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요즘 왜 이게 뜨지?” 온라인을 보다 보면 한 번쯤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 코너는 검색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비와 생활 속에서 갑자기 커진 관심을 따라갑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검색하고 무엇에 지갑을 열며, 일상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요즘의 이유’를 짚어봅니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출국장. 연합뉴스
“여보, 세탁세제와 안약 떨어졌어. 일본 가야 돼.”
생활용품이 떨어졌다는 말에 일본행을 선언하는 농담. 사소한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일본까지 간다는 과장된 설정이지만, SNS에서 이런 이야기가 회자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 여행이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서 나아가 사고 싶은 물건과 먹고 싶은 음식, 직접 경험하고 싶은 취향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SNS에선 문구류를 찾아다니는 ‘문구 투어’, 화장품을 구매하는 ‘뷰티 투어’, 현지 맛집을 공략하는 ‘미식 투어’는 물론 육아용품을 사기 위한 여행까지 다양한 관심사가 나타납니다. 여행지에서 쇼핑하는 것을 넘어 쇼핑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엔화 약세가 더해지며 일본 여행의 가격 매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방문객 통계와 검색어에서도 일본을 향한 관심은 꾸준히 확인됩니다. 한국인들은 왜 이토록 일본을 찾는 걸까요.
국가, 지역별 일본 방문객 현황. 일본정부관광국 관광통계 포털(JNTO)
■ 일본 찾는 한국인, 1년 새 28.7% 증가
일본 여행 열풍은 방문객 통계에서 확인됩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5만5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월 66만917명 대비 약 28.7% 늘어난 수치입니다. 1년 새 한국인 방문객은 약 19만명 증가했습니다.
반면 중국인 방문객은 같은 기간 101만8747명에서 41만8000명으로 약 59%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해 8월에는 한국인이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방문객 통계와 비교하면 한국인의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올해 8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309만8900명으로, 전년 동월 342만8406명보다 약 9.6% 줄었습니다. 전체 방문객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한국인 방문객은 오히려 늘어난 것입니다.
전체 외국인 방문객 가운데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8월 약 19.3%에서 올해 8월 약 27.4%로 높아졌습니다. 반대로 중국인 비중은 약 29.7%에서 13.5%로 낮아졌습니다.
한국인의 일본행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눈길은 여행객들이 현지에서 무엇을 찾는지로 향합니다. 방문객 수가 여행 열기를 보여준다면, 검색어는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국가, 지역별 일본 방문객 현황. 일본 관광청 관광통계 포털(JNTO)
■ ‘일본여행’에 배편 검색까지…취향 따라 떠난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여가·생활편의 분야 인기 검색어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최근 1년 평균 순위에서 1위는 ‘대마도배편’, 2위는 ‘일본여행’이 차지했습니다. 이 외에도 ‘후쿠오카배편’은 13위, ‘시모노세키배편’은 18위에 올랐으며 ‘일본골프여행’도 20위에 올랐습니다.
일본 외 여행지 관련 검색어로는 ‘크루즈여행’이 5위, ‘싱가포르여행’이 17위를 기록했습니다. 여행 관련 검색어 상위권에 일본 여행지뿐 아니라 일본으로 향하는 배편까지 등장한 점이 눈에 띕니다. 대마도와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등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행객들의 관심이 다양해지며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일정을 짜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상품이나 음식이 있는 곳을 찾아 동선을 구성하는 식입니다. 무엇을 볼지 정한 뒤 쇼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사고 먹을지 먼저 정하고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문구류를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필기구와 다이어리, 마스킹테이프를 구경할 수 있는 매장을 찾아갑니다.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면 드럭스토어나 뷰티 매장에서 평소 사용하던 제품과 SNS에서 추천받은 상품을 살펴봅니다.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미식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지 식당뿐 아니라 편의점과 마트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간식과 식품을 구경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 됩니다. 육아용품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매장을 방문해 평소 궁금했던 제품을 직접 살펴보는 식으로 일정을 짤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 여행은 단순히 어디를 방문하느냐를 넘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있습니다. 여행이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소비 활동으로 확장되는 셈입니다.
네이버 데이터랩 통계
■ 엔저 효과도 한몫…일본행 열풍, 다음은 어디?
일본 여행의 매력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은 엔화 약세입니다. 같은 엔화 가격의 상품이라도 원화로 환산했을 때 부담이 줄어들면 현지서 구매할 때 느끼는 가격 매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평소 눈여겨 본 제품을 여행 중 구매하거나 국내보다 저렴하다고 느끼는 상품을 찾아 나설 배경이 될 수 있습니다.
엔화에 대한 관심은 국내 은행의 예금 잔액에서도 나타납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1조1545억엔으로 집계됐습니다. 8월 말 1조827억엔보다 718억엔 증가한 규모입니다.
환율도 여행객들의 구매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소입니다. 하나은행이 고시한 15일 오후 3시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53.75원으로 900원을 한참 밑도는 수준입니다.
물론 엔화 약세만으로 일본 여행 열풍을 설명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한국인 방문객 증가와 검색어 순위, SNS에서 공유되는 쇼핑 정보는 일본 여행을 향한 관심이 가격뿐 아니라 취향과 경험 등 여러 방향으로 확장되는 점을 보여줍니다.
일본 여행의 인기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환율과 여행 비용, 소비자들의 관심 변화 등에 달려 있습니다. 여행의 목적이 관광에서 쇼핑과 취향 탐색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다음 여행지를 결정하는 것도 유명 관광지 대신 SNS서 발견한 문구점이나 화장품,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어쩌면 우리가 매일 쓰는 물건과 SNS 속 쇼핑 목록에 이미 담겨 있는지도 모릅니다.
양호연 기자(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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