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지에 갇힌 오랑우탄 /사진제공=WWF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매년 8월 19일은 멸종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의 보호와 서식지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세계 오랑우탄의 날’이다. 현재 야생 오랑우탄은 보르네오와 수마트라 섬에만 남아 있으며, 현존하는 3종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급(CR)’으로 분류돼 있다.
현존하는 오랑우탄은 보르네오 오랑우탄, 수마트라 오랑우탄, 타파눌리 오랑우탄 등 3종이다. 특히 타파눌리 오랑우탄은 야생 개체가 800마리 미만으로 추정돼 가장 심각한 보호가 필요한 종 가운데 하나다.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약 10만4700마리, 수마트라 오랑우탄은 1만4000마리 미만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랑우탄은 말레이어로 ‘숲의 사람(Man of the Forest)’이라는 뜻이다. 인간과 약 97%의 DNA를 공유하는 유인원으로, 긴 팔을 이용해 나무 사이를 이동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낸다. 어린 오랑우탄은 약 7세까지 어미 곁에서 생활하며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암컷은 약 15세부터 번식을 시작한다. 출산 간격도 약 7~9년에 달해 개체수가 감소하면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
오랑우탄은 열대우림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일과 식물을 먹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씨앗을 넓은 지역으로 퍼뜨려 숲의 재생과 생물다양성 유지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랑우탄은 ‘숲의 정원사’로 불린다.
긴팔을 활용해 울창한 열대우림을 누비는 오랑우탄//사진제공=WWF
서식지 단절이 최대 위협··· 16년간 10만 마리 이상 감소
오랑우탄의 삶의 터전인 열대우림은 벌목과 산불, 팜유 농장 개발, 도로 건설 등으로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 특히 숲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는 서식지 단절은 오랑우탄의 이동과 번식을 어렵게 하고 개체군을 고립시켜 유전적 다양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보르네오 오랑우탄 개체수가 10만 마리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밀렵과 야생동물 거래 역시 주요 위협이다. 어린 오랑우탄이 불법 애완동물 거래의 표적이 되면서 포획 과정에서 어미 개체가 희생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기상과 자연재해도 위협을 더하고 있다. 수마트라섬에서는 폭우와 산사태 등으로 타파눌리 오랑우탄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기후위기와 서식지 훼손이 멸종위기종의 생존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랑우탄 보전은 개별 개체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단절된 서식지를 연결하고 건강한 산림 생태계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팜유 농장 조성을 위해 벌채된 보르네오섬 사바 지역 /사진제공=WWF
세계자연기금(WWF)은 보르네오와 수마트라 지역의 핵심 산림을 보호하는 한편, 개발로 단절된 산림을 연결하는 생태통로를 복원·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랑우탄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서로 다른 개체군이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바 지역의 부킷 피톤 산림 복원 사업이다. WWF는 2007년부터 사바 산림부 및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훼손된 산림을 복원해 약 34만5000그루의 나무를 심고 약 2400ha의 산림을 복원했다. 10년 이상 현장 모니터링을 이어온 결과 복원된 숲에서 400여 마리의 오랑우탄이 나무를 먹이와 은신처로 이용하고 둥지를 트는 모습도 확인됐다.
팜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림 훼손을 줄이기 위한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WWF는 정부와 기업, 생산자 등과 함께 산림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하게 팜유를 생산하는 동시에 훼손된 산림을 복원하는 ‘지속가능한 경관 관리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불법 밀렵과 야생동물 거래를 막기 위한 지역사회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와 수사기관, 지역사회, 보전단체가 함께 밀렵 방지 순찰과 개체군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구조된 오랑우탄의 재활과 야생 방사도 지원하고 있다.
결국 오랑우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개별 개체 보호뿐 아니라 서식지를 연결하고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산림 관리가 필요하다. ‘세계 오랑우탄의 날’을 계기로 오랑우탄이 살아갈 숲을 지키는 것이 곧 열대우림의 생물다양성과 기후환경을 함께 지키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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