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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아마존, 80억달러 엔비디아 칩 넘기고 다시 빌려쓴다…‘GPU 금융’ 확산

아마존이 약 80억달러(약 10조8000억원) 규모의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을 특수목적기구(SPV)로 옮긴 뒤 다시 임차해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 80억달러 엔비디아 칩 넘기고 다시 빌려쓴다…‘GPU 금융’ 확산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2024년 12월 3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re:Invent)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아마존이 약 80억달러(약 10조8000억원) 규모의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을 특수목적기구(SPV)로 옮긴 뒤 다시 임차해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비가 급증하면서 고가의 GPU에 묶이는 자본 부담을 줄이고 외부 자금을 끌어오는 ‘GPU 금융’이 빅테크로 확산하고 있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투자자들과 수천 개의 엔비디아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 칩을 별도 SPV에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전 대상 칩의 가치는 약 80억달러다.

해당 칩은 아마존이 매입했거나 임차해 사용 중인 물량으로, 네바다와 버지니아 등 미국 5개 주의 12곳이 넘는 데이터센터에 설치돼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아마존은 칩을 SPV로 옮긴 뒤 다시 빌려 데이터센터에서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SPV는 채권을 발행해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아마존은 이 기구의 지분을 최대 10%까지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과 엔비디아는 관련 보도에 즉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칩은 계속 쓰고 투자 부담은 외부 자본과 나눈다

아마존은 GPU를 계속 쓰되 보유 부담은 줄이려는 것이다. 수십억달러 규모의 칩을 SPV로 넘겨 외부 자금을 끌어오고, 다시 임차해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AI 경쟁이 격화하면서 빅테크는 GPU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냉각·네트워크 설비 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아마존이 검토하는 구조는 이런 자산을 모두 직접 보유하기보다 외부 자본을 활용해 보다 ‘자산경량화(asset-light)’된 방식으로 AI 인프라를 운영하려는 시도다. FT도 이번 방안이 아마존의 재무구조를 보다 자산경량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이나 항공기를 팔고 다시 빌려 사용하는 ‘세일앤드리스백’과 닮은 점도 있다. 다만 같은 구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전 대상에는 아마존이 이미 임차한 칩도 포함돼 있고, 거래 이후 자산과 부채가 회계상 어떻게 처리될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 엔비디아가 그린 ‘GPU 금융’…아마존까지 들어왔다

GPU를 금융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AI 인프라 시장에서 시작됐다. 엔비디아는 지난 8월 아폴로,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KKR 등과 AI 컴퓨팅 인프라 금융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장기적으로 5000억달러 이상의 제3자 자본을 끌어들여 AI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에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도 올해 3월 최대 85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재조달하면서 GPU 클러스터뿐 아니라 우량 고객과의 계약에서 나오는 매출을 금융 구조에 함께 넣었다. 최근 로이터는 이 대출이 투자등급을 받은 데 메타와의 계약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번에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 사업자 가운데 하나인 아마존이 수천 개의 최신 엔비디아 칩을 SPV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GPU 금융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AI 인프라 전문업체가 GPU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수준을 넘어 빅테크가 막대한 AI 설비투자 부담을 분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 투자자는 GPU를 믿을까, 아마존을 믿을까

다만 월가가 GPU 자체를 부동산이나 항공기처럼 장기간 가치가 유지되는 담보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GPU가 장기 자금조달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로이터에 AI 연산자산이 “생산적이고 내구성이 있으며 대체 가능한 자산”이라며 금융회사들이 고객과의 계약, 예상 현금흐름, GPU의 잔존가치 등을 함께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의 평가는 더 보수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GPU의 감가상각 기간을 3~4년 정도로 잡고 있으며, 장기간 담보가치를 평가할 만큼 충분한 과거 데이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투자자들은 GPU의 잔존가치 불확실성을 감안해 더 높은 금리와 추가적인 재무적 완충장치, 강한 상환 보호도 요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GPU 자체만으로 돈을 빌려주기보다는 투자등급을 가진 기술기업의 장기 계약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이나 엔비디아의 보증 등 추가적인 상환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는 현재 시장이 GPU를 항공기처럼 그 자체로 투자할 만한 자산으로 받아들일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마존 거래에서도 투자자들이 따질 것은 80억달러어치 그레이스 블랙웰의 중고가격만은 아니다. 아마존이 칩을 계속 사용하면서 지급할 임차료와 회사의 신용도도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마존은 현재 투자자들의 관심을 확인하며 거래 구조를 논의하는 단계다. SPV의 구체적인 자금조달 조건과 지분 구조, 실제 거래 성사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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