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일본 나고야 파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에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나고야=윤웅 기자
48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인 아시안게임이 32년 만에 일본에서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직전 항저우 대회가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면서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아시안게임이다.
20회를 맞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19일 파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16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이날 행사에는 커스티 코번트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셰이크 조안 빈 하마드 알사니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 나루히토 일왕 부부, 조직위원장을 맡은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 등이 참석했다.
대회 슬로건은 ‘IMAGINE ONE ASIA ここで、ひとつに’다. 영문으로는 ‘하나의 아시아를 상상하라’, 일본어로는 ‘여기서, 하나로’라는 뜻이다. 이날 개회식 연출을 맡은 나고야 출신 연출가이자 스타 감독인 쓰쓰미 유키히코는 모두의 단결과 아시아 국가의 연대를 함축한 ‘하모닉 하트비트’를 콘셉트로 무대를 꾸몄다. 메인 무대 역시 하트 모양으로 설치됐다.
오후 6시가 가까워지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파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에서는 이번 대회 43개 종목의 픽토그램과 대회를 앞둔 설렘을 표현한 심장박동을 담은 카운트다운 영상이 상영됐다. 오후 6시 정각 대회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관중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참석한 한국 선수단이 파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에 입장하고 있다. 나고야=윤웅 기자
약 30분간 개막 공연이 펼쳐진 뒤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영문 국가명 순서에 따라 16번째로 입장했다. 기수는 탁구 간판 신유빈과 조정 베테랑 김동용이 맡았다. 두 선수가 대형 태극기를 손에 쥔 채 경기장에 등장했고, 선수들은 소형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밝은 표정으로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한국 선수단의 개회식 참가 인원은 9개 종목 50여 명으로 구성됐다.
개최국 일본 선수단이 마지막인 46번째로 입장한 직후 개회가 선언됐다. 이어 일본 출신 올림픽 스타들이 운반한 OCA기가 게양됐다. 나고야를 비롯한 아이치현 주요 지역을 소개하는 영상이 송출됐고, 1958년과 1994년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도쿄와 히로시마에서 채화된 성화는 지난달 나고야성에서 점화된 불꽃과 결합해 현장에서 봉송됐다.
성화는 마지막으로 일본이 낳은 부자(父子) 아시안게임 전설의 손을 거쳤다. 1970년 방콕 대회부터 1986년 서울 대회까지 아시안게임 해머던지기 5연패를 달성한 무로후시 시게노부와 1998년 방콕 대회와 2002년 부산 대회에서 같은 종목으로 연속 금메달을 따낸 아들 무로후시 고지가 성화봉을 함께 들고 계단을 올라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하트 모양에 나고야성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금빛 샤치호코(호랑이 머리에 물고기 몸을 한 상상 속 동물)를 본뜬 성화대도 눈길을 끌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참석한 북한 응원단이 깃발을 흔들며 자국 선수단을 응원하고 있다. 나고야=윤웅 기자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한 북한 선수단도 8번째 순서로 밝은 표정과 함께 입장했다. 여자 복싱 황효순과 남자 탁구 우태룡이 선수단 맨 앞에 섰다. 선수단 일부는 운동장 위에 마련된 선수단석에 앉아 휴대전화로 서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8년 만에 일본 땅을 밟은 김일국 체육상도 관중석에서 선수들을 맞았다. 개회식 전부터 관중석 한쪽에 앉아 있던 그는 무더운 날씨에 소매 단추를 풀고 연신 부채질을 하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이상현 선수단장과는 불과 5열 차이로 같은 블록에 앉았다. 이들 사이에 소통은 없는 듯 했다.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자 이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박수를 보냈다.
이후 자리에 앉아 물과 간식을 먹던 김일국 체육상은 개회식이 끝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날 북한 선수단 입촌식 당시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던 그는 이날 개회식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묵묵부답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일본을 방문한 북한 인사 가운데 서열 2위와 3위인 박정천 선수단장과 고철호 북한올림픽위원회 서기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고야=최원준 기자 1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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