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텍사스 증권거래소 견제
미국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 건물. /AFP 연합뉴스
234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시가총액 기준)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기업 및 금융권 거물들을 대상으로 하는 ‘월가 사교 클럽’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주 기업 스페이스X 등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익성 높은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NYSE가 과거 주권(株券)을 보관하던 금고를 개조해 초청을 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만들어 올여름 개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NYSE는 지하에 금고를 갖고 있지만 정확히 몇 층에 이 사교 클럽이 생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린 마틴 NYSE 회장이 이 비밀 공간에 어떤 인물을 초대할지 기준을 정하는 결정권을 쥐고 있다.
월가에서는 NYSE의 아성을 넘보고 있는 나스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같은 전략을 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스페이스X와 AI 스타트업 앤스로픽, 오픈AI 등이 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아닌 NYSE에 상장하도록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IPO가 유력한 스페이스X의 경우 기업 가치가 1조7500억달러(약 2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거래소 입장에서는 거액의 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NYSE는 지난해 말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가 나스닥으로 거래소를 옮긴 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FT는 “NYSE는 사교 클럽을 만드는 이유가 대형 IPO와 무관하다고 하지만 (나스닥과의) 자존심 경쟁과 연간 수십만 달러 규모의 상장 수수료가 걸려 있다”고 했다. 나스닥 역시 NYSE와 같은 뉴욕 맨해튼에 본부를 두고 있다. 다만 전자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NYSE처럼 트레이더들이 상주하고 개장 타종 행사 등이 진행되는 별도의 객장은 없다.
여기에 ‘월가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올해 개장할 계획인 텍사스 증권거래소를 견제하기 위해 거물들을 위한 네트워킹 허브를 건물 내에 만들겠다는 구상도 녹아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세계 최대 금융기관들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텍사스 증권거래소는 뉴욕 거래소를 위협하는 신흥 강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과거에도 NYSE에는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장소가 있었다. NYSE는 1898년 7층에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다이닝 클럽을 만들었다. 표백 처리된 나무 바닥이 깔리고 벽에는 박제된 사슴 머리가 달려 있는 고풍스러운 공간이었다고 한다. 미국 외교 거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방문한 적이 있는 이곳은 전자 거래가 대면 거래를 완전히 대체하고, 술을 곁들이는 긴 점심 문화가 사라진 2006년 문을 닫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