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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월간 남친, 사랑도 구독이 가능한가요?

참고로 여기에서의 남친은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월간 남친'은 가상세계의 AI 남자친구와의 '구독형 연애'라는 다소 낯설고 흥미롭기도 하면서, 과연 가능할까 하는...

[세평] 월간 남친, 사랑도 구독이 가능한가요?

가상 세계의 관계가 주는 편안함

설계된 완벽함이 채우지 못한 결핍

인간다움과 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이윤희 선문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참고로 여기에서의 남친은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월간 남친'은 가상세계의 AI 남자친구와의 '구독형 연애'라는 다소 낯설고 흥미롭기도 하면서,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하는 상상을 현실처럼 그려낸다. 이 드라마에서 구독료는 basic, premium, royal로 구분되는데, basic을 구독하면 900명의 취향 저격의 남자친구를 30시간 까지 만날 수 있다. basic 서비스의 한계는 아무리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도 30시간 이상은 만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지속적인 만남이 가능한 premium 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다. Royal 서비스를 구독하면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남자친구가 아닌, 나만의 맞춤형 남자친구와 가상세계에서 데이트를 할 수 있다. basic의 구독료는 한 달 50만원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 정도 비용은 지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설정은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관계 경험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받는 Zeta는 이용자가 자신만의 세계를 설정하고, 그 안에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며, 그 캐릭터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형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캐릭터의 성격과 말투를 설정하고, 마치 특정 인물과 대화를 이어가듯 상호작용할 수 있다. 어떤 이용자에게는 친구처럼, 또 어떤 이용자에게는 연인처럼 느껴지는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플랫폼은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디지털 중독이 우려될 정도의 과사용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현실 관계에서의 부담 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거절당할 위험 없이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관계가 점차 강한 정서적 몰입으로 이어지거나, 일부 경우에는 성적인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러한 플랫폼이 성적인 맥락에서 활용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캐릭터와의 관계를 과도하게 친밀하게 설정하고 감정적·신체적 친밀감을 상상하는 방식은, 아직 관계의 경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친밀감과 관계 기대를 형성할 위험이 있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입력에 반응하도록 설계된 존재이며, 그 안에는 실제 감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처럼 보이도록 구성된 체계가 작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AI는 실제 인간이 아니다'라는 설명만으로는 이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AI가 기계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이미 인공지능을 사람처럼 여기고 대우하기 때문이다. 실체적 진실과는 관계없이, 경험의 차원에서는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오히려 '월간 남친'이 그려내는 세계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왜 인간은 인간과의 관계만을 고집해야 하는가. 훨씬 더 편안하고, 나에게 맞추어지며, 상처받을 가능성이 적은 관계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닐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 아무리 그럴듯하게 설계된 관계라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과 인간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관계의 깊이를 대신할 수 있을까. 편안함은 줄 수 있지만, 관계의 허기를 온전히 채워주기는 어렵다. 아무리 진짜 음식처럼 정교하게 그려진 그림이라도, 우리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지 못하듯이.

AI와의 연애를 상상해 보는 일은 오히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관계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든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완벽하게 설계된 관계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결핍이 우리에게는 분명 존재한다. 이윤희 선문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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