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잠김 뚜렷·소형 전세 쏠림과 ‘월세난’ 심화…대형 평수 전세는 ‘찬밥’ 신세
▲ 12일 세종시 새롬동 아파트단지 인근에 ‘법무부, 성평등가족부 세종이전 확정’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신서희
[중부매일 신서희 기자]
2027년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의 세종시 이전 가시화라는 ‘대형 호재’와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라는 ‘초강력 규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집값 급등을 기대한 매물 잠김 현상과 대출 한파가 겹치며 서민들은 살인적인 월세 폭등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내년에 뛸 텐데 왜 팔아?” vs “더 오르기 전에…” 불안감이 낳은 묻지마 매수
이 같은 부동산 기현상의 배경에는 집주인들의 굳건한 기대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내년(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주요 중앙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7억대에서 맴돌던 급매물들이 소진되면서, 이제 매도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8억 이하로는 절대 안 판다”며 가격 방어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세종시 소담동(새샘마을) 일대 A공인중개업소에는 매수 대기자들의 조바심이 커지며 이례적인 매매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방문 예약이 잡혀있던 소담동의 38평 매물이 ‘블라인드 계약’으로 나갔다.
A공인중개사업소 관계자는 “매도인이 7억 대에 가격을 맞춰주겠다고 하니, 대기하던 손님이 집도 보지 않고 바로 계약을 진행했다”며 “계약하신 분은 현재 같은 단지에 전세로 거주 중이신 분인데 단지 입지와 구조를 이미 잘 알고 계시고, 누수 등 ‘중대 하자’는 어차피 매도인에게 담보 책임이 있으니 굳이 내부를 확인하기보다 ‘7억 대 막차’를 타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월세도 없다. 지금 장난이 아니다”며 “집을 산다는 것도 아니고 소개만 시켜준다는데도 됐다고 한다. 집값이 올라갈건데 왜 지금 파냐고 한다”고 설명했다.
◇“80만원도 비싸다더니 이젠 150만원”… 빈집 월세 무는 세입자
임대차 시장, 특히 월세 매물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어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새샘마을1단지의 B공인중개사는 “올해 초만 해도 월세 80~90만원 선도 비싸다는 느낌이었지만, 이젠 100만원짜리 매물도 거의 없다”며 “월세 호가가 120~150만원선인데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다 보니 세입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는 ‘울며 겨자 먹기’ 식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기존 전셋집 주인이 보증금 인상을 요구해 당장 11월 17일에 이사를 해야 하는 세입자 김모씨는 최근 세종시 BRT 노선 인근의 59㎡(25평형) 아파트(보증금 2천만원, 월세 100만원)를 가계약했다. 계약 당시 거주 중이던 집주인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나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명도 날짜를 확정할 수 없다”며 뜸을 들였다.
당장 이사할 월세 매물이 없었던 김모씨는 “만약 11월 17일 전에 집주인이 이사를 가게 되면, 비어있는 기간 동안의 한 달 치 월세(100만원)를 세입자가 부담한다”는 불리한 조건에도 가계약서를 작성했다. “한 달 만에 타 지역에 집을 구해 이사하기는 쉽지 않으니 11월 중순까지는 무조건 살게 될 것”이라는 중개사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집주인은 가계약 후 “10월 17일 전에 이사를 나가게 됐다”고 통보했다.
BRT 역세권과 초·중학교 인접 입지 조건을 놓칠 수 없던 김씨는 입주도 하기 전에 비어있는 집의 월세 1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극단적인 임대인 우위 시장이 만들어낸 씁쓸한 풍경이다.
◇매물 증발 수치로 입증… 대형 평수 전세는 ‘찬밥’
매물 잠김 현상은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으며 대형 평수 전세 찬밥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소담동 매물 수를 확인한 결과, 8월 마지막 주 33개였던 매물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12일 기준 25개로 눈에 띄게 줄었다.
새샘마을3단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급한 매도자들은 이미 물건을 거의 정리했고, 지금은 집주인들이 내년에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며 매물을 싹 거둬들였다”고 전했다.
반면 전세 시장은 평형에 따라 뚜렷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59㎡·84㎡(25평·34평형) 등 중소형 평수는 수요가 꾸준하지만, 98㎡·109㎡ 등 중대형 평수는 수요가 급감하며 매물이 적체되고 있다.
3단지 중개사는 “불과 한두 달 전만해도 34평형이 3억 3천만원 최고가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3억원대로 내려도 잘 안나간다”며 “25평은 잘나가는데 34평도 매물이 쌓이고 있는 등 큰 평형대가 지금 안빠진다”고 설명했다.
대형 호재를 등에 업고 팽배해진 집주인의 매물 회수와 다급해진 실수요자의 추격 매수세. 여기에 중소형 평수와 특정 입지에만 수요가 쏠리는 극단적 양극화, 그리고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린 월세 폭등세까지 더해지면서 세종시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혼란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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