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상가에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지하철 2호선 신촌역 2번 출구에서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로 이어지는 사거리. 연세로와 명물거리가 만나는 신촌 상권의 노른자위지만 유플렉스 옆 건물 1층 통유리에는 ‘임대 문의’와 ‘통전세’ 등의 현수막이 줄지어 붙어 있었다. 연세로에 맞닿은 7층 건물은 네 개 층만 겨우 채웠고 이면 골목에서는 3층짜리 건물 한 동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코로나 이전만 해도 사거리 1층이나 명물거리 진입로 가게는 수천만 원의 권리금을 불렀는데 이제는 무권리금이라도 세입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며 “골목 안쪽은 임대료를 낮춰가며 겨우 공실을 메우지만 대로변은 건물 가치 하락 우려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자영업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때 은퇴자들의 노후 대비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꼬마빌딩’도 위기를 맞고 있다. 상가 공실률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금리까지 오르면서 임대수익으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도 버거운 건물주가 늘고 있다.
4일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일반 상가 공실률은 9.4%로 2021년 4분기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촌·이대와 잠실·송파 등 유동 인구와 배후 주거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했던 상권은 코로나 팬데믹 정점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공실이 늘었다. 신촌·이대의 일반 상가 공실률은 2021년 4분기 14.7%까지 치솟았다가 2023년 2분기 7.1%로 떨어지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후 다시 상승해 올 2분기 12.1%를 기록했다.
잠실·송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코로나 당시에도 최고 공실률이 13.2%에 그칠 정도로 탄탄한 배후 수요를 자랑했지만 올해 1·2분기 연속 16.6%까지 치솟았다. 강남 신사역 상권 역시 가로수길 침체 등이 이어지면서 올 2분기 공실률이 18%를 기록해 팬데믹 당시 최고치인 15.2%를 넘어섰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상권은 빠르게 회복하면서 지역별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명동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4분기 공실률이 50.1%에 달했던 명동은 올해 1분기 5.1%, 2분기 6.3%까지 낮아지며 사실상 침체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팝업스토어 성지이자 외국인 쇼핑 명소로 자리 잡은 뚝섬(성수) 상권도 올 2분기 공실률이 2.2%에 불과해 빈 점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높아진 공실률은 꼬마빌딩 투자자의 수익성에도 직격탄을 주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신촌·이대와 잠실·송파 상권의 올 2분기 소득(임대)수익률은 각각 0.67%, 0.44%였다. 이를 단순 연 환산하면 각각 2.7%, 1.8% 수준이다. 최근 은행 예금금리가 연 3~4%를 오가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 이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빌딩 중개 전문 업체 대표는 “명동과 성수 꼬마빌딩은 최근 1~2년 사이 매매가가 급등한 경우가 많아 수익용 부동산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지만 높은 매매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 관심이 여전히 높다”며 “반면 공실이 해소되지 않는 상권은 수년째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매년 손실을 보는 건물주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상권의 양극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권 회복을 외국인 관광객이 이끌면서 관광·브랜드 소비를 목적으로 찾는 명동·성수·도산대로 등 목적형 상권의 임대료와 매매가는 뛰는 반면 내수 소비에 의존하는 생활밀착형 상권의 회복은 더디기 때문이다.
다만 신촌·이대와 신사 등 일부 상권에서는 ‘렌트프리’ 등을 통해 실질 임대료가 내려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투자 가격이 충분히 낮아질 경우 임대수익률 측면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신촌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자영업 침체로 당장 상가 임대료를 올리기 어려워 매각이 급한 건물주들이 수익률 4% 선을 맞추기 위해 매매가를 대폭 조정하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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