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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거 때마다 되살아난 '주적' 논쟁…정부, 표현 바꾸기 공론화

선거 때마다 진영을 가르는 질문으로 반복돼온 ‘주적’ 논쟁이 정부 차원의 공론화 의제로 넘어왔다. 통일부가 남북 간 상호 존중과 평화공존을 위해 ‘주적’을 대신할 표현을 논의하기로 하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 때마다 진영을 가르는 질문으로 반복돼온 ‘주적’ 논쟁이 정부 차원의 공론화 의제로 넘어왔다. 통일부가 남북 간 상호 존중과 평화공존을 위해 ‘주적’을 대신할 표현을 논의하기로 하면서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는 후보들에게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냐”고 묻고 답변 장면을 촬영하는 이른바 ‘주적 챌린지’까지 확산한 만큼 표현 변경을 둘러싼 정치권과 사회적 논쟁도 예상된다.

통일부는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한반도 평화공존 3대 구상’의 후속조치로 남북관계에 남아 있는 적대적 언어를 완화하기 위한 공론화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포용적 평화공존’과 ‘안정적 평화공존’, ‘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제시하며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 가운데 포용적 평화공존의 첫 후속조치로 남북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과 ‘주적’을 대신할 표현 등을 논의한다.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SNS 플랫폼에 #주적을 검색하자 앞선 지방선거 당시 '대한민국 주적'을 묻는 장면이 담긴 숏 영상들이 즐비하게 검색됐다. SNS 갈무리

대선 이어 지선까지…반복된 ‘주적’ 질문

‘주적’은 남북관계의 변화와 별개로 선거와 인사청문회 때마다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해왔다.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 TV토론에서는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이 주적이냐”고 물으면서 논쟁이 불붙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SNS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짧은 글을 올리며 쟁점화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통일·국방·보훈 등 관련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온라인 문화와 결합해 이른바 ‘주적 챌린지’로까지 번졌다.

일부 청년과 유튜버들이 민주당과 진보정당 후보들의 유세 현장을 찾아가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냐”고 기습적으로 묻고 답변 장면을 촬영해 온라인에 올렸다.

‘북한’ 또는 ‘중국’이라고 답하지 않거나 답변을 피한 후보를 비판하는 영상이 확산하면서 정책과 안보전략에 대한 토론보다 후보의 이념 성향을 판별하는 질문으로 소비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군사적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정치인의 대북 인식을 확인하는 것은 필요한 질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주적’이라는 단어 하나에 군사적 위협에 대한 평가와 남북관계, 정치적 이념 문제가 함께 얽혀 있는 셈이다.

통일부가 이번에 표현 자체를 공론화하겠다고 나선 것도 남북관계에 남아 있는 적대성을 낮추고 상호 존중의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취지다.

정동영 통일부장관.

‘말’ 넘어 연락채널·9·19 합의 복원 추진

정부의 후속조치는 용어 변경에만 그치지 않는다.

통일부는 단절된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 통신선 복원을 위해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9·19 군사합의 복원의 범위와 시기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기존 ‘민족공동체통일방안’도 전문가 조사와 공론화를 거쳐 발전안을 마련한다. 보건의료와 원산갈마,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연계 협력 등 ‘4대 평화교류’ 사업도 구체화한다.

접경지역에서는 비무장지대 평화의 길과 평화이음열차, 평화경제특구 지정, 경원선 복원 등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하고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기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주적’ 표현 변경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정책 방향과 군이 판단하는 현실적인 군사 위협을 어떻게 구분할지를 놓고 논쟁이 예상된다. 특히 선거 때마다 이 문제가 진영 간 안보관을 가르는 기준으로 활용돼온 만큼 단순한 용어 변경만으로 논란이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일부는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고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3대 구상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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