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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명] 국민은 불안한데 정권은 권력놀음

정권의 시계와 여권의 풍경이 따로 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1년 4개월. 아직 갈 길이 먼데 여권의 모습은 벌써 임기 말을 연상시킨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동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40% 아래로 내려앉았고 여당에서는 주도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여명] 국민은 불안한데 정권은 권력놀음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 연합뉴스

정권의 시계와 여권의 풍경이 따로 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1년 4개월. 아직 갈 길이 먼데 여권의 모습은 벌써 임기 말을 연상시킨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동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40% 아래로 내려앉았고 여당에서는 주도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내후년 총선은 물론 아직 먼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둔 것인가. 벌써부터 정치적 셈법과 이해관계가 앞서는 모양새다. 국정 성과를 쌓아야 할 시기에 권력의 향배를 둘러싼 신경전만 요란하다. 국민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당장 부동산 시장을 보자.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지만 확장재정으로 돈이 풀리면서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경계해야 할 판이다. 정작 공급 부족을 해소할 뚜렷한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대출 규제는 역설을 낳고 있다.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을 막자 서울 강남권을 뺀,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 가격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다주택자를 악마화하고 1주택자에게 실거주를 강요한 결과, 전세는 줄고 월세는 치솟고 있다. 월세를 피해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금리 인상에 가슴을 졸이는 반면 대출 상환 능력이 충분한 사람들은 대출 규제를 사실상 가진 자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이다. 집값을 잡겠다던 정책이 되레 서민 부담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개별 정책의 성패만이 아니다. 정부가 내놓는 처방을 국민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세금이 대표적이다. 소득세부터 상속·증여세까지 인플레이션이 불러온 사실상의 증세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더 갑갑한 것은 일단 내지르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무르는 식의 일 처리다.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에도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정부 말을 믿고 따랐던 사람이 피해를 봤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세금은 얼마나 내느냐 못지않게 예측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이쯤에서 여권이 그토록 매달리는 각종 개혁 조치를 보자. 당청의 숙원 과제는 국민이 바라는 국정 우선순위와는 거리가 멀다. 여권은 온갖 논란 속에 사법 개혁 3법(재판소원 도입,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을 관철한 데 이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비판조차 허용되지 않는 성역이 된 검찰 개혁도 정작 후속 작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쯤 되면 사법 개혁인지, 사법부 흔들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여권의 행보를 보면 국민을 설득하기보다 강성 지지층의 여론을 의식하는 데 급급해 보인다. 하지만 지지층의 환호가 개혁의 정당성까지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정부가 무엇을 바꾸겠다는 말보다 자신의 삶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국민이 정부의 판단을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는 외교·안보에서 더 무겁다. 특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북한군 포로 문제를 둘러싸고 공개적인 충돌이 빚어진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유럽 내 방위산업이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 불이익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리 삶과 직결되는 한미 관계는 살얼음판에 가깝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를 둘러싼 논란부터 쿠팡 사태, 한미 간 정보 협력의 파열음, 광주 반도체 팹 건설과 맞물린 군공항 이전 이견까지. 자칫 국내 정치 논리로 접근했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를 수 있는 휘발성 큰 이슈들이다. 국내에서는 지지층의 박수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국제 무대에서는 국익의 손실로 돌아올 수도 있다.

결국 다시 정치의 문제로 돌아온다. 국민은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공방이나 여당 내 주도권 다툼에 매달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 정부·여당의 선택에 주거 안정, 일자리, 자녀의 미래가 걸려 있다. 성공하는 정부는 중도를 바라보고 정치하는 정부다. 중도는 이념이나 진영의 승리보다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나아지는지를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진정 개혁에 성공하고 싶다면 열성 지지층의 박수보다 중도층의 불안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바로잡아야 할 비정상은 멀리 있지 않다. 국민이 정부의 말과 정책을 믿지 못하는 현실, 그것부터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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