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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떻게 빠져나가지?'… 국토부 산하 공기업, '노란봉투법 회피'에 수억...

해당 보고서에는 생성형 AI 워터마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컨설팅 업체가 AI를 활용해 작성한 보고서에 수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한국공항공사는 보고서 제출 당시 이미 워터마크가...

'어떻게 빠져나가지?'… 국토부 산하 공기업, '노란봉투법 회피'에 수억...

-공항공사 2.2억·도로공사·인천공항까지… ‘사용자성 지우기’ 컨설팅 줄줄이 발주

-AI 워터마크 보고서까지 등장… “공공기관이 법 회피 설계, 현장 신뢰 무너진다”

노조 약화를 유도하는 대응 전략이 담긴 컨설팅 자료. 의제를 ‘레드·옐로·그린’ 3단계로 구분해 공동관리·간접 통제·자율 이관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자료=정준호 의원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마자, 공공기관은 ‘준수’가 아니라 ‘회피’에 나섰다. 그것도 국민 세금으로 외부 컨설팅을 발주해 법망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구조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수억 원 규모의 연구용역과 컨설팅을 진행한 정황을 공개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골자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시행 당일 공공기관의 ‘모범 사용자’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공기업들은 법을 적용하는 대신, 사용자성을 부정하기 위한 내부 전략을 외부 용역으로 설계하고 있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의심을 받고 있는 한국공항공사다. 이 기관은 총 2억2000만원을 들여 ‘노란봉투법 대응 및 회피 방안’ 연구용역과 컨설팅을 진행했다.

보고서 내용은 명확했다. 공항공사가 자회사 노동자의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는 요소를 ‘리스크’로 규정하고, 이를 제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공항공사 컨설팅 결과보고서 결론 부분. 경영성과와 노무 개입의 혼재를 문제로 지적하면서, 역할 분리와 교섭 구조 재편을 통해 노조 약화를 유도하는 방향이 제시돼 있다. [자료=정준호 의원실]

구체적으로는 규정에서 ‘지휘·감독’이라는 표현을 ‘협의·요청’으로 바꾸고, 법적 분쟁에 대비해 사용자성을 부정할 자료를 사전에 확보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자회사 인사·징계·배치에 대해서도 사용자성을 전면 부정하고 교섭을 거부하는 전략이 포함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당 보고서에는 생성형 AI 워터마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컨설팅 업체가 AI를 활용해 작성한 보고서에 수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한국공항공사는 보고서 제출 당시 이미 워터마크가 포함돼 있었으며, 컨설팅 수행사가 작성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특정 기관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는 5000만원을 들여 유사한 회피 전략을 수립했고, 인천국제공항공사도 2255만원 규모의 노무 자문을 진행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역시 내부적으로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최소화’를 목표로 대응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공항공사 컨설팅 보고서에 생성형 AI ‘NotebookLM’ 워터마크가 포함된 정황. 제출 단계부터 해당 표기가 확인되며, 컨설팅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보고서 작성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정준호 의원실]

결국 구조는 동일하다. 법이 요구하는 책임을 이행하는 대신,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를 외부에 맡기고, 그 비용은 공공 재원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가져야 할 ‘모범 사용자’ 역할은 사라졌다. 법의 취지를 현장에서 구현하기는커녕, 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한 선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준호 의원은 “공공기관이 앞장서 꼼수로 법망을 피하려 한다면 어느 민간 기업이 법을 준수하겠느냐”며 “노란봉투법이 현장에 안착하려면 국토부 산하 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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