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원본액 감소와 상관계수 미달 등을 이유로 상장폐지되거나 퇴출 위기에 놓이는 상품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비교지수와의 연동성이 낮다는 이유로 액티브 ETF가 상폐된 사례가 발생한 가운데 운용 자율성과 투자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는 전날 기준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가 0.68로 집계됐다. 해당 상품은 올 7월 31일부터 기준치인 0.7을 밑돌고 있다. 상관계수는 ETF와 비교지수의 수익률이 같은 방향으로 추종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움직임이 유사하다는 의미다. 현행 규정상 액티브 ETF는 상관계수가 0.7 미만인 상태가 3개월간 지속되면 퇴출 대상이 된다. 이 상품은 이달 말까지 기준 미달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다음달 4일 상폐될 수 있다.
‘TIME 글로벌탑픽액티브’는 약 11개월간 기준 미달 상태가 이어진 가운데 이달 28일 상장 1년을 맞아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다. ‘HANARO 미국S&P500액티브’ 역시 올 8월부터 상관계수가 기준치를 밑돌고 있지만 상장 1년 미만으로 유예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에셋플러스 차이나일등기업포커스10액티브’는 전날 처음으로 상관계수가 기준치를 밑돌았다.
문제는 투자자들에게 초과수익을 안겨준 상품마저 비교지수와의 움직임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퇴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TIME 미국배당다우존스액티브’는 호성과에도 불구하고 올 8월 상관계수 미달로 상폐됐다. 이 상품은 액티브 전략을 유지했던 마지막 날인 5월 14일 기준 1년 수익률이 36.06%로 비교지수를 9.42%포인트 웃돌았다. 운용 성과와 별개로 비교지수와의 연동성을 유지해야 하는 현행 규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원본액 감소에 따른 소규모 ETF의 시장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MSCI필리핀(합성)’과 ‘ACE 미국IT인터넷(합성 H)’, ‘ACE 미국빅테크TOP7 Plus인버스(합성)’ 등 3종을 이달 29일 상폐한다. 삼성자산운용도 ‘KODEX 퀄리티PLUS’와 ‘KODEX 멀티에셋하이인컴(H)’ 등 2종을 다음달 13일 상폐할 예정이다. 이들 상품은 원본액이 50억 원 미만인 상태가 한 달 이상 지속돼 운용사가 펀드 해지를 결정한 사례다. 투자 수요가 부족해 운용 효율성이 떨어지고 상품 유지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상폐된 ETF 24개 중에 소규모 펀드 임의해지가 14개로 가장 많았다. 존속기한 만료와 상관계수 기준 미달도 각각 5개를 차지했으며, 특히 상관계수 미달을 사유로 한 실제 퇴출 사례는 올해 처음 발생했다. 퇴출이 예고된 ETF는 거래량 감소와 매수·매도 호가 차이 확대로 시장가격과 추정 순자산가치 간 괴리가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달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관계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완전 액티브 ETF’의 도입 필요성을 재차 인정하면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운용 자율성 확대와 함께 상품의 투자 목적에 부합하는 운용이 이뤄지는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초 상품명에서 제시한 투자 대상과 다른 종목에 투자해 높은 성과를 낸 것을 온전히 초과수익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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