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잡고, 가위 건네고…집도의 옆 인간형 로봇 2대가 ‘척척’
삼성서울병원 세계 첫 시연…야간·응급 등 인력공백 보완 기대
“가위 주세요.”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사의 말에 인간형(휴머노이드) 수술보조 로봇이 팔을 움직여 수술도구를 건넨다. 절개할 부위를 잡은 팔을 들어 올리거나 내시경이 비추는 위치를 바꾸라는 음성 명령도 바로 알아듣고 움직인다. 수술 시연 현장에 있는 의사는 단 한 명뿐, 주변을 둘러싼 로봇의 도움으로 염소의 담낭을 절제하는 시연(사진)은 10분 만에 완료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6일 국책 과제로 휴머노이드 수술보조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 일부를 시연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에이딘로보틱스·하해호·삼성융합의과학원·서울대·국립암센터·전북대병원 등과 구성한 컨소시엄 ‘오케스트라’(ORchestra)는 현재 모의 수술환경에서 로봇이 음성 명령에 따라 도구를 전달·회수하고 내시경을 조작하는 등의 기능을 실제 검증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연구개발진이 1년여 동안 개발한 수술보조 로봇이 현 단계에서 선보일 수 있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기존 수술 로봇을 의사가 조종하려면 수술실 한쪽을 가득 채울 만큼 큰 장비가 필요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 몸통 정도의 부피만으로도 같은 원격수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집도의가 수술실에 들어와 있을 땐 로봇의 팔 끝에 장착하는 도구와 제어 방식만 조정해 여러 다른 보조적 업무를 수행하도록 바꿀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총괄 책임자인 정용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수술실에서 사람이 불편한 자세로 내시경을 들고 있던 역할을 로봇이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 숙련된 수술보조 인력을 점점 더 확보하기 어려운 야간·응급 및 필수의료 현장에서 인력 공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연에선 세계 최초로 집도의를 보조하는 로봇 2대가 투입돼 염소의 생체 조직에서 담낭을 절제했다. 1호 로봇은 수술실 간호사를 맡아 수술도구를 집도의에게 건넸고 2호 로봇은 수술보조 의사 및 간호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왼손으로 복강경 내시경을 잡아 수술 부위가 화면 중앙에 유지되도록 비췄고, 오른손에는 수술용 집게를 장착해 잘라낼 조직을 지정된 방향으로 들어 올렸다.
해외의 수술보조 로봇 연구는 팔 하나를 제어하거나 특정 도구를 사용하는 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는 이보다 앞서가고 있다. 로봇이 의사의 특정 동작을 인식해 다음 동작에서 나올 명령까지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하는 수준까지 왔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반복 성능시험, 모의환경 및 전임상시험, 의료진 사용성 평가 등 거쳐야 할 단계가 여럿 남아있다. 연구진은 올해 말 1단계 경쟁평가를 통과해 2단계로 진입하면 2029년 12월까지 정부 지원 연구개발비 총 138억3500만원을 활용해 실제 의료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수술보조 로봇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정 교수는 “의사 한 명으로 버티는 의료 소외지역 같은 곳에서 수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결국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도 줄일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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