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엠게임·넷마블, 비게임 전선 확대
안정적 수익 기반 확보…수익 다각화 전쟁
크래프톤과 한화 로고. 사진=크래프톤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비게임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이 급격히 출렁이는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방산·로봇·헬스케어 등 고성장 분야로의 신규 진출과 함께 렌탈·결제·콘텐츠 등에서 이미 다각화를 선행한 기업들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드론이 된 배틀그라운드, 로봇이 된 게임 기술
=27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산 피지컬 AI 사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합작법인(JV) 설립과 대규모 투자 논의까지 포함한 협력이다. 'PUBG: 배틀그라운드'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AI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접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자산운용의 10억 달러 규모 펀드에도 투자 참여하며 장기적으로 우주·항공 분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수십 명이 동시 참여하는 오픈월드 전투 게임이다. 교전 상황·이동 경로·주변 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시각화하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드론과 무인체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현대 전장에서 상황 인식을 돕는 시뮬레이션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30년 AI 플랫폼 완성을 목표로 B2B 수익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중견 게임사 엠게임은 AI·로봇 기술을 결합한 커머스 플랫폼 구축과 실버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아이유 마켓' 20개 매장을 실증 운영하고 있으며 키오스크·배달 로봇·영상 기반 보안 시스템 등 매장 자동화 솔루션을 B2B 방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F&B·편의점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며 솔루션의 SaaS화를 통해 안정적인 구독형 수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실버 헬스케어 브랜드 '보듬케어'는 IoT 바이오 데이터와 인지 게임을 결합한 통합 플랫폼으로 200곳 보급과 재활 관제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고령화 수요 증가에 따른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엠게임 로고. 사진=엠게임
◇다각화 먼저 택한 기업들, 성과로 답했다
=비게임 사업 다각화를 선행한 기업들은 이미 그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넷마블은 2019년 렌탈 기업 코웨이를 인수해 안정적 현금 창출 기반을 일찌감치 마련했다. 신작 부진으로 실적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코웨이가 꾸준한 영업이익을 내며 재무 버팀목 역할을 했다. 구독형 렌탈 수익 모델을 통해 매월 고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한 덕분에 투자 여력도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코웨이 영업이익이 17%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쌍끌이' 효과를 입증했다.
NHN은 간편결제 '페이코'를 중심으로 커머스·클라우드 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종합 IT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다. 페이코 거래액은 79% 성장했으며 결제 부문의 절반을 담당하는 NHN KCP가 매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매출은 17% 늘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해 테마파크·웹툰·영화·금융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AI·콘텐츠 분야 벤처투자를 확대하며 게임 기술을 접목한 투자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위메이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넷'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인프라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
위메이드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용 메인넷 '스테이블넷(StableNet)'의 생태계를 사전 체험할 수 있는 테스트용 지갑 '스테이블넷 월렛'을 공개했다. 사진=위메이드
◇성공과 실패 사이
=비게임 사업이 순항만 한 것은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K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로 글로벌 다운로드 2000만건을 기록했으나 적자가 지속되면서 결국 매각했다. 컴투스도 K팝 미디어·메타버스에 투자했다가 지분법 손실을 기록했다. 게임 기술과의 연계성이 낮거나 수익 모델이 불분명한 영역으로의 진출은 오히려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게임사의 산업 정체성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기술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과 연결되는 구조로 진화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엔씨·컴투스 사례처럼 적자 리스크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온다. 재무 건전성과 기술 고도화를 동시에 갖춰야 비게임 사업이 진정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신작 하나의 성패에 회사 전체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는 투자자에게도, 내부적으로도 지속 불가능하다"며 "게임 개발에서 쌓은 AI·시뮬레이션 기술은 방산이나 헬스케어 같은 분야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섣부른 확장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웨이나 페이코처럼 안착한 사례는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이나 인수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게임 기술과의 접점이 불분명한 분야에 무리하게 진출했다가 철수한 사례도 있는 만큼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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