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풍성한 LCK 로드쇼가 있었나. 젠지가 초청팀에 이틀 연속으로 승점을 퍼줬다. 참가 팀들이 호스트에게 후기를 남길 수 있다면 별 5개를 주지 않았을까.
젠지는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경기 고양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6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 3라운드 경기에서 각각 T1과 디플러스 기아에 0대 2으로 패배했다. 젠지는 14승6패(+15)가 돼 KT 롤스터(14승5패 +13)에 레전드 그룹 3위 자리를 내줬다.
이번 이틀 동안의 경기는 젠지가 호스트로 나서 개최한 LCK 로드쇼였기에 더욱 씁쓸한 결과다. 젠지는 자신들이 LCK 로드쇼를 기획하고 T1과 디플 기아를 원정팀으로 초청했다. 두 경기 모두 완패를 당했다. 4번의 세트, 승리에 근접한 순간조차 없었다.
오랫동안 LCK의 최강자 자리를 지켜온 젠지이기에 이같은 모습은 생소하다. 올해 역시 지난 3월 LCK컵 홍콩 결승전에서 BNK 피어엑스를 꺾고 우승할 당시까지만 해도 젠지가 이처럼 손이 크고 마음이 넉넉한 로드쇼 호스트가 될 거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시작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부터였다. 젠지의 경기력은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FST)를 기점으로 수직하락하기 시작했다. 귀국 후 LCK 정규 시즌 경기에서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6월 로드 투 MSI에서 T1에 패배, T1에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진출 티켓을 내줬다. 그리고 MSI 기간 재충전 후 반등은, 적어도 3라운드 첫 주 차에는 없었다.
‘룰러’ 박재혁과 ‘듀로’ 주민규, 바텀 듀오가 젠지 부진의 이유로 지목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게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특정 라인만을 경기력 저하의 원인으로 삼는 건 의미가 없어졌다. 이번 로드쇼에선 그동안 젠지의 버팀목 역할을 해냈던 ‘기인’ 김기인과 ‘쵸비’ 정지훈도 힘에 부쳐 하는 모습이 나왔다. 마치 피로 골절처럼 그랬다.
팀의 강점이 퇴색된 모양새다. 젠지에게 이번 로드쇼에서 가장 아팠던 게임은 역설적으로 이들이 가장 많은 오브젝트를 챙기고 포탑을 깬 T1전 2세트다. 젠지는 게임 초반 정글 교전에서 대승을 거뒀다. 골드 차이를 벌리고 드래곤 스택도 쌓았다. 그러나 스노우볼을 굴리지 못했고, 결국 내셔 남작 한타에서 밀려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했다. 그동안 젠지는 역전승과는 친했어도 역전패와는 낯선 사이였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체급의 젠지’ ‘밸류의 악마’ 등으로 불리던 젠지다. 게임이 길어지면 결국 이긴다는 ‘위닝 멘털리티’가 이들에겐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게임의 장기화가 곧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감이 생기고, 빠르게 증식한다. 반지원정대의 ‘멍청한 올인’ 이후 가장 큰 위기, 이들은 어떻게 타개해나갈까. 젠지는 오는 5일 한화생명e스포츠, 7일 KT 롤스터와 붙는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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