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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쏘카 1500억 자율주행 법인 띄운다, 크래프톤 650억 베팅으로 판 키워

빅테크가 쥐어왔다. 현대차그룹이 모셔널을 통해 로보택시를 추진하고, 카카오모빌리티가 플랫폼 연계 방식으로 자율주행 영역에 발을 담근 것이 대표적이다. 쏘카의 접근은 결이 다르다. 제조도 빅테크도 아닌...

쏘카 1500억 자율주행 법인 띄운다, 크래프톤 650억 베팅으로 판 키워

카셰어링 플랫폼이 자율주행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첫 번째 대형 실험이 시작됐다.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주도권은 완성차 제조사와 빅테크가 쥐어왔다. 현대차그룹이 모셔널을 통해 로보택시를 추진하고, 카카오모빌리티가 플랫폼 연계 방식으로 자율주행 영역에 발을 담근 것이 대표적이다.

쏘카의 접근은 결이 다르다. 제조도 빅테크도 아닌 카셰어링 운영사가 15년치 실도로 데이터를 들고 자율주행 상용화의 주체로 직접 나섰다. 하루 110만km에 달하는 실주행 기록과 22만 건의 사고 데이터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쌓인 것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여기에 크래프톤이라는 예상 밖의 파트너가 650억원을 얹으면서 국내 자율주행 민간 파트너십 역사상 가장 큰 판이 열렸다. 기술 경쟁이 데이터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쏘카가 보유한 실거래 기반의 데이터 자산이 자율주행 상용화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쏘카는 1500억원 규모의 자율주행 전문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크래프톤이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해 쏘카에 6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신설 법인에도 별도 투자자로 참여하는 구조다. 투자 규모 면에서 국내 자율주행 서비스 분야 민간 파트너십으로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신설 법인은 오는 5월 중 출범하며 박재욱 쏘카 대표가 대표를 겸직해 사업을 직접 이끈다.

사진=쏘카

쏘카가 이번 사업에서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자산은 데이터다. 2만5000대 카셰어링 플릿에서 하루 약 110만km의 실주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중앙집중형 파이프라인을 올해 1분기 이미 구축했다. 22만 건에 달하는 사고 데이터를 포함해 자율주행 AI 학습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된 엣지 케이스 데이터도 확보했다. 경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나 현대차 계열이 제조·플랫폼 연계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쌓아온 것과 달리 쏘카는 실제 운행 데이터의 양과 품질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셈이다.

사업 경로는 단계별로 설계됐다. 레벨2 수준의 카셰어링 서비스부터 시작해 레벨4 기반 라이드헤일링 등 완전 자율주행 B2C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가는 방식이다. 기술 내재화와 실제 서비스 검증을 병행하면서 국내외 파트너십도 전방위로 확장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미래 이동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크래프톤의 참여는 게임사의 모빌리티 베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로 쌓은 현금 자산을 기반으로 AI와 딥테크 분야 투자를 지속 확대해왔는데, 이번 쏘카 투자는 자율주행 데이터 영역으로의 접점을 넓히는 행보로 읽힌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쏘카가 카셰어링으로 다져온 15년간의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를 발판 삼아 미래 이동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겠다"며 "이용자들의 이동 습관과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인 설립을 국내 자율주행 상용화 경쟁의 분수령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웨이모와 테슬라가 미국 시장에서 로보택시 상용화를 가속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아직 민간 주도의 대규모 자율주행 서비스 법인이 없었다.

쏘카가 1500억원 규모의 전담 법인을 세우고 크래프톤이라는 이종 산업의 대형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은 기술 개발과 서비스 운영을 하나의 법인 안에서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레벨2에서 레벨4까지의 단계적 상용화 로드맵이 실제로 작동한다면 쏘카는 카셰어링 사업자라는 정체성을 벗고 국내 자율주행 서비스의 기준점으로 자리잡는 첫 번째 민간 기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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