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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소맥 돌리면 구악”…술 소비량 외환위기 이후 처음 300만㎘ 아래로

한국의 주류 소비량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7년 만에 300만㎘ 밑으로 떨어졌다. 당시에는 경기 악화로 술을 마실 수 없었지만, 지금은 건강을 챙기는 젊은이와 회식 문화의 변화, 고령 인구 증가 등으로 술 소비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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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매대 모습. 2026.07.27 서울=뉴시스

한국의 주류 소비량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7년 만에 300만㎘ 밑으로 떨어졌다. 당시에는 경기 악화로 술을 마실 수 없었지만, 지금은 건강을 챙기는 젊은이와 회식 문화의 변화, 고령 인구 증가 등으로 술 소비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사회문화적 변화가 술 한잔에 담겨 있는 셈이다.

“술 권하는 회식은 사양” 맥주·소주·막걸리 모두 감소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정보기술(IT) 개발자로 일하는 이경주 씨(32)는 퇴근 후 러닝을 즐긴다. 가끔 회사 회식 자리가 있어도 되도록 술을 피하는 이유다. 그는 “예전엔 회식 자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소맥’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지만 요즘은 억지로 술을 권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각자 취향에 따라 하이볼 등을 한잔씩 마시고 1차에서 끝낸다”고 말했다.

23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의 통계는 이 같은 변화를 담고 있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국내 주류 총출고량은 298만8000㎘로, 국내 주류 출고량이 300만㎘ 아래로 내려간 것은 1998년 292만2000㎘ 이후 27년 만이다. 10년 전인 2015년 380만4000㎘와 비교해도 21.5% 가량 줄었다.

이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데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직장 회식 문화가 달라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고령화와 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국내 주류 시장이 구조적인 축소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대표적인 대중주인 맥주와 소주, 막걸리 출고량은 일제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맥주 출고량은 151만9000㎘로 전년보다 7.2% 줄었다. 2022년 169만8000㎘에서 2023년 168만7000㎘, 2024년 163만7000㎘에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다. 희석식 소주 출고량도 지난해 79만3000㎘로 80만㎘ 아래로 떨어졌다. 막걸리인 탁주 출고량 역시 2020년 38만㎘에서 지난해 31만8000㎘까지 5년 연속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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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려고 마시지 않는다” 저도주·무알코올 증가

술 마시는 문화가 변하면서 음주 빈도와 음주량도 줄고 있다. 과거에는 ‘취하도록 마시는 경험’의 유무가 직장이나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지표처럼 여겨졌지만 젊은 세대일 수록 ‘취하지 않는 음주’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최근 Z세대 구직자 1347명을 대상으로 음주 문화를 조사한 결과 42%가 평소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다. 주 1회 이상 술을 마신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서울시가 만 18세 이상 시민 3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서울시민 먹거리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는 응답은 23.7%로 전년 21.6%보다 늘었다. 월 2~4회 이상 술을 마신다는 응답은 31.5%에서 23.0%로 줄어든 반면 월 1회 이하로 마신다는 응답은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 주류 소비자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8.8일로 2023년 9.0일보다 감소했다. 술을 마시는 날 하루 평균 음주량도 2023년 6.7잔에서 지난해 6.6잔으로 줄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화도 장기적인 주류 소비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소주와 맥주 소비를 떠받쳤던 핵심 음주 연령대가 줄어들고 전체 인구 자체도 감소하면서 국내 주류 시장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주류 업체들은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저도주와 하이볼, 과일주, 무·비알코올 제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알코올 도수를 4.5도와 7도, 9도로 세분화한 과실탄산주 ‘순하리 진’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하이트진로가 3월 출시한 무알코올, 무칼로리 ‘테라 제로’ 캔 제품은 출시 100일 만에 누적 판매량 400만 캔을 넘어섰다. 오비맥주는 올해 무알코올 맥주 ‘카스 올제로’, ‘카스 레몬 스퀴즈 0.0’ 등을 선보이며 제품군 확대에 나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면서 술을 반드시 마셔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지고 있다”며 “주류업계도 저도주·무알코올 등 다양한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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