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교실, 빼앗긴 ‘국어’의 시간
극단 백수광부, 8월 1일 보성군문예회관서
2026년 07월 22일(수) 16:40
연극 ‘국어의 시간’의 한 장면.<극단 백수광부 제공>
“어찌하여 나는 부끄러워야 하는가. 오, 슬픈 국어시간이여.”(문병란 ‘식민지의 국어시간’ 중)
우리말이 금지되고 일본어가 ‘국어’로 불리던 일제강점기 말, 교실 안에서 벌어진 균열과 불안을 그린 연극이 관객을 만난다.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국어의 시간’이 오는 8월 1일 오후 2시 보성군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 보성군·백수광부 주관.
‘국어의 시간’은 일본에서 요미우리 연극상 작품상을 받은 오리 키요시의 희곡 ‘國語の時間’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번역은 린다전, 연출은 하동기가 맡았다.
배경은 1940년 여름, 일제강점기 경성의 한 소학교 교실이다. 교원 대부분은 일본인이지만, 조선인 교사들도 학교 안에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고 일본어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간다. 여름방학을 앞둔 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의 집을 찾아가 창씨개명 신청을 권유해야 하는 업무가 주어진다.
그러던 중 조선총독부 학무국 관리가 학교를 찾아온다. 교실 칠판과 벽에 한글로 적힌 낙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낙서에는 조선의 독립을 요구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일본어가 지배하는 교실 안에 한글 낙서가 남겨진 순간, 학교는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니라 감시와 의심, 두려움이 뒤섞인 장소로 바뀐다.
극은 낙서 사건을 둘러싼 조사 과정에서 조선인 교사들의 내면이 흔들리는 모습을 따라간다. 누가 한글을 썼는지, 누가 의심받고 있는지, 자신은 어디까지 침묵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인물들은 서로를 경계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일본어를 가르쳐야 했던 교사들은 애국과 매국, 교육과 억압 사이에서 불편한 질문과 마주한다.
공연은 전막 일본어 대사로 진행되고 한국어 자막이 함께 제공되는 형식이이다. 관객은 낯선 언어가 교실을 지배하는 상황을 직접 체감하며,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침묵과 부끄러움을 더욱 선명하게 마주하게 된다.
공연 관계자는 “일본어가 ‘국어’로 불리던 시대, 말과 이름을 빼앗긴 사람들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언어와 정체성, 그리고 선택의 문제를 함께 되짚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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