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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서커스서 밴드까지… ‘문화’ 누린 청소년들

“날씨가 너무 좋고 아름답네요. 오늘의 공연이 누군가에겐 평생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2시 무대 위에서는 곧 시작될 페스티벌을 위한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 서울시 ‘공연봄날’ 페스티벌

어린이대공원 숲속 무대서 공연

‘천사의 소리’ 반도네온 이색무대

국내유일 여성 1인 서커스 묘기

어린이전통예술단 상모·소고춤

‘예술로 수학여행’ 시범운영까지

“날씨가 너무 좋고 아름답네요. 오늘의 공연이 누군가에겐 평생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2시 무대 위에서는 곧 시작될 페스티벌을 위한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기타와 대금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소리에 나들이를 즐기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모여들었다. 몇몇 관객들은 앞서 낮 12시부터 진행된 무용 워크숍에 참여해 한 차례 몸을 풀고 난 뒤였다. 사회자는 탁 트인 아름다운 무대 위 다섯 가지 다채로운 공연이 준비돼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시의 청소년을 위한 공연 예술 지원사업 ‘공연봄날’이 가을을 맞아 야외무대에서 진행됐다. 지난 16∼17일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숲속의무대에서는 청소년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2026 공연봄날 페스티벌’이 열려 사물놀이부터 음악·서커스·무용 등 다양한 공연과 예술 워크숍이 펼쳐졌다.

17일 첫 공연은 현악 4중주단 리수스콰르텟과 반도네온 연주자 클라우디아 김이 선보였다. 반도네온은 개량된 아코디언으로 1835년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탱고 음악에 주로 사용되는데 이날도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작곡한 ‘5개의 탱고 감각(Five Tango Sensations)’ 연주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공연이 끝난 뒤 클라우디아 김의 남편이자 반도네온 제작가 오희주 씨는 “반도네온은 천사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라며 “앞으로도 여러분께 새로운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서커스 창작 단체 휠러스가 무대에 올랐다. 아티스트 이민영은 재치 있는 움직임과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 놨다. 손에 들고 있는 여러 개의 모자와 한몸이 된 것처럼 물 흐르듯 움직이는 모습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무대 중간에 설치된 높은 봉에 매달려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선보이는 묘기를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무대에서 내려온 이민영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여성 1인 서커스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라며 “신기한 공연을 많이 하고 있으니 다른 곳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으로는 리틀엔젤스예술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리틀엔젤스예술단은 초·중등 어린이들로 구성된 전통 예술단으로, 1962년 창단 이래 한국의 미를 전 세계에 알려 왔다. 이들은 ‘춘향이야기’ ‘시집가는 날’ ‘설날아침’과 진쇠춤, 상모춤, 소고춤이 이어지는 ‘얼쑤한마당’ 등 다채로운 무대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K팝 커버댄스와 합창 등 마지막 무대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연희 밴드 오름새.서울시청 제공

이어지는 무대는 연희 밴드 오름새가 꾸몄다. 오름새는 전통 연희를 기반으로 음악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퓨전 연희 밴드다. 이날도 상모, 버나, 장단 등 전통 연희의 요소를 현대적인 밴드 사운드와 접목해 독보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관객은 공연자의 초대로 무대에 올라 접시 모양의 버나를 막대 위에서 돌려 보기도 했다. 막대 위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버나에 객석에서는 자연스럽게 박수가 이어졌다. 마지막 무대는 와이즈발레단의 갈라 무대가 장식했다. 어느덧 해가 져 어스름이 내리고 있었지만 즐거운 공연에 관객들은 여전히 객석을 지키고 있었다. 발레단 공연에서는 ‘베니스 카니발’과 ‘해적’ 중 그랑 파드 트루아(3인무)와 ‘돈키호테’ 중 결혼식 장면의 그랑 파드되(2인무) 등 유명 고전 작품의 하이라이트가 이어졌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관객들은 수준 높은 공연에 만족했다. 광진초 6학년 채예린 양은 “근처에 살아 종종 공원에 놀러 오는데 오늘 우연히 페스티벌을 보게 됐다”며 “특히 오름새의 무대가 너무 멋있었다”고 말했다. 22개월 손녀와 함께 페스티벌을 찾은 강요순(73) 씨는 “요즘 공연 하나 보려면 20만 원이 훌쩍 넘는데 오늘 무료로 좋은 공연을 보게 돼 좋다”며 “이런 기회가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전날(16일) 진행된 공연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김덕수 명인이 직접 무대에 올라 사물놀이의 본질을 풀어내는 60분의 짧게 압축된 공연을 선보였는데, 명인을 비롯한 다섯 명의 연주자가 한 사람씩 악기를 맡아 각 악기의 목소리와 성격 등 특징을 학생들 눈높이에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와이즈발레단. 서울시청 제공

이번 페스티벌은 학교 단체 관람 중심으로 알려진 ‘공연봄날’이 청소년과 가족 등 누구나 신청해 즐길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공연봄날’은 청소년에게 양질의 공연예술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21년 시작한 서울시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이다. 공연을 기획하고 학교 단체 관람에 필요한 이동수단 등을 지원해 청소년이 각자의 환경과 관계없이 공연예술을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5년간 약 27만 명이 참여했다.

서울시는 올해 사업을 ‘친구들과 공연봄날’과 ‘가족과 공연봄날’로 나눠 관람 대상과 시간대를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교육 취약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특별 관람 회차도 운영한다. 교육청과 청소년 관련 기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환경의 청소년에게 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모든 공연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문화 취약계층 지원 사업인 ‘새꿈더하기’와 연계해 가족 공연 관람을 지원하고, 학교 밖 청소년센터와도 협력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서울시교육청 ‘서울희망교실’과 연계해 학생과 교사가 함께하는 사제동행 공연 관람을 지원했다. 10월 이후에는 서울 인근 학교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일부 공연을 대상으로 ‘예술로 수학여행’을 시범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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