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4개 시·도, 경쟁보단 각자 강점 부각 우선
광역교통망 확충 성과 위한 협력 필요도 높아져
공동 현안 해결 위한 재정·권한 이양 필요성도
구형서 의장 “국회·중앙정부와 소통 늘릴 것”
▲ 충청권 4개 시·도 로고. / 충남도
[중부매일 이잎새 기자]
충남과 충북, 대전, 세종 4개 광역단체는 지난 2024년 전국 최초로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과 ‘충청광역연합의회’를 출범시켰다. 시간이 지나 5극 3특, 행정통합 등이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하면서 광역단위 협력의 중요성도 커졌다. 이에 중부매일은 제2대 충청광역연합의회 의장을 맡게 된 구형서 충남도의원을 만나 충청광역연합의 현재를 짚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충청광역연합이 출범한 지 2년. 전국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라는 상징성을 넘어 이제는 실질적인 초광역 협력체로서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구형서 제2대 충청광역연합의회 의장은 이를 위해 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을 강화하고 충남·충북·대전·세종이 각자의 강점을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5극 3특’ 구상과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충청광역연합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단순히 4개 시·도가 공동 현안을 논의하는 협의체에 머무르기보다 산업·교통·인프라 등 충청권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안에 공동 대응하고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구형서 충청광역연합의회 의장이 19일 중부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 이잎새
# 5극 3특 시대…“충남은 제2수도권 핵심”
이런 가운데 박수현 충청광역연합장이 제시한 ‘제2수도권’과 ‘5극 3특’ 구상은 충청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축이다.
박 연합장은 최근 충남도 실국원장회의에서 “충남도가 제2수도권, 5극 3특의 핵심이라고 확신한다”며 “그만큼 우리는 유리한 산업·지리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5극 3특’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비수도권 거점으로 분산해 지역별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정부 구상이다. 수도권과 인접하면서 대규모 산업단지와 항만, 교통망 등을 갖춘 충남으로서는 충청권의 새로운 성장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박 연합장은 이를 위해 제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광역교통망 확충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동서횡단철도와 충청내륙철도 등 광역교통망에 사활을 걸고 GTX-C 천안아산 연장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과 수도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교통망은 충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세종·충북과 연결되는 교통축이 확대될수록 충청권 전체가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첨단산업도 ‘충청권 전체’의 성장으로
산업 분야 역시 초광역 협력의 필요성이 큰 분야다.
충청권은 대전의 연구개발 역량, 세종의 행정 기능, 충북의 바이오·반도체 산업, 충남의 제조업과 첨단산업 등 서로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박 연합장은 충남의 첨단산업 투자 확대와 함께 지역 간 불균형 문제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천안·아산·당진·서산 등 북부권에 첨단산업 투자가 집중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나머지 11개 시·군과의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202조원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가 충남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지만 특정 지역에만 효과가 집중돼서는 안 되는 만큼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산업과 역할을 발굴하고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충청권 전체에도 적용된다.
구 의장은 4개 시·도가 각각 경쟁하기보다 지역별 강점을 연결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충북이 바이오에서 앞서 있다면 충청권 차원에서 특화하고 지원할 수 있다”며 “충남·충북·대전·세종이 각각 잘하는 것을 나눠서 연계하고 경계에 있는 토지와 인프라도 함께 활용해 상생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충청광역연합의 역할은 4개 시·도의 사업을 단순히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경쟁력을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 문제는 ‘권한’과 ‘재정’…56억원으로 어디까지
문제는 이러한 구상을 실제 사업으로 구현할 수 있는 권한과 재정이 충분하느냐다.
현재 충청광역연합은 충남·충북·대전·세종이 각각 14억원씩 분담해 총 56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구 의장은 “56억원 예산으로 충청권 전역의 공동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수행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중앙정부의 교부금과 권한 이양, 4개 시·도가 가진 권한을 연합으로 이양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과 권한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구 의장의 설명이다.
그는 “예산은 권한과 같이 맞물려야 의미가 있다”며 재정 지원 확대와 함께 광역연합이 공동사업을 직접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권한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광역연합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과 함께 공동사업을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 첫 성과는 ‘광역교통’에서 나와야
구 의장은 광역연합이 가장 먼저 성과를 만들어야 할 분야로
광역교통망을 꼽았다.
현재 4개 시·도는 각각 필요한 철도와 도로 사업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광역단체 차원의 요구를 넘어 충청권 전체의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공동 대응하는 역할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구 의장은 “4개 시·도가 원활하게 상생 발전하려면 철도망과 도로망, 광역철도망 등에 대해 우리가 보다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
했다.
충청광역연합이 4개 시·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공동사업을 발굴해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박 연합장이 강조한 동서횡단철도와 충청내륙철도, GTX-C 천안아산 연장 등도 개별 지역의 교통사업을 넘어 충청권 전체의 생활·경제권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충청광역연합 3대 연합장을 맡고 있는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지난 18일 도청에서 열린 실국원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이잎새
# 행정통합 시대…광역연합은 무엇을 해야 하나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충청광역연합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새로운 과제가 됐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통합과 4개 시·도가 각자의 행정체계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기능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광역연합은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구 의장은 행정통합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행정구역을 합치는 것만으로 실질적인 통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광주·전남 통합 사례 등을 언급하며 기관과 조직, 공무원 체계 등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하나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충청광역연합을 활용해 산업·교통·인프라 등 공동 기능부터 묶는 ‘기능적 통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4개 시·도를 당장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합치지 않더라도 공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무와 권한부터 연합에 모아 성과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 ‘협의체’ 넘어 5극 3특 뒷받침할 실행기구로
결국 충청광역연합의 다음 과제는 ‘연합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연합을 통해 무엇을 만들어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박 연합장이 제시한 ‘제2수도권’과 ‘5극 3특’ 구상이 현실화되고 충청권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4개 시·도의 경쟁력을 하나로 연결하는 초광역 협력체가 필요하다.
광역교통망과 첨단산업,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을 개별 지자체의 몫으로 남겨두지 않고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정과 권한을 확보하고 4개 시·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실행력도 갖춰야 한다.
구 의장은 “우리끼리 토론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봐야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무조건 국회와 소통하고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출범 2년을 맞은 충청광역연합은 이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전국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라는 상징성을 넘어 5극 3특 시대 충청권의 새로운 성장축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초광역 협력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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