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파트너'서 'RWA 부담'으로
(그래픽=제미나이 활용)
시중은행들이 보유 중인 인터넷은행(인뱅) 지분에 대한 관점이 ‘전략적 동반자’에서 ‘재무적 투자’로 이동하고 있다.
시중은행 자체의 디지털 역량이 고도화되면서 출범 초기 디지털 혁신 노하우 공유 등의 시너지 기대감은 줄어든 반면,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통한 자본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 출범 초기부터 주요 주주로 참여하며 지분을 보유해왔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4.88%), 우리은행은 케이뱅크(9.22%), 하나은행은 토스뱅크(8.95%)의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이다.
과거 시중은행들이 인뱅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미지의 영역이었던 디지털 금융의 혁신 DNA를 이식받기 위한 ‘전략적 투자(SI)’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시중은행 역시 디지털 전환(DX)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인뱅에 뒤처지지 않는 디지털 역량을 갖추게 됐다.
이제 시중은행들은 인뱅의 상장(IPO) 후 지분을 매각하며 시세차익을 거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일 케이뱅크 상장일에 753만6442주(주당 8738원)를 장내에 매도해 658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케이뱅크 지분율은 기존 11.08%에서 9.22%로 줄었다.
우리은행이 상장 당일에 매도한 이유는 자본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바젤III 규정에 따르면 은행의 주식 지분 위험가중치는 250%로 잡힌다. 즉 이번 매도로 1645억원 가량 위험가중치(RWA)를 줄이고, CET1비율(보통주자본비율)을 개선하는 효과도 본 셈이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주가를 위해 자발적으로 보호예수 기간 6개월을 지정했다. 이에 따라 3739만4917주를 의무 보유하고 있다.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 바로 매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민은행의 카카오뱅크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88%다. 4%대를 유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지분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 5% 이상이 아니어서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관련 투자를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 측정금융자산(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고 지난해 말 ‘단순 투자’로 보유 목적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설립 초기만해도 전략적 투자자(SI) 관점을 전하며 10% 가량의 지분을 매입했다. 그러다 1480만주 가량을 주당 2만8700원에 처분했다. 국민은행의 카카오뱅크 지분 주당 매입가가 6037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분 매각으로만 3355억원의 매각 차익을 거둔 셈이다.
반면 비상장사인 토스뱅크의 지분을 보유한 하나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투자 회수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엔 더존비즈온과 함께 추진했던 ‘제4인뱅’ 컨소시엄이 무산되면서 관련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이후 자회사 제주은행을 통해 ‘DJ뱅크’라는 인터넷 기반 채널을 만들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 기조 변화로 제4인뱅 출범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시중은행들이 인뱅 지분을 ‘장기적 동행’보다는 ‘유동적 자산’으로 보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기 인터넷전문은행은 디지털 금융 혁신을 함께 모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의미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시중은행들의 디지털역량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투자 목적 역시 전략적 협업에서 자본 효율성이나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