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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계의 시, 시의 세계]당신이 죽어야 한다면

(그것을 부서지지 않는 것으로, 불꽃으로 만들기 위해.)

[세계의 시, 시의 세계]당신이 죽어야 한다면

당신이 죽어야 한다면,

나는 글을 써야겠습니다―

당신의 이름이 가라앉기 전에 붙들기 위해,

당신의 숨결을 바람 속에 꿰매넣기 위해,

당신의 목소리를 시간의 뼛속에 새기기 위해.

(그것을 부서지지 않는 것으로, 불꽃으로 만들기 위해.)

그래서 가자 어딘가에서 한 아이가

모래 위에 글자들을 그려넣다가,

너무 조용한 하늘을 향해 소리치다가―

글씨를 쓸 칠판도 남아 있지 않고

분필을 건네줄 손도,

지혜를 메아리처럼 울려줄 벽들도 없이―

흙 속에 휘갈겨진 당신의 가르침을 찾아내고,

사라지기를 거부하는 당신의 잉크를 찾아내고,

당신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게 되도록.

(중략)

자기 이름의 철자를 쓰고,

자신의 진실을 말하고,

세상이 가자를 소리 내어 읽게 만든 그 학생들로요.

당신이 죽어야 한다면,

침묵이 되지 않기를,

먼지가 되지 않기를,

폭풍이 되기를,

새벽이 되기를,

영원히 끝나지 않는

가르침으로 남기를. - 알라 알카이시

이 시는 지난주에 소개한 리파트 알아리르의 ‘내가 죽어야 한다면’에 대한 답시다. 가자 출신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알라 알카이시는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하면서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문화적 기억을 세계에 알려왔다. 최근 출간된 그녀의 책 <팔레스타인 번역가의 이중생활>은 타국에서 가자의 고통을 전하는 간절한 목소리로 가득하다. 그녀에게 “팔레스타인 번역가가 된다는 것은 사라져가는 세계와 그 사라짐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는 세계 사이의 중개자가 되는 일”이다. 알아리르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내가 죽어야 한다면’을 썼다면, 알카이시는 이 시에서 살아남은 증언자로서의 다짐과 기원을 들려준다. ‘나’의 글쓰기는 ‘당신’의 이름과 숨결이 재와 먼지로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한 분투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무기는 탱크와 소총이 아니라 펜과 잉크, 분필과 칠판이다. 그 무력하지만 정직한 무기로 목숨을 실어 써내려간 시는 “어둠에 맞서는 깃발”처럼 솟아오른다. 이러한 호소와 증언이 있어 세상이 가자를 기억하고 소리 내어 읽게 된 것이다. 각 행의 끝에 찍힌 줄표와 쉼표와 마침표가 피 묻은 종이에 꾹꾹 눌러쓴 글씨처럼, 부서진 벽에 간신히 새겨진 그림처럼, 아프게 와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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