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큐 개편 한 달 만에 설치 1500% 폭증…신한은 6월 '뉴 슈퍼쏠' 코인지갑까지 탑재
올봄 시중은행들의 모바일 앱이 일제히 새 옷을 갈아입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차세대 디지털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퍼스트'를 마치고 개선된 새 플랫폼을 본격 운영 중이다. 신한금융은 오는 6월 차세대 슈퍼앱 '뉴 신한 슈퍼SOL'을 출시를 앞둔 상황. 단순 송금·조회 기능에서 벗어나 증권·보험·연금·생활서비스를 한 앱에 녹이는 '슈퍼앱 전쟁'이 2026년 들어 본격 점화됐다.
하나원큐, 개편 한 달 만에 1500% 폭증…시중은행 선두는 KB스타뱅킹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은행 모바일 뱅킹 앱 '하나원큐'가 지난달 사용자 수 1500% 급증이라는 이례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하나원큐의 사용자 증가 수는 176만명으로 증가율은 1548%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 설치 건수는 180만건에 달했다.
숫자만 보면 눈부신 성과다. 하나은행은 개편 시기에 맞춰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을 동시에 겨냥한 대규모 프로모션을 병행했고, 생애주기 전반을 고려한 종합 연금 투자 관리 시스템인 'AI연금투자 솔루션' 통합 서비스도 선보였다.
그러나 이면도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월 19일 하나은행이 기존 '하나원큐' 앱을 사실상 폐기하고 '뉴 하나원큐'라는 이름의 신규 앱 설치를 사용자에게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기존 앱은 '(구)하나원큐'로 전환하며 아이콘을 회색으로 바꿨고 곧 폐기 예정이다.
4월 기준 뉴 하나원큐의 평점은 3.2점(리뷰 1540건)인 반면, '종료 예정' 딱지가 붙은 (구)하나원큐는 4.2점을 유지하고 있다. 폐기되는 구버전이 현역 신버전보다 평점이 1점 높다. 강제 개편과 충분하지 않은 사전 공지 탓에 고객 반발도 적지 않은 상태다. 다만 단순 송금·조회 기능에서 벗어나 증권·보험·연금·생활서비스까지 한 곳에 담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란게 금융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업계 선두는 KB국민은행이다. 리딩뱅크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2023년 1분기 1119만명에서 2024년 말 1303만명, 2025년 3분기에는 1379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시중은행 앱 중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권의 슈퍼앱 경쟁은 2021년 10월 KB국민은행이 KB스타뱅킹을 전면 개편한 뒤 본격화했다.
가장 일찍 슈퍼앱으로 전환한 선발주자답게 은행 거래뿐 아니라 보험·카드·증권·공공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앱을 확장해왔다. 특히 5대 은행 가운데 통합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KB국민은행이라는 평가다. KB스타뱅킹 중심으로 개인 뱅킹 기능을 단일 앱에 집약하며 한때 19개에 이르렀던 앱 수를 줄였다.
우리은행 또한 '우리WON뱅킹'을 대신해 새롭게 선보인 모바일 뱅킹 앱 '뉴WON(원)뱅킹'은 17개월 동안 총 630억원이 사업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은행 앱을 기반으로 카드·캐피탈·종합금융·저축은행 등 각 계열사 주요 서비스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하는 구조다. 타 금융사 계좌까지 통합 조회하고 자산·소비패턴을 분석해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담겼다.
가장 뒤처지는 곳은 농협이다. 농협은 태생적 특성상 앱 수가 5개나 된다. NH올원뱅크, NH스마트뱅킹, NH콕뱅크, NH페이, NH기업뱅킹을 동시에 운영 중이다. 농협은행(제1금융권)과 농·축협 상호금융(제2금융권)이 별개 법인이기 때문에 각각의 전용 앱이 필요하다는 게 농협 측 설명이다.
신한, 6월 '뉴 슈퍼쏠' 출격…코인지갑에 예금토큰까지
신한금융그룹 역시 오는 6월 새롭게 선보이는 그룹 통합 슈퍼앱 '신한 슈퍼SOL'에 '코인 지갑' 기능 탑재를 추진하면서 은행권의 디지털자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 금융 통합을 넘어 디지털 자산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선언한 셈이다.
사진=신한은행
신한금융은 향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이후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은행 계좌 연동 '코인 지갑' 서비스를 슈퍼앱에 탑재할 계획이다. 예금토큰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차세대 디지털 화폐를 담는 핵심 인프라로 슈퍼앱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생활 결제 연계도 눈에 띈다. 올 하반기 개시되는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 참여하는 신한은행은 뱅킹앱 내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해 배달앱 '땡겨요', 편의점, 여행자보험 등 다양한 생활 결제에 활용할 계획이다. 은행 앱이 결제·자산·디지털화폐를 아우르는 생활 인프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개편에 신한금융이 투입하는 비용은 156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존 앱은 이미 '(구) 신한 슈퍼SOL'로 명칭을 바꾸며 단계적 축소 수순을 밟고 있다.
구조적 딜레마에도 슈퍼앱 경쟁 나선 이유...'디지털자산 주도권'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슈퍼앱을 내세우지만, 고객경험 점수는 아직 인터넷은행과 격차가 크다는 평가다. 실제 MAU 격차가 여전하다. 토스는 지난해 말까지 MAU 1910만명을 달성했고, 카카오뱅크도 지난해 3분기까지 MAU 1874만명을 기록했다. 시중은행들이 슈퍼앱을 외치면서도 쉽게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구조적 딜레마 때문이다.
흩어진 기능을 한 앱에 전부 담으면 용량이 커져 구동 속도가 느려진다. 이런 이유로 슈퍼앱으로 전환한 뒤 로딩 지연이 새 민원 중 하나로 떠오른 은행 서비스도 속출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규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열사끼리 영업 목적의 고객정보 공유가 막혀 있는 한 진짜 단일 앱은 구현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름만 바꾼 슈퍼앱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슈퍼앱 경쟁의 본질을 '디지털자산 주도권 확보'로 보고 있다. 고객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금융 앱이 향후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디지털자산 관리의 관문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도 시사점을 준다. 싱가포르 DBS는 개인·기업·자산관리를 'digibank' 하나로 통합해 아시아 디지털뱅킹의 기준점으로 부상했다. 영국 바클레이즈는 지주 계열 서비스를 앱 내 탭 구조로 묶어 별도 설치 없이 전환되도록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슈퍼앱 전략은 고객을 통합 금융 플랫폼 안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결제 기능과 디지털자산 서비스가 결합되면 플랫폼 내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연관된 시너지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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