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주 아파트를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과 초고가 아파트 입주민 중심의 결혼 모임까지 등장하는 등 주거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관계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아파트 거주 인증 소개팅 앱 ‘아파팅’의 소개 이미지. /뉴시스
최근 거주 아파트를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과 초고가 아파트 입주민 중심의 결혼 모임까지 등장하는 등 주거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관계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급등과 자산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2030세대 아파트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됐다.
이 앱은 가입 과정에서 정부24와 대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을 통해 주민등록등본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실제 아파트 거주 여부를 인증해야 한다. 단순한 본인 확인을 넘어 거주하는 아파트 자체를 매칭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인증을 마친 이용자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인근 단지 거주자를 소개받을 수 있으며, 강남이나 서초 등 원하는 지역을 설정하면 해당 지역 아파트 거주자와의 만남도 가능하다. 주거 형태와 거주 지역이 연애 상대를 선택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초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비슷한 자산 규모와 생활환경을 공유하는 입주민들이 교류하고 배우자를 찾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다. 전용면적 84㎡의 거래가격이 60억 원을 웃도는 이 단지에서는 2024년 입주민들이 미혼 자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원결회’가 출범했다. 이후 참여자가 늘면서 ‘원베일리 노빌리티’라는 결혼정보회사 형태로 확대됐고 실제 결혼으로 이어진 사례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 일대 초고가 아파트 간 교류도 활발하다. 지난달 래미안 원베일리와 메이플자이 입주민들은 스크린골프와 농구, 탁구 등을 함께 즐기는 스포츠 교류 행사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단순한 친목 행사를 넘어 초고가 아파트 입주민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아파트가 계층을 구분하는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학력이나 직업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거주하는 아파트와 지역이 경제력과 자산 수준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집값이 일반 소득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같은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슷한 자산과 소비 수준, 생활방식을 의미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 소개팅 앱과 결혼 모임은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심화된 불평등이 만들어낸 사회적 현상"이라며 "아파트가 계층을 재생산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의 고가 아파트는 평균적인 소득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자산이 됐다"며 "이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산과 소득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조세 정책과 부의 재분배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계층 고착화 현상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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