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먼데이피칭 열어 기업 진단·전문기관 연결
바이오 지원 경험 바탕으로 반도체·이차전지 등 확대
▲ 충북 오송에 위치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전경. /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양정아 기자] 충북에는 오송의 바이오 연구·실증시설과 청주·오창의 반도체·이차전지 산업 기반이 모여 있다. 이 자산이 창업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기술을 검증할 기관과 첫 고객, 투자자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업 발굴부터 실증·투자·해외 진출까지 성장단계별 지원을 연결하고 있다. 센터의 주요 사업과 성과를 살펴보고 지난 7월 취임한 변형균 대표이사에게 충북 창업생태계의 과제와 운영 방향을 들었다.
/편집자
◇ 기업이 필요할 때 찾는 먼데이피칭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매주 월요일 창업기업의 사업 발표가 열린다. 기업이 10분 동안 기술과 사업을 소개하면 10분간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어느 단계에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 후속 지원을 검토한다.
센터가 8년째 운영하는 먼데이피칭이다. 그동안 전국에서 7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했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시점은 지원사업 공고 일정과 무관하다는 판단에서 매주 문을 열어두고 있다.
피칭 이후에는 진단 결과에 따라 특허 분석과 비임상 설계, 인허가 상담 등을 지원한다. 현금을 지급하는 대신 필요한 서비스를 전문기관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크레딧 방식이다. 올해 7월 누적 기준 사업화·실증 크레딧 지원기업은 568개사다.
지원 항목은 산업별로 구분된다. 바이오는 약리기전·효력시험과 비임상, 인허가, 기술이전 전략 등을 지원한다. 의료기기는 인체적용시험과 보험급여, 뷰티는 성분과 인증 등을 다룬다. 이차전지·식품·스마트팜·로컬 브랜드를 위한 항목도 마련돼 있다.
담당 PM은 기업과 한두 달 동안 과제를 수행한다. 이후 결과 보고회를 열어 성과와 보완점을 확인하고, 추가 시험이나 사업화 과제가 나오면 다음 지원으로 연결한다.
2015년 설립된 충북창경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충북도를 두 축으로 운영되는 공공 액셀러레이터다. 현재 원스톱지원실·경영전략실·지역혁신실·액셀러레이팅실·벤처투자실 등 대표이사 직속 5개 실을 두고 기업 발굴부터 보육·실증·투자·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 예비창업패키지 글로벌 시장개척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프랑스 현지에서 멘토링을 받고 있다. / 충북창경
◇ 기술검증 뒤 투자, 해외시장 진출까지
기업의 성장자금은 직접투자와 펀드, TIPS 등을 통해 연결한다. 올해 7월까지 직접투자와 센터 주도 펀드를 통한 선행투자는 누적 149억6천만원이다. 민간 후속투자 연계 규모는 3천970억원에 이른다.
센터는 2016년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가운데 처음으로 TIPS 운영사가 됐다. 올해 7월 말까지 68건을 추천해 61개사가 선정됐으며 선정률은 89.7%다. 2023~2025년 추천한 23건은 모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올해의 TIPS 운영사’로 뽑혔다.
올해 핵심 사업인 창업도약패키지 딥테크 분야는 바이오·헬스 중심의 도약기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사업화 자금과 기술고도화를 지원하고 투자·시장 연계를 돕는다.
원스톱 지원체계에서는 기술·투자·규제·판로 문제에 맞춰 전문가를 연결한다. 대·중견기업과 공공기관의 수요를 발굴하는 기술사업화패키지와 오픈이노베이션도 추진한다. 스타트업의 기술을 검토하고 공동 실증과 사업화, 후속 협력으로 이어가는 사업이다.
해외 진출은 BIO Europe과 MEDICA 등 전문행사와 파트너 기관을 활용한다. 기업별 사전 준비부터 비즈니스 매칭, 행사 이후 협상까지 지원한다.
▲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바이오 스타트업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스웨덴에서 열린 ‘Global Biotech Startup Launchpad’에 참가한 모습. / 충북창경
◇ 초기 투자받은 바이오기업 3곳 코스닥 상장
센터가 투자·지원한 기업 중 파로스아이바이오와 엑셀세라퓨틱스, 인벤테라 등 3개사는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들 기업에는 초기 투자 이후에도 특허전략과 해외 파트너 연결, 후속투자 등을 지원했다.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는 2017년 TIPS 투자를 받았다. 센터는 이듬해 특허분석을, 2019년에는 지식재산 기반 연구개발인 IP-R&D 특허전략을 지원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2023년 상장했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세포치료제 등에 쓰이는 무혈청 화학조성 배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센터는 2017년 IP-R&D 특허전략과 TIPS 투자를 지원하고 2018년 BIO Europe을 통한 해외 파트너 연결을 도왔다. 이 기업은 2024년 상장했다.
차세대 MRI 조영제를 개발하는 인벤테라는 2018년 센터의 엔젤투자와 TIPS를 시작으로 해외 파트너 연결과 후속투자 연계 지원을 받았다. 이후 임상개발과 투자유치를 이어가 올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센터는 이처럼 기업을 한 번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개발과 시장 진입 과정에 필요한 지원을 이어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 ‘충북 청년 로컬창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린 ‘중부권 로컬크리에이터 생태계 네트워킹’ 현장. / 충북창경
◇ 바이오는 깊게, 지역 창업 지원은 넓게
향후 산업 지원 방향은 ‘딥 바이오, 와이드 충북’이다. 바이오 분야에서 쌓은 실증·투자 역량을 강화하면서 반도체·이차전지·AI·뷰티·미래에너지와 로컬창업으로 지원을 넓힐 계획이다.
바이오는 먼데이피칭과 바이오배치 100을 중심으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이오벤치마킹스쿨과 메드텍 스쿨을 통한 교육도 운영한다.
반도체는 소재·부품·장비와 팹리스, 공정 소프트웨어 분야의 애로기술을 찾아 시제품 제작과 공정 검증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이차전지는 안전성·수명 진단, 공정 효율, 재사용·재활용 분야의 수요를 중심으로 기업 발굴과 실증·투자 연계를 추진한다.
시·군의 자원을 제품과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로컬기업도 판로와 투자로 연결할 계획이다. 창업가 교류 기반으로는 650명 규모의 노마드포럼과 200명 규모의 로컬크리에이터 커뮤니티가 있다. 매달 사업 경험을 나누거나 먼저 지원사업에 선정된 창업가가 사업계획서를 공유하고, 새 제품을 함께 검토하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센터는 대학·연구기관의 기술과 인재, 실증시설, 수요기업과 투자기관을 연결하는 창업도시 구상도 제시했다. 기업이 필요한 기술검증과 투자, 시장 진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 변형균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가 센터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양정아
[인터뷰] 변형균 충북창경 대표 “창업가가 찾아오는 충북 만들겠다”
“충북에 부족한 것은 자산이 아니라 연결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7월 1일 취임해 석 달을 맞는 변형균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는 지역 창업환경을 이렇게 진단했다. 취임 이후 창업가와 기업, 정부·지자체, 연구기관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충북의 산업 기반을 창업기업이 실제로 활용하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오송에는 바이오 국책기관과 연구·실증시설이 있고 청주와 오창에는 반도체·이차전지 산업 기반이 있다. 그러나 창업가에게는 자신의 기술을 어디서 검증하고 첫 고객을 어떻게 만날지가 더 시급하다. 검증 이후 필요한 자금과 사람을 구하는 일도 남는다.
변 대표는 “산업시설과 지원기관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질문들이 저절로 풀리지는 않는다”며 “제 임기의 일을 ‘발자국을 길로 잇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당시 첫 100일은 듣고, 1년은 세우고, 2년은 증명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는 현장에서 들은 과제를 토대로 기업 지원체계와 성과관리 방식을 정비하고 있다.
우선 초기 창업과 본격적인 성장 사이를 잇는 기능을 보완할 계획이다. 기술을 사업으로 구체화할 전문가와 첫 거래를 맺을 수요기업, 성장단계에 맞는 투자자를 연결하는 일이다. 지역 중소·중견기업이 공동개발 파트너이자 첫 고객으로 참여할 여지도 크다고 봤다.
다만 스타트업 제품을 구매해 달라는 요청만으로 협력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변 대표는 “대기업에는 구매 절차와 보안 규정이 있고 그것을 건너뛰라고 할 수는 없다”며 “기술의 성능뿐 아니라 비용, 품질, 검증 기간과 적용 조건을 알아야 협력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산업현장의 문제와 스타트업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함께 살필 계획이다. 기술검토나 공동 실증을 시작할 때 담당자와 일정, 검증 기준을 정하고 이후 구매나 공동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구상이다.
행사도 기획 단계부터 참가 기업이 누구를 만나고 어떤 과제를 검토할지 정할 방침이다. 만남이 끝난 뒤 필요한 지원까지 살펴 일회성 교류에 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행사를 몇 번 했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파트너와 조직에 무엇이 남았는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 일이 끝난다”고 강조했다.
성과관리에서는 지원 건수와 참여 인원 외에 매출·기술이전·후속투자 등 기업의 변화를 살핀다. 이를 위해 사업별로 남아 있는 기업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지원받은 151개 기업의 이력 분석을 출발점으로 어떤 지원이 성장에 도움이 됐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투자는 규모 확대와 함께 회수·재투자에 무게를 둔다. 이미 투자한 기업에서 자금을 회수해 새로운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변 대표는 이 과정이 반복되면 기관의 운영 기반을 다지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창업가가 투자자의 판단 기준을 배우는 교육과정도 구상하고 있다. 센터의 TIPS·직접투자 경험을 활용해 투자자가 무엇을 보고 결정하는지 이해하고 자신의 사업을 설명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지역 정착에 대해서는 공간과 자금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청년과 경력자는 지금 입사할 회사뿐 아니라 몇 년 뒤에도 지역에서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살핀다는 설명이다.
작은 모임이라도 주제를 갖고 꾸준히 만나도록 지원하고, 기업 간 교류가 공동개발과 거래로 이어지게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충북에서 얻는 기회도 커져야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센터 내부에서는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이 같은 자료를 반복해서 설명하는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담당자가 기업의 기술과 사업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각 산업의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도 과제로 삼았다.
변 대표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그 기업에 대한 이해가 이어져야 한다”며 “사람이 바뀌어도 남아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짜 변화”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가 쌓이면 창업가들이 필요한 사람과 기회를 찾아 충북으로 모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창업을 하려면 충북에 한번 가 봐야 한다’는 말이 업계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목표로 꼽았다.
기업이 센터를 찾았을 때 다음에 누구를 만나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있고 지역 안에서 후속 성장의 기회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운영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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