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2026년 7월3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캠퍼스 연구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부정선거론은 선거 패배를 인정 않고 선거 자체를 부정하는 ‘선거부정론’이자,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야 한다는 망상으로 친위 쿠데타 같은 초헌법적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는 무기”라고 경고했다. 그는 6·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이른바 ‘선거관리위원회 사태’가 망상적인 음모론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헌법·제도 절차 내에서 투명하게 해결해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국 보수정치의 극우화 흐름을 추적해왔다. 12·3 비상계엄 한 달 전 “정권이 강압을 동원하고 우익 세력이 일제히 참호에서 올라올 것”을 우려하는 기고를 냈다. 지난 1월 언론이 ‘국민의힘 궤멸’을 열쇳말로 기사를 쏟아낼 때 “문재인 정부 때보다 훨씬 더 빨리 ‘탄핵 유권자 동맹’이 해체되고 국민의힘이 (지지율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지율이 15%까지 하락했던 국민의힘은 지선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신 교수는 지선 이후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고 진단했다. 선관위 사태를 계기로 계엄을 정당화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지지세를 얻고 있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에, 일부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는 비상계엄으로부터 1년 전에도 부정선거론을 믿는 여론이 27%가량이었다고 강조했다. ‘탄핵 반대’ 여론이 여전히 30~40% 규모로 견고한 상황에서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비중은 최근 NBS(전국지표조사)에서 42%를 찍었다.(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 6월29일~7월1일. 1000명 대상, 전화면접방식, 응답률 2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신 교수는 세계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의 특징으로 “우리가 이긴 건 정당하고, 저쪽은 무조건 지게 돼 있다는 폐쇄된 신념, 근본적으로 독재론”이라고 했다. 이어 “‘악의 힘이 너무 강해서 우리가 반헌법, 초법적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고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그 자연스런 정치적 귀결이 친위 쿠데타”라고 했다.
이는 국제 정치 흐름과도 연결돼 있다. “초헌법적 정치행동을 촉구하고 정당화하는 핵심 논리로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최근 몇 년의 세계 패턴이 됐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선 트럼프가 2020년 대선 패배 뒤 불복하며 부정선거론을 선동했고,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했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지자 부정선거론을 확산했고, 지지자들이 의회와 정부 건물을 점령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보우소나루는 친위 쿠데타와 룰라 대통령 암살 모의 등 혐의로 27년형을 선고 받았다.
미디어도 음모론 확산에 역할을 하고 있다. 극우 담론은 일반 SNS 외에 거대하고 다종다양한 자체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트 정치인의 발언을 전하는 보도부터 극우 성향 성직자들의 앱과 유튜브를 통한 설교, 극우 기독교 신문·방송, 디스코드 같은 폐쇄적인 게임 커뮤니티 등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3일 신 교수와 인터뷰했다.
‘국힘 궤멸’ 기사 1년 만에 실종, ‘데드크로스’
- 내란 이후 1년 반 만에 치러진 선거 직후 부정선거 음모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6·3 지선 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기로에 섰다고 밝혔는데.
“지난 1~3월 국민의힘 지지율이 15% 정도일 때, 문재인 정부 때보다도 ‘탄핵 유권자 동맹’이 훨씬 더 빨리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칼럼으로 표명했었다. 1~4월 넉 달 간 국내 전국일간지에서 ‘국힘 궤멸’이란 말이 등장하는 기사가 무려 109건이었다. 그런데 6월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회복되고, 리얼미터와 뉴스토마토 등 몇몇 조사에서는 이미 ‘데드크로스’가 나왔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초에도 ‘탄핵 반대론’은 35~40% 정도로 꾸준히 유지됐고, 김문수 국힘의힘 대선 후보는 41%를 얻었다. 계엄을 통한 독재 시도보다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미움이 더 큰 이들의 층이 상당히 두텁다는 뜻이다. 학문적으로는 이처럼 ‘경우에 따라 독재가 더 나을 때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분류한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안전하지 않은 이유다.
반면 정권교체 직후에는 이 집단의 일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이탈했다. 이른바 ‘뉴이재명’인데, 아직까지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강하게 남아있지만 이들 중 35% 정도는 6·3 지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이런 두 가지 흐름을 볼 때 한국 민주주의가 불안정하다.”
- 한국에서 부정선거론은 언제부터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나.
“부정선거론이 우리나라 인식 조사에서 포착되기 시작한 건 2023년 12월에 시사인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조사가 처음이다(2023년 12월7~12일, 2000명 대상, 웹조사 방식, 응답률: 6.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 2020년 민주당이 압승한 총선이 부정선거였는지 묻는 질문에 무려 전체의 2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수치인데, 이후로 나온 여론조사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특히 ‘잔류 국힘’(2022년 대선 및 2024년 총선 앞두고 국민의힘 지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부정선거론에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힘 지지층 핵심이 부정선거 음모론자라는 뜻이다. 이 조사로부터 꼭 1년 뒤 비상계엄이 터졌다. 부정선거에서 나라를 구하고 반국가세력을 처단한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이게 예사롭지 않은 징후임을 우리 사회가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어느 날 갑자기 6·25 전쟁 터지듯 계엄을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 선관위 사태를 계기로 부정선거 구호가 커지고 있다. 부정선거론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나.
“그들은 부정선거라 말하지만 사실은 선거부정론, ‘일렉션 디나이얼리즘’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합법적 문제제기와 달리, 부정선거 음모론은 이 규칙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다. ‘지면 부정선거 때문이고, 이기면 선거 조작이 있었음에도 민심이 압도해서 이긴 것’이라는 무조건적 결론을 내리는 폐쇄된 신념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근본적으로 독재론자들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서사 구조는 어떠한가.“현대적 부정선거 음모론의 역사는 18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어메리칸파티’라는 백인우월주의에 기독교국가론을 갖고 있던 당이다. 이들은 선거에서 자기들 표가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이 부정선거 때문이고, 그 배후에 교황과 유럽 제후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1840년대에 유럽 가톨릭 신자들이 이주해와 선거에 참여하자 위협감을 느꼈고, 교황과 제후들이 미국 선거에 개입해 가톨릭에 유리하게 조작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정선거 음모론과 똑같은 논리다. ‘매우 강한 힘을 가진 악한 외부 세력이 있다’고 보고, 이 세력이 선거 제도를 악용해 국가권력을 장악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실천적 대안은 ‘선거를 신뢰하지 말고, 초헌법적 수단을 써서라도 외부의 적과 내부 반국가세력을 처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12·3 계엄 이후 밝힌 대국민담화와 똑같은 서사 구조다. 북한, 중국 공산당, 민주당, 마음에 안드는 모든 언론과 법원, 판사, 교수가 모두 악의 동맹이라는 망상적 믿음이다.”
- 전 세계 부정선거 음모론이 갖는 특징은.
“미국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가 1960년대에 미국에서 반복되는 비민주적 정치현상을 분석한 저서 ‘편집증적 스타일’을 보면, 핵심 요소의 하나가 ‘음모론’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적들이 나라를 장악하고 있다는 망상이다. 다른 하나가 ‘종말론’이다. ‘악의 무리에 점령됐으므로 우리가 비상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나라를 넘겨주게 된다’며 긴급행동을 촉구한다. 한국의 경우 대한민국 공산화론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유사과학성이다. 음모론이 있을 법하지 않으니,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명분으로 대량의 자료를 편집증적으로 수집한다. 그 실천적 결론은 ‘선거, 국회, 정부, 법원 등이 이미 적에게 점령당했으므로 합법 테두리 안에서는 이길 수 없다. 군대 동원 등 초헌법적 수단을 써서 적을 처단해야 한다’는 쿠데타 옹호론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선거 음모론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특히 202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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