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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인천과 사마르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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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7 18면
16세기 인구는 파리보다 많아
유라시아 유일한 교차로 성장
실크로드 차단되며 망하는 길
인천, 교통 인프라 한계 ‘조롱’
성동기 인하대 프런티어창의대학 교수
사마르칸트는 중앙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두번째 큰 도시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위대한 실크로드의 동서남북을 연결시켜 주었던 거대한 도시였다. 특히 16세기 사마르칸트는 유라시아의 도시들 중 최고의 경제력을 가졌던, 그리고 학문·과학의 메카로 알려졌던 도시였다. 당시 사마르칸트의 인구가 프랑스 파리보다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유라시아의 번영과 영광을 상징했던 이 도시는 지금 우즈베키스탄의 두번째 도시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극단적인 변화를 겪었을까?
이 도시는 기원전 550년대에 유대인을 해방시켰던 성경에도 등장하는 페르시아 아케메네스왕조(Achaemenid Dynasty)의 키루스 대제에 의해서 처음 도시로 만들어졌다. 그는 자국을 위협하던 중앙아시아의 유목국가인 마사게타이(Massagetae)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사마르칸트를 군사 요새로 선택하였다. 키루스대제는 페르시아의 수도였던 파사르가다에(Pasargadae)로부터 지금의 사마르칸트까지 대략 2천㎞에 달하는 도로를 건설하였다. 그리고 기원전 2세기 초에 한무제(漢武帝)의 명을 받은 장건(張騫)이 사마르칸트를 방문하였고, 이후 한(漢)이 흉노(匈奴)를 물리치고 3천700㎞가 넘는 거리인 장안과 사마르칸트가 연결되었다. 동서의 두 길이 연결되는데 그리고 실크로드가 시작되는데 40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사마르칸트는 실크로드의 출발과 동시에 유라시아의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유일한 교차로로서 기능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세계적인 도시도 발전할 수 있었다. 사마르칸트를 차지하고 싶어서 알렉산더대왕과 칭기즈칸이 원정을 왔었고 이 도시를 지배하였다. 한반도의 사신과 혜초 스님도 이 도시를 방문하였다.
사마르칸트가 망한 것은 당연히 실크로드가 차단되면서부터였다. 실크로드는 유라시아의 인류(人流), 지류(知流), 물류(物流)를 공유시켰고 사마르칸트는 이 모든 것을 소통시켰던 위대한 교차로였다. 그러나 오스만제국이 실크로드를 막아버렸고, 유럽이 해양로를 개척하였고, 중앙아시아에서 300년 넘게 내전이 잦아지면서 사마르칸트는 실크로드의 도시로서 가치를 잃어갔고 파괴되어 버렸다. 결국 제정러시아가 사마르칸트를 버리고 타슈켄트를 선택하면서 위대했던 실크로드의 도시 사마르칸트는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서해안에 위치한 많은 도시들 중 인천이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한양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인천은 조선시대부터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물자들을 수도로 공급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인천의 한계였다. 고속도로가 전국적인 망으로 연결되면서, 그리고 기존의 부산항과 경쟁에 뒤처지면서, 게다가 평택·당진항의 거센 추격을 받으면서도 큰 변화 없이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지금 인천의 모습은 마치 17세기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는 사마르칸트를 보는 듯하다. 인천은 서울과 수도권을 해외와 소통시킬 수 있는 최적지에 있으면서도 수십 년 동안 다른 도시들에 비해 너무나도 뒤처지는 수준으로 교통 인프라에 투자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인천에서 인천을 가도 1시간 반, 인천에서 수원을 가도 1시간 반, 인천에서 강남을 가도 1시간 반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교통 인프라를 가진 곳이라고 인천은 조롱받고 있다. 부산역에서 광명역까지 KTX로 2시간 만에 오는데 광명역에서 송도까지 들어가는데 1시간 반이 걸린다면 누가 인천을 방문하고 싶어 할까?
사마르칸트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도시 내부의 도로들이 외부의 동서남북 도로들과 소통이 잘 되었던 체계적인 교통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제 아무리 지리적으로 실크로드의 교차로에 있다고 하더라도 교통 인프라가 낙후되어 이를 소통시키지 못했다면 사마르칸트는 수백년 그 명성을 이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사마르칸트가 유라시아의 심장이라면 인천은 한반도의 심장이다. 그러나 그 심장이 제대로 뛰지를 못하고 있다. 심장 외부는커녕 내부의 혈관조차도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에서는 약이 아니라 과감한 수술만이 인천을 살릴 수 있다.
/성동기 인하대 프런티어창의대학 교수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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