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6’에 전시된 LG전자의 빌트인형 식기세척기. [사진 LG전자]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6’의 주방가전·가구 전시회 ‘유로쿠치나’. 이 곳에 마련된 LG전자 부스의 식기세척기에는 ‘AI 센스클린’ 기능이 탑재됐다. 마치 “오늘은 좀 기름진 식사를 하셨군요?”라고 묻듯 인공지능(AI)이 센서로 식기의 오염도를 실시간 분석해 물 온도와 세제량을 조절하고 32개 맞춤 코스를 제안한다. 세척 중에는 바닥에 불빛을 띄워 남은 시간도 나타낸다. 똑똑한 가전이 가구처럼 공간 속으로 스며든 장면이다.
세계 최대 디자인·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국내 가전기업들은 ‘디자인과 AI’의 결합을 구체화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세계 190여개국, 220여 개 브랜드가 참가하고 40만여명이 현장을 찾았다.
LG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빌트인 라인업을 공개했다. 전시 공간은 지난 2024년 대비 2배 이상 넓혀 약 840㎡(약 254평) 규모로 조성됐고, 전시 제품 수도 약 20% 늘어났다.
이날 가전 라인업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사진 LG전자]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만나 “이제는 제품을 넘어 공간 솔루션을 파는 것이 지향점”이라며 “빌트인을 가사 노동이 사라지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말했다. 집안에 설치된 가전이 데이터를 알뜰히 수집해 ‘씽큐(ThinQ)’ 앱으로 가전 기기들을 유기적으로 연동하는 게 핵심이다. 가전이 집이라는 시스템의 인프라로 녹아들 경우, AI가 사용자의 개입없이 가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그림이다.
실제 빌트인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빌트인 가전 시장은 약 645억 달러(약 93조원) 규모로, 일반 가전(연 4~5%)보다 빠른 성장세(연 7.8%)를 보이고 있다. 특히 건축업체(빌더)가 가전을 일괄 선택하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는 한 번 채택되면 유지 보수와 재구매로 이어지는 ‘손 큰 단골’이 형성된다. 이에 백 본부장은 “빌더수를 2배 늘리고 관련 매출도 전년대비 2배 성장을 목표한다”며 “실제로 유럽시장이 올 1분기 전년 대비 80% 이상 성장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빌트인 특성에 맞춘 세밀한 기술력도 강조됐다. 문을 최대 각도로 열어도 옆 벽에 부딪히지 않는 정교한 힌지 구조, 500원짜리 동전 두 개 두께에 불과한 약 4㎜ 간격만으로 설치할 수 있는 정밀 설계 등이 대표적이다. 김수연 LG전자 HS디자인연구소장(상무)은 “기존에 쌓아온 디자인 전통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간결한 디자인, 친환경 소재를 기반으로 오래 사용해도 심미적 가치가 유지되는 제품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백 부사장 역시 “밀레, 보쉬, 지멘스 등 전통 브랜드는 물론 비앤비, 페로, 리빙디바니 등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를 살피며 가전과 가구가 어떻게 접목될 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도 ‘디자인은 사랑의 표현’을 주제로 AI 기술이 개인의 삶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파티가 시작되면 닫혀있던 냉장고가 식탁처럼 변하고, 액자형 가전이 고흐의 화풍으로 그린 ‘내 얼굴 자화상’을 띄우는 식이다. 이밖에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옷차림을 제안하는 등 초개인화된 ‘웰니스(건강·생활 관리)’ 경험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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