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케네디우주센터에서 NASA의 아르테미스 2호 달 탐사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photo 뉴시스·AP
지난 4월 1일(현지시간) 인류가 54년 만에 다시 달 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아르테미스 2호가 발사됐다. 아르테미스 2호는 달 뒷면 근접 관측을 포함해 다양한 시스템을 검증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앞서 여섯 차례 달 착륙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아르테미스 2호 탐사는 과거의 달 탐사와 무엇이 다르며, 우리나라의 우주안보 관점에서는 어떤 함의를 지닐까.
우주안보란 외부의 간섭이나 방해 없이 우주에 접근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안전(safety)과 안정(stability)을 보장하며,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유지하는 상태를 뜻한다. 아르테미스 2호는 우주인 생존, 시스템 성능, 비상 대응을 중심으로 100개 이상의 세부 목표를 수행했다.
이번 임무의 상당수는 우주안보의 첫 번째 요소인 '안전', 즉 우주인과 시스템의 안전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네 명의 우주인은 10일 동안 공기 정화와 물 공급, 폐기물 관리, 음식 섭취 등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우주 환경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하는지를 점검했다. 좁은 캡슐 내부를 거주 모드로 전환하고 운동기구를 시험하면서 우주인의 스트레스 수준을 관찰한 과정은, 향후 장기 우주비행을 위한 필수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우주인들은 수면 패턴과 신체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우주 방사선과 고립감이 면역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타액 샘플도 수집했다.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절차를 훈련한 점도 중요하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 적대적 환경에 노출되는 우주인들은 어떤 비상상황에 직면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1월에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우주인 1명이 건강 문제로 조기 귀환하는 일이 있었다. 아르테미스 2호는 기존 아폴로 프로그램보다 더 먼 경로로 달 궤도를 비행한 만큼, 지구의 즉각적인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의 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과정 자체가 임무 성공과 우주인 안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근접 운용과 도킹 카메라 성능도 시험했다. 향후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지속적으로 시도될 달 착륙을 위해서는 우주 공간에서의 정밀 기동이 필수적이다. 영화 속 장면만 보면 우주선의 랑데부와 근접 운용이 느리고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총알보다 빠른 속도에서 이뤄지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이번 시험은 오리온 우주선이 지구 고궤도에 도달한 뒤 SLS 로켓 상단부를 상대로 정밀 기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진행됐다. 이와 동시에 도킹 카메라의 성능도 점검했다. 이는 내년 발사될 아르테미스 3호 등에서 달 착륙선과 도킹할 때 필요한 수동 조종 능력을 입증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르테미스 2호는 광학 통신과 다양한 부탑재체 운용 능력도 시험했다. 아르테미스 2호는 단순히 달을 왕복하는 탐사선이 아니라 이동형 우주 실험실에 가깝다. 지구 궤도 임무와 달리 지구와 달 사이에서는 빛의 속도로도 신호 왕복에 2.5초 이상이 걸리는 만큼, 통신 성능의 향상은 필수적이다. 광학 통신은 기존 무선 통신보다 훨씬 빠른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해 심우주 탐사의 효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아르테미스 2호에는 한국이 제작한 큐브위성 K-라드큐브(K-RADCube)도 부탑재체로 실려 밴앨런복사대에서 우주 방사선을 측정할 예정이었다. 당초 이 큐브위성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가 탑재돼 방사선 내성 실험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큐브위성이 지상국과 정상적인 교신에 실패하면서 실험은 무산됐다.
마지막으로, 재진입 열 차폐 성능과 해상 착륙 절차 검증도 이번 임무의 핵심 과제였다. 재진입과 열 차폐 성능 검증은 오리온 우주선의 마지막이자 가장 혹독한 시험이다. 우주선은 시속 약 4만㎞의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때문에 극한의 열을 견뎌야 한다. 아르테미스 1호 무인 임무 당시에도 열 차폐막에서 예상치 못한 마모 현상이 발견된 바 있다. 이번에는 우주인 안전을 위해 재진입 궤도를 보다 수직에 가깝게 조정해 고온 노출 시간을 단축했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한국의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계획과 한국이 추진 중인 달 탐사 계획의 가장 큰 차이는 유인 우주비행 여부에 있다. 한국 달 탐사 계획의 핵심은 무인 달 탐사다. 한국은 2032년까지 무인 달 착륙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 성공할 경우 2045년까지 무인 화성 착륙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유인 우주비행의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당장은 지구 궤도 비행부터 단계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아르테미스 2호 임무는 우주안보의 관점에서 한국 달 탐사 계획에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 무인 탐사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우주선 시스템의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파악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아르테미스 2호 역시 발사 전부터 수소 누출, 센서 오작동, 우주선 화장실 문제 등 다양한 결함과 변수에 직면했다. 한국 역시 2032년 달 착륙 이전에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변수를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유인 우주 탐사까지 염두에 두며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도전적 연구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선제적 취약점 파악을 바탕으로 한국의 달 탐사 계획은 아르테미스 임무가 아직 충분히 시도하지 못한 독자적 심우주 기술을 실증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우주항공청 로드맵에 제시된 '달 항법 기술'이나 '자율운용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연구해, 향후 아르테미스 임무와 호환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아르테미스 계획이 미처 개척하지 못한 분야에서 국제 협력의 필수 파트너로서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달 탐사 계획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은 우주안보의 세 번째 요소이기도 하다. 이는 우주 활동이 후속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의 우주개발이 우주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책임 있는 행동을 우선하도록 이끄는 국제 규범과 규칙이 중요하다. 한국이 아르테미스 계획과의 협력에 머무르지 않고 이러한 국제 규범과 규칙의 형성까지 주도할 수 있다면, 우주안보의 지속 가능성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동시에 한국 달 탐사 계획은 우주 경제를 뒷받침하는 지속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보다 후발 주자인 한국의 달 탐사 전략은 '우주 경제 영토 확장'이라는 실리적 목표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미국처럼 정부 차원의 천문학적 자본을 투입하거나, 중국처럼 정치적 성과를 우선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대신 달 자원의 탐사와 활용, 달 기지의 경제 인프라 구축이라는 우주 경제 과제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다. 결국 아르테미스와 한국의 계획이 함께 축적해 나갈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은 우주안보를 향한 공생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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