로 테마주가 요동치게끔 움직이는 작전 세력의 존재감이 약해진 것이 정치인 테마주 실종의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나란히 서울시 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마치는 등 이날 각 지역 선관위에서는 지방선거와 재보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서류 등록이 줄을 이었다.

통상적으로 선거를 3~4주 앞둔 시점부터는 유력 후보들과 이런저런 개인적 또는 정책적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로 특정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며 투기성 거래가 만연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6월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도 오리엔트바이오, 비큐AI, 형지엘리트, 일성건설 등이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테마주로 엮여 급등락을 거듭한 바 있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일정실업과 태영건설의 주가 변동성이 극대화됐다.

그러나 선거 이슈가 잠잠해지면서 테마주로 엮였던 종목의 주가는 선거 이전의 자리로 되돌아가거나 더 떨어지기도 했다.

1년 전과 달리 이번 지방선거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특히 과거 선거에서 유력 후보들과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변했던 종목들마저도 분위기가 잠잠하다. 거물급 광역단체장 후보는 물론 한동훈, 조국 등 대권 잠룡들의 재보선 출마에도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테마주로 꾸준히 분류됐던 진양산업의 주가는 오 후보의 출마 여부와 무관하게 지난 3월부터 5000원대 중후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 기업은 양준영 진양홀딩스 부회장이 오 후보의 고려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된 바 있다.

코스닥 소형주인 국영지앤엠의 주가는 연초보다 10% 이상 하락하고 4월부터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와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의 테마주로 분류됐는데 최재원 대표가 두 후보와 서울대 동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디티앤씨알오, 신송홀딩스 등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종목들의 주가 흐름도 시원찮다. 디티앤씨알오는 최근 5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고 신송홀딩스 역시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다 14일 소폭 반등 마감했다.

코스닥 종목인 디티앤씨알오는 부산 북구 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동훈 후보의 테마주로 꼽히는데 이성규 사외이사와의 관계 때문에 분류됐다. 이성규 이사는 한 후보의 서울대 법대·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동문의 검사 선후배라는 점이 한 후보와의 연결고리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인 신송홀딩스는 경기 평택 을에 출마한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의 테마주로 꼽힌다. 조승현 신송홀딩스 사장 부자가 조 후보의 미국 버클리대 동문이라는 점이 테마주 분류의 이유였다.

이번 선거 국면에서 유독 정치 테마주가 힘을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증시의 ‘압축 성장’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견인하는 반도체 대호황과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 종목들이 시장의 유동성을 남김없이 흡수하면서 실체가 불분명한 인맥 관련 테마주에 도박을 걸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서슬 퍼런 감시망도 한몫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매번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 특별단속반’을 상시 가동하며 불공정 거래에 대해 실시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인위적인 시세 조종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증시 안팎에서 작전 세력이 설 자리를 잃었고 상장사들 역시 “특정 정치인과 사업적 관련이 없다”는 선 긋기 성격의 공시를 신속하게 내놓으며 시장 과열을 사전 차단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전국 단위 3대 선거(대선·총선·지선) 중에서 중량감이 가장 떨어진다는 특성도 정치 테마주의 무력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방선거는 지역별로 후보가 난립하고 후보들의 정치적 체급도 다른 선거보다 상대적으로 낮기에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투자자들의 심리적 성숙도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2년간 총선과 대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정치 테마주의 끝이 항상 급락으로 끝난다는 것을 경험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한 학습 효과가 형성돼 정치 테마주에 대한 접근 자체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방선거 공약이 국가 경제 전체를 흔드는 거시적 담론보다는 지역 개발 위주의 미시적 접근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도 시장의 변동성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의 실종을 자본시장의 정상화로 해석하고 있다. 실체가 없는 기대감에 기대는 투기성 거래보다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따지는 투자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의 실종은 우리 증시가 투기판의 오명을 벗고 실적 중심의 선진국형 시장으로 진입했다는 긍정적 신호”라며 “실적과 성장성 기반의 질서 있는 랠리가 이어지는 한 과거의 비이성적 테마주 열풍은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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