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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알음알음 집짓기 그만”…건축사 ‘제값 받는’ 시장 만든다

집 한 번 지으면 몇 년은 늙는다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 설계를 맡겨야 할지부터 막막하고 설계비가 적정한지,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도 일반 건축주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공사가 시작된 뒤 문제가 생겨도 사후 보수로 넘기고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성준 서울건축가회장이 최근 서울 서초구 건축사회관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건축주와 건축가를 연결하는 플랫폼 구상을 밝히고 있다 . 성형주 기자

집 한 번 지으면 몇 년은 늙는다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 설계를 맡겨야 할지부터 막막하고 설계비가 적정한지,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도 일반 건축주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공사가 시작된 뒤 문제가 생겨도 사후 보수로 넘기고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인이나 부동산·시공업체를 통해 건축사를 ‘알음알음’ 소개받아 온 민간 건축시장의 구조적인 한계다.

박성준 서울특별시건축사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건축사회관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을 설계하려고 해도 누구한테 부탁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신뢰가 낮다 보니 건축사와 건축주 모두 불만족하는 일이 많다”며 이 같은 ‘괴로운 집짓기’를 바꾸기 위한 민간 건축 플랫폼 ‘지음터’를 이달부터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땅을 사는 단계부터 건축주와 건축사를 연결하고 설계비와 업무 범위, 계약부터 완공까지의 과정을 협회가 관리하는 일종의 ‘집짓기 PM’이다. 건축주는 믿고 집을 맡기고 건축사는 전문성에 걸맞은 대가를 받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달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지음터는 일주일 만에 참여 건축사가 400명으로 늘었다.

2024년 4월 취임해 서울시와 감리·인허가 제도 개선 등에 주력해 온 박 회장이 남은 임기 핵심 과제로 꺼내든 것이 ‘민간 설계 대가 정상화와 거래 구조 혁신’이다. 서울시건축사회는 민간 설계 대가를 공공 설계 대가기준의 6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현재 민간시장에서는 건축물의 용도나 설계 난이도, 인허가에 투입되는 업무량과 무관하게 ‘평당 얼마’ 식으로 설계비가 정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 회장은 “작아도 비싼 건물이 있을 수 있고 지역이 까다로워 행정 절차가 많은 경우도 있다”며 “통상적으로 ‘평당 얼마’라는 개념으로 설계비가 결정되다 보니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지음터에 표준계약서를 적용하고 업무 범위와 난이도 등을 반영해 적정 설계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성준 서울건축가회장이 서울 서초구 건축사회관에 있는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기존 민간 플랫폼과 가장 큰 차이는 매칭 이후에도 협회가 전 과정에서 도움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프로젝트매니저(PM)가 계약과 설계 과정을 관리하고 건축주와 건축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협회가 중재한다. 박 회장은 “온라인에서는 서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만나고 경쟁이 많다 보니 건축사가 어필할 수 있는 게 가격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며 “계약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취소되는 경우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설계비를 제대로 받는 대신 건축사의 책임도 강화한다. 박 회장은 설계자의 역할이 도면을 그리고 인허가를 받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건축물이 완성될 때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는 집이 완공될 때까지를 설계라고 본다”며 “도서는 집을 짓기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문서이지 디자인의 끝이 아니다. 실체가 만들어질 때까지가 디자인의 끝”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좋은 집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설계자에게 끝까지 완성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라며 설계자가 시공 과정에도 참여해 자신의 설계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건축사회는 지음터에서도 계약 단계부터 설계자가 완공까지 관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지음터는 우선 신축을 대상으로 시작해 향후 증축과 건축행정, 시공사 선정 등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토지 매입 전 건축 가능 규모를 검토하는 단계부터 설계·시공과 준공 이후 사후관리까지 연결해 집짓기의 문턱 자체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박 회장은 “장기적으로 사후관리까지 연결해서 집을 짓는 일이 괴로움이 아니라 좀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게 협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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