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직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여 상담을 부탁드립니다.”
직장갑질119에 도착한 한 통의 메일 제목이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사회복지시설 직원이었다. 그가 일한 시설에는 직원이 3명 있는데 한 명은 시설장의 아들이고, 다른 한 명은 시설장의 지인이었다. 시설장은 연고가 없고 나이가 어린 그를 수족처럼 부렸다. 시설장과 그의 아들이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사이, 그 혼자 밤늦게 남아 일했다. 주말에도 일했다. 그러나 수당은 없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의 수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설장은 대학에 출강했는데, 과제와 시험 답안 채점을 그에게 지시했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밴드에도 가입시켰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폭언도 했다. 살인적인 업무량, 대리 채점 및 특정 정치인 지지 강요, 폭언까지 그 모든 것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그러나 법은 그를 보호하지 않았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규정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이들을 버렸다. 예외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규정을 시행령으로 정했으나, 중요한 규정은 다 뺐다. 사업주로서는 얼마나 매력적인 제도인가. 그러니 5인 미만 사업장인 것처럼 위장하는 회사가 많다. 실제로는 하나의 회사인데 사업자 등록을 두 개 내고 직원 수를 쪼개거나, 직원 중 일부를 프리랜서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영세한 사업주를 위한다며 근로기준법은 그보다 더 열악한 노동자 보호를 포기했건만, 정작 영세하지 않은 사업주들이 그 혜택을 누린다. 사실 5인 미만 사업장이 영세하다는 것도 도식적인 이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등 소위 ‘사’자가 운영하는 사무소 다수가 5인 미만 사업장이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5인 미만 사업장인지 계산할 때, “법 적용 사유 발생일 전 1개월간 일한 직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 중의 가동 일수로 나누어 산정”해야 한다. 그래서 직원 수가 5명이 넘어도 5인 미만 사업장이 될 수 있다. 장담하건대,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 계산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노동은 일상이고 노동자는 율사가 아니건만,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나서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했다. 며칠 전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다. 다투려면 근로기준법 말고 시행령을 다투라는 취지다. 5년 걸려 한 답변치고는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헌법재판소는 외면했지만 답은 아주 간단하다. 최저임금법처럼 근로기준법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면 된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근로조건의 기준을 법률로 정하라 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인간의 존엄을 보장받으며 일할 권리가 있다. 물론 진짜 영세한 사업주들도 있다. 그렇다고 직장 내 괴롭힘을 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다. 금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 그건 다른 제도로 해결할 일이다. 명색이 근로기준법이라면 노동자 편에 서야 하는 것이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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