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왼쪽)과 같은 당 김승원 법사위 간사가 30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사위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대법관 후임자 30명 추천받겠다는 건 제청 권한 남용” 지적
법사위 현안질의 참석 요구…“근거 없이 불출석하면 법적 조치”
조 대법원장 탄핵 언급은 없어…대치 장기화 땐 양측 모두 부담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기존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중 한 명을 다시 제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 없이 제청권을 행사하고 청와대가 이를 반려하면서 정부·여당과 조 대법원장 간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다만 후임 대법관 지명 절차가 장기화할 경우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서영교 의원과 민주당 간사 김승원 의원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는 타당하다”며 “그 요구에 따라 법원행정처 또는 대법원장이 재제청한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노태악 대법관 후임자 추천 당시 39명이던 심사 동의자를 (추천위가) 4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도 대법원장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며 “4명 중 1명만 고집하고 그 1명이 안 되면 다시 30명을 추천받겠다는 건 제청 권한 남용이고 법원조직법이 예정한 절차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8일 조 대법원장이 서면으로 제출한 손봉기 후보자 임명제청안을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청했다. 대통령과의 대면 협의 관행을 건너뛴 일방적인 제청은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헌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특히 민주당은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후보자 4명에게 전화를 걸어 추천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을 두고 “사실상 사퇴 종용”이라고 보고 있다. 서 의원은 “대리인(법원행정처장)을 시켜 대법관 후보자에게 전화했는지 조 대법원장이 직접 답해야 한다”며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알박기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조 대법원장이 나머지 후보 3인 중에서 재제청을 하도록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법사위원들은 현행법상으로도 추천위를 재구성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법원조직법이 대법관 제청 때마다 추천위를 새로 꾸리라고 한 것은 이런 상황을 예정하지 못한 것”이라며 “남은 3명 중에서 재제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31일 법사위에 불출석할 경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국회증언감정법은 다른 법률에 우선하도록 되어 있고 누구든 이를 따라야 한다”며 “명시적 규정이 있는데도 근거 없는 사유로 불출석을 고집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이날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서면 제청이 탄핵 사유인지 당내 의견이 모이지 않은 데다, 하락 추세인 국정 지지율에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관 지명 절차가 지연될수록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모두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추천위 재구성은 조 대법원장이 원하는 방식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재제청이 늦어질수록 구속 기간 만료나 내란 사건을 포함한 전원합의체 재판 지연 문제가 계속될 텐데 조 대법원장도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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