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와 협력 가능성↑…TSMC 공급 여력 부족에 대안 부상
GAA 기반 선단공정 경쟁력 주목…AI칩 전력 효율·발열 관리에 강점
60%대 수율 안정화는 과제…하반기 흑자 전환·점유율 반등 여부 관심
삼성전자 직원들이 GAA 3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에 애플, AMD 등 글로벌 빅테크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칩 수요 폭발로 1위 TSMC의 생산 라인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세계 최초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상용화한 삼성전자가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같은 선단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5년 만의 파운드리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AMD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차세대 칩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
애플 경영진은 최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신공장을 직접 방문해 자사 기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MD 역시 차세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반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두고 삼성전자와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 방한 당시부터 오간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이처럼 앞다퉈 삼성전자를 찾는 일차적인 이유는 파운드리 1위 사업자인 대만 TSMC의 공급 병목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시보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AI 반도체 열풍으로 TSMC의 첨단 공정 라인은 2028년까지 모든 주문 예약이 마감됐다.
오는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미국 애리조나 신규 공장 역시 가동 전부터 예약이 상당 부분 끝난 상태다. 차세대 칩 출시를 서둘러야 하는 빅테크 입장에서는 2나노 이하 첨단 공정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도입한 GAA 기술력의 공정 성숙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과 전력 효율 등이 개선되면서 빅테크들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는 것이다.
GAA(Gate-All-Around)는 문자 그대로 게이트(Gate)가 전류 통로인 채널을 네 면에서(All-Around) 감싸 전류 제어력을 높이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다. 세 면만 감싸는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전력 누설과 발열을 줄이는 데 유리해, 고성능·저전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AI 반도체 공정에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멀티 브릿지 채널 FET(MBCFET)’.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GAA를 나노시트 방식으로 구현한 독자 기술 ‘멀티 브릿지 채널 FET(MBCFET)’을 적용하고 있다. 채널을 가느다란 선이 아닌 얇고 넓은 판(나노시트) 형태로 만들어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면적을 넓힌 것이다. 이를 통해 같은 전압에서도 더 많은 전류를 흘릴 수 있고, 나노시트 너비를 칩 특성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 설계 유연성도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BCFET 공정은 최신 7나노 핀펫 트랜지스터보다도 차지하는 공간을 45%가량 줄일 수 있으며, 약 50%의 소비전력 절감과 약 35%의 성능 개선 효과가 있다"며 "핀펫 공정과도 호환성이 높아 기존 설비와 제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3나노 양산 초기 겪었던 시행착오가 오히려 기술 안정화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화성캠퍼스에서 세계 최초로 GAA 기반 3나노 공정을 양산했지만, 초기에는 수율이 안정적이지 않아 대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과 협력하고 설비 투자를 이어가며 공정 성숙도를 높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2나노 공정을 중심으로 대형 고객사들도 잇따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테슬라와 22조7600억원 규모의 차세대 AI 칩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8월에는 애플에 아이폰 카메라용 이미지센서를 공급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언어처리장치(LPU) ‘그록3’ 역시 삼성전자가 생산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 탈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메모리 사업부가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지난 2023년 1분기 이후 줄곧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해 왔다. 올해 1분기에도 약 1조원 규모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점유율 반등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가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70.4%이며, 삼성전자는 7.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중국 SMIC, 대만 UM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등이 각각 4~5% 수준의 점유율로 추격하고 있다.
다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율을 보다 안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은 50~60%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통상 수율이 60%를 넘어야 안정적인 양산 체제를 갖춘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생산 라인이 한계에 달한 현시점은 삼성전자에게 있어 점유율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골든타임'과 같다"며 "하반기 테일러 공장 가동과 맞물려 2나노 양산 수율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느냐가 올해 파운드리 실적 반등과 중장기 주도권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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