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분양가가 치솟고 대출 규제는 강화됐는데 서울 인기 단지의 당첨 문턱은 높아진 데 따른 영향이다. ‘언젠가는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된다’는 청약통장의 효용 자체에 의문을 품는 실수요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청약 수단을 넘어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제도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큰 장벽은 낮은 당첨 가능성이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률은 30대 이하 1.6%, 40대 2.3%, 50대 2.5%에 그쳐 전국 평균(30대 이하 10.9%, 40대 12.3%, 50대 15.5%)을 크게 밑돌았다. 가점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서울 평균 청약 가점(만점 84점)은 2023년 56.17점에서 2024년 59.68점, 지난해 65.81점으로 상승했다. 추첨제가 일부 남아 있지만, 사실상 장기간 무주택에 부양가족이 많은 고가점자가 아니면 당첨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청약 대기 수요가 누적돼 체감 경쟁 강도는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치솟는 분양가와 좁아진 대출 문턱도 부담이다. 7월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6209만원으로 1년 전(4544만원)보다 36.6% 급등했다. ‘국민주택형’(전용면적 84㎡) 기준으로는 15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에 비해 대출 한도는 6억원에 머문다. 15억원 초과 주택은 대출 가능 금액이 더 줄어든다. 18억원 아파트에 당첨되더라도 14억원가량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당첨 이후 자금 조달’이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하며 실수요자에게는 당첨 자체보다 자금 마련이 더 큰 고민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유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지하면 그동안 쌓은 가입 기간과 납입 실적이 사라져 특별공급과 공공분양 기회까지 잃기 때문이다. 향후 정책 변화에 따라 청약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실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분양가와 현실적인 자금 조달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입자 이탈을 막는 핵심”이라며 “청약 제도의 신뢰를 회복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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